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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여행자들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여행 가이드북 저자

여행 작가 황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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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은 여행 작가 열풍이 거세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여행기록을 남긴 여행서를 내고 여행 작가가 되고 싶어 한다. 여행도 하고 돈도 버는 여행 작가들의 삶이 일반인들의 일상 속에서 바라보기엔 너무나 이상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여행자로 머무를 때와 여행 작가로 변신했을 때 느끼는 여행에 대한 시각의 차이는 매우 크다. 여행 작가가 되는 순간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변화가 생기며, 그동안 꿈꿔온 여행의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본지는 여행 커뮤니티 <떠나볼까>의 운영진으로 활동하며 『유럽 프렌즈』, 『프티 프렌즈 스위스』, 『프티 프렌즈 이탈리아』, 『7박8일 피렌체』, 『똑소리 나는 이탈리아 여행법』등 다수의 유명 가이드북을 출간한 황현희 여행 작가를 만나 여행 작가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어 보았다.

Q. 많은 여행 가이드북을 출간한 여행 작가로 활동 중이다. 여행 작가가 되기 전 다양한 직업을 가졌었는데, 현재 여행 작가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공부했고 졸업 후에는 EBS, KBS 등에서 교육방송과 다큐멘터리의 방송작가를 거쳐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기관홍보지를 만들었다. 그동안의 일생과 달리 회사를 나와 여행 작가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던 것은 예기치 않았던 일이었다. 그렇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회사에 다닐 당시 해외 출장을 나가게 되면 꼭 주말을 겸하고, 하루 휴가를 내서 그 나라를 즐기고 오곤 했다. 그만큼 이곳 저곳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기에 여행에 대한 갈증이 많았었다. 그런 와중에 회사에서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버티기 힘든 순간이 오게 되었다. 그때 나는 굳이 더 버텨내려하지 않았고 그동안 모아두었던 돈을 전부 찾아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다니면서는 여행일지 같은 것들을 작성하는 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그 기록과 사진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여행을 다녀온 뒤 개인 홈페이지와 여행 커뮤니티에 정리해두었던 여행 기록들을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 활동이 출판사 측의 눈에 띄어 커뮤니티의 관리자와 또 다른 여행자 친구 한 명과 함께 프렌즈 시리즈의 여행 가이드북을 만들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여행 작가가 되었다.

Q. 맛집 선정에서부터 여행 루트, 여행 비용 등 가이드북에 담길 내용들을 어떻게 선택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A. 어떤 책을 저술하고 어떤 느낌으로 책을 써갈 것인지에 따라 여행 가이드북을 만드는 취재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고, 여행 작가들마다 각자의 전문분야가 있어서 그것에 따라 여행 방향이 갈리기도 한다. 나는 미술이나 건축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그 분야에 따라 흘러가는 여행에 자신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을 나눌 때 이탈리아와 같은 주요 미술품이나 건축물이 존재하는 나라를 선택하곤 했다. 나라를 정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출판사와의 미팅이 시작된다. 도시를 정하고, 페이지 분량에 알맞은 도시의 취재 내용을 정해가서 미팅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그 루트에 따라 여행지로 떠나게 된다. 여행지에 가서는 현지 음식점들과 여행객들이 이용하기 좋은 상점 혹은 주요 편의 시설 등을 찾아다닌다. 맛집을 선정하는 기준을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곤 하는데, 나는 먼저 그 맛집이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 곳인지 파악한다. 요즘에는 워낙 인터넷과 SNS가 발달해서 여행자들이 꼭 들리는 필수 코스가 많이 정해져있다. 그런 음식점들은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니 굳이 가이드북에서 알려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로 현지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자주 찾는 곳, 묵었던 호텔의 매니저나 현지인들에게서 맛집을 추천받는 편이다. 추천받은 곳은 직접 다녀온 후 맛집 리스트에 적을지 고민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맛집 리스트에 적기 전 지워진 식당이 반절은 넘는 것 같다. 그만큼 가이드북에서 맛집을 선정할 때 대다수 여행자들의 선택에 실패가 없도록 노력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재빨리 원고를 쓰고, 원고에 쓰일 사진을 선택해서 출판사로 보낸다. 이 모든 과정을 하기 까지는 전부 여행 작가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출판사 측에 일정량의 돈을 받고 여행을 다녀오게 될 경우 본인의 돈이 아니다보니 돈을 지불하는 기준이 객관적일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성비 좋고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만족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범위 한에서 여행 경비를 조정한다. 그럼 대체 여행 작가들은 수입을 언제 얻을까 궁금하겠지만, 현재 대한민국에서 여행 작가가 수입을 얻는 시스템은 가이드북을 출간해서 판매된 부수에 따라 조금씩 잔고를 매워가는 형식이 대부분이다.

