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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가와 히로시게(歌川重廣) 도카이도(東海道)의 53경치>를 감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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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카이도의 53경치 中 “니혼바시”와 “가케가와”
도카이도의 53경치 中 “니혼바시”와 “가케가와”

국립중앙박물관 3층 아시아관 중 일본실에서 전시되고 있는 우키요에(浮世絵)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키요에는 일본과 아시아를 넘어 서양에서도 폭넓게 인식되었을 정도로 판화라는 장르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무로마치 시대부터 제작되기 시작하여 에도 시대에 최고 전성기를 맞이하는 우키요에는 일본의 풍속적인 장면을 소재로 삼아 ‘덧없는 세상’을 표현한 그림이다. 우키요에가 처음 제작되기 시작했을 무렵, 일본에서는 이미 작가 미상의 미인도 병풍들이 성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과 같이 하여 초기의 우키요에는 아름다운 여인들이나 가부키 배우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키요에는 한계점에 다다르게 되는데, 가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가 등장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물론 호쿠사이가 등장하기 이전에 하나의 삽화처럼 취급되던 우키요에를 작가의 이름을 건 작품으로 인식시킨 히시가와 모로노부(菱川師宣), ‘니시키에’(錦絵)라는 회화 같은 정교한 목판화 장르를 창시한 스즈키 하루노부(鈴木春信) 등 우키요에의 시작과 발전을 이끈 중요한 화가들도 존재하였다. 그러나 특정 인물이 주요 소재였던 우키요에에 이전에는 없던 ‘산수판화’라는 장르를 새로이 창시했다는 점에서 호쿠사이는 굉장히 중요하게 평가된다. 그의 대표작으로 ‘후지산 36경’을 꼽을 수 있다. 이는 과감한 구도와 서정성이 가미된 화면을 보여주며, 서양의 원근법을 우키요에의 대표적인 특성인 평면성과 결합하여 독특한 화면을 구현해낸다. 

  호쿠사이의 ‘산수판화’ 장르와 독특한 화면구성을 이어받은 화가가 우타가와 히로시게(歌川重廣)다. 그의 대표작으로 ‘도카이도의 53경치’를 꼽을 수 있다. 도카이도는 에도시대에 중앙에서 지방통치를 쉽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5개의 도로 중 하나였다. 이 도로 중간중간에는 53개의 역참이 있어 길을 떠난 이들이 쉬어가거나 말을 타기도 하고 유흥을 즐기기도 했다고 한다. 히로시게는 역참과 도시 곳곳에서 보이는 풍경들을 53개의 우키요에 작품으로 구현해냈다. 히로시게는 지형의 세부적인 특징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독특한 화면 구성법으로 이를 새로이 해석하였다. 호쿠사이와 마찬가지로 서양 원근법이 가미된 구도와 계절에 대한 암시를 드러내는 묘사를 활용함으로써 화면마다 색다른 미감을 표출해낸다. 53개의 화면들 중에는 강이나 냇가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다수 등장한다. 이는 도카이도가 지나가는 지역들이 대부분 바다와 면해 있어 도보로는 강을 가로질러 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역적 특색에서 비롯된 건축적 구조물이 도카이도 시리즈에서 하나의 중요한 테마로 자리 잡게 된다. 그리고 이는 유럽의 인상주의 화가들을 매료시켜 유화 작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로 활용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산수를 하나의 시리즈로 제작한 호쿠사이와 히로시게의 우키요에는 구매력을 높이는 마케팅적 장치를 굉장히 잘 활용한 작품들이라 생각한다. 하급무사들이 주축이 되어 제작된 우키요에는 이전의 교토미술과는 완전히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었다. 판화라는  특성상 대량생산이 가능하였고 이에 따라 비교적 저렴하게 작품들을 제작하고 즐길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우키요에를 향유하는 계층도 이전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폭이 넓어지고 다양해지게 되었다. 또한 도카이도와 같이 물자를 교류할 수 있는 길이 발달됨에 따라 수요 계층의 경제적 성장도 함께 이루어졌다. 우키요에의 산수판화는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을 매우 영리하게 잘 접목시킨 장르라고 생각한다. 마치 해외여행에서 각 도시의 관광명소가 담긴 여행엽서를 구매하듯이, 우키요에는 일반 대중들에게 특정 공간에 대한 환상과 여행 욕구를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수행했을 것이다. 예술과 상품의 아슬아슬한 경계 지점을 잘 활용한 장르가 우키요에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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