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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연』 , 최인호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

<헬스 커뮤니케이션> 진범섭 교수가 추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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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

  우리 인간은 처음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연, 동식물, 사람들을 포함하는 모든 세계의 피조물들, 그리고 인연이라는 반짝이는 별들과 공생하여야 한다. 세상의 소소한 순간들로부터 우리는 눈물을 흘리기도, 좌절하기도, 환희에 젖기도, 경외심을 갖기도 한다. 소설가 고(故) 최인호 작가는 그의 수필집 ‘인연’ 속에서 지난날 자신의 인생 속에서 맺어 온 여러 인연의 이야기를 잔잔히 읊조려 전해준다. 

  소설가이자 시인 황순원 작가, 영화배우 안성기, 수도자이자 시인인 이해인 수녀와의 일화는 독자인 우리와 최인호 작가와의 인연을 통해 이루어지는 또 다른 만남으로 다가온다. 책이나 영화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분들의 속 이야기를 이 책과의 인연이 아니었다면 어찌 알 수 있겠는가.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우리는 이렇게 밤하늘의 아름다운 반짝이는 별처럼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청년 실업, 개인주의적인 캠퍼스 생활, 세대·남녀 간 갈등으로 인한 불신 등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각박해지는 우리네 모습에서 가족의 소중함, 친지·친구와의 나눔, 자연과의 연대를 우리는 잊고 사는 것 같다. 수필집 ‘인연’에서는 ‘여러분 가슴 속에 자라고 있는 행복의 꿈나무를 발견하고 그 나무에 매달린 향기로운 과일을 따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어머니, 이제 늙어가는 자식들의 꿈속으로 검은 비닐봉지 두둑이 음식을 담아오세요, 어머니.”라고 속삭인다. 작가는 우리 삶 곳곳의 소박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최인호 씨가 생전에 고귀하게 여기던 인연의 그 소중함은 이 수필 속에서 잔잔히 흘러나온다. 그 잔잔함이 우리 청년들 마음과 생각 안에서 깊은 파동으로 울려 삶의 숭고함을 각인시킬 수 있지 않을까. 내게 주어진 인연을 능동적으로 함께 나누기 위한 시도는 작가의 나직한 메시지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 

  전공 서적, 실용서에서 잠시 벗어나 수필집 한 편을 권해야 한다면 최인호 씨의 수필책을 말하고 싶다. 그 중에서도 유작에 가까운 마지막 수필인 ‘인연’을 말이다. 지금 우리네 세상이 이렇게 숨막혀가는 것은 어쩌면 인연의 소중함을 놓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뢰와 박애 회복, 그리고 연대를 통한 협력의 정신을 통하여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인연’에서 한 편 한 편의 글을 침묵 가운데 읽어 보길 바란다. 당신의 인연과 그 추억의 소중함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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