Q. 여행 가이드북이 발간 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그 주기가 상당히 길 것 같은데, 그 사이에는 어떤 업무를 하나?

A. 『프렌즈 이탈리아』의 경우 첫 취재를 2008년에 시작했지만 책은 2011년에 출간되었다. 물론 이 책의 발간 과정이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린 편에 속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보통 1년에서 2년을 잡고 원고를 작업하게 된다. 보통 자택에서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책이 발간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변화들을 수정하고 보충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출판사에서 책의 프레임이 디자인 되어 나오게 되면 그때부터 계속해서 이러한 보충 작업을 진행한다. 어떤 파트의 장수가 너무 분량이 많다고 하면 줄이기도 하고 분량이 모자라는 파트는 추가하기도 하면서 전반적인 여행 가이드북의 프레임에 맞게 조절해 나가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평소 그 여행지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관심을 갖고 주시해야 한다. 뉴스기사나 SNS에서 그곳에 새롭게 무엇이 생겼다거나 기존에 있던 것이 없어졌다 등의 소식을 듣게 되면 가이드북에 다시 반영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 그 나라의 정세까지도 파악해야한다. 예를 들어 선거가 끝난 뒤에는 이러한 변화가 오겠지 하고 어느 정도의 예측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소소한 변화에 민감히 반응하고 수정해 나가면서 계속해서 개정판을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Q. 여행 작가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여행 작가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꼼꼼하게 기록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내심에서 나오는 ‘악착같은 취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가이드북 취재 시 수천 컷의 사진을 찍게 된다. 이때 아름다운 관광 장소의 건물과 거리만을 찍는 게 아니라 여행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여행지에서 겪는 모든 과정을 사진 속에 담아 와야 한다. 로마에서 교통권을 살 때도 교통권 자판기 사용법을 알려주기 위해 여러 컷의 사진을 찍어야 한다. 대부분의 초보 여행자들이 가이드북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떤 것이든 모든 이용 과정을 순차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촬영을 위해 주변에 사람들이 없을 때를 수없이 기다려야하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어이없는 시선을 감수해야하기도 한다. 또한, 여행 작가들은 가이드북에 나오는 모든 것을 이용해보고 경험을 해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취재기간 동안 하루를 3일처럼 살아야하는 경우가 많다. 취재를 위해 이탈리아에 갔을 당시 하루에 최대 일곱 끼를 먹기도 했다.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서는 취재를 많이 할 수 밖에 없다. 취재하는 동안에는 하루 종일 먹고 사진 찍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길게는 몇 달에서 몇 주 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이를 잘 견딜 수 있는 인내심을 가져야 여행 작가의 생활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Q. 취재를 위해 해외에 오랜 기간 나가있으면 낯선 이국의 땅에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점이 많을 것 같다. 이러한 것들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

A. 취재를 하러다니면 하루 종일 업무가 연속적으로 진행된다.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고, 먹고 싶을 때 먹으면서 여행 다니는 게 뭐가 그리 힘드냐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여건상 그렇지 않다. 한번 해외 취재를 나가면 놓치고 간 부분을 다시 와서 취재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매우 많이 든다. 그렇기에 여행지의 어느 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취재하기 위해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하루를 온통 취재에 쏟아 부을 수밖에 없다. 먹어볼 수 있는 건 다 먹어봐야 하고,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해 봐야한다. 그러다보면 정작 여행지의 아름다움을 잊은 채 일만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 여행이 아닌 업무 차원에서 여행지를 보는 것은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원래는 정말 보고 싶었던 그림을 보러간 것이었는데도 “다 찍었네.” 하고 얼른 숙소로 향했으니 말이다. 이럴 땐 계속해서 취재를 하기 힘들다. 스스로가 감흥이 없는데 그것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고 싶게끔 표현 해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럴 때마다 나는 과감하게 취재를 미루고 최고의 휴양지라 불리는 도시로 이동해 좋은 숙소를 잡고 하루 종일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이후 좋은 곳에서 충분히 꿀 같은 휴식을 취하고 나면 또 다시 일할 동력을 얻고 밖으로 나서게 된다.

Q. 여행을 갈망하지만 경제적 어려움, 시간적 여유, 바쁜 일상에 치여 떠나지 못하는 20대의 청춘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나 조언을 한다면?

A. 나도 20대 때에 여행을 다녔던 사람은 아니다. 학교 다닐 때 연수프로그램에 참가해 해외에 나갔던 것 외에는 여행을 떠나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여행을 다니는 20대들이 많아졌고 여행에 대한 선택의 폭이 다양해졌다. 돈과 시간이 없다고 기약 없는 나중으로 미루기보다는 한번쯤 시간을 내고 조금씩 돈을 모아 떠나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그 나이 때가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시기다. 항공료나 입장료 등에서 학생 할인이 적용되기도 하지만, 또 그 나이에는 어디서 자든 조금 저렴하게 다니든 충분히 만족하고 즐길 수 있다. 그런 과정에서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다. 그러나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사람들과 부딪히는 게 귀찮아지기도 하고 체력적으로도 빨리 지친다. 그러다보니 비싸더라도 혼자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되는 것이다. 즉, 연령대마다 여행에서 즐길 수 있는 부분이 달라지고 시간이 지나면 못해볼 것들이 존재한다. ‘하고 싶지만 지금 상황이 이래서 안 돼’ 하고 자꾸만 자신이 원하는 것에서 멀어지다보면 나중에는 다시 그 시절을 돌이키기 힘들어진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 근처에 가 있다보면 어느새 그 중심에 서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것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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