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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카의 『유리감옥』(2014)을 읽고

우리는 어떤 감옥에 갇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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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교 6학년, 그러니까 스마트폰이 대중에게 처음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었다. 초기에는 친구들이 피처폰을 들고 다녔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유용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점점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사람들과 소통하고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앱이 등장했다. 그만큼 사용시간과 빈도도 늘어나면서 지금은 스마트폰이 없거나, 배터리가 방전되어 꺼져 버릴 경우 불안감에 휩싸일 정도로 내 일상은 스마트폰으로 점철되었다. 단순하게는 가족 번호를 제외한 지인의 전화번호를 외우지 못하고, 심지어는 중요 일정도 스마트 폰 달력에 저장해 놓지 않으면 잊어버리곤 한다. 이는 대다수의 현대인들에게서 발현하는 ‘디지털 치매’ 증상이라고 한다. ‘디지털 치매’는 휴대전화 등의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태를 일컫는다. 이러한 현대인들의 신(新) 고질병은 나뿐만 아니라 주변인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심각성을 느끼면서도 스마트폰을 놓지는 못하는 실태다.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의 『유리감옥』(2014)은 이와 같은 현대사회를 시대적으로 잘 풀어 놓았다. 세계적 디지털 사상가인 저자는 현대 사회의 맹목적인 기계화와 자동화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최초로 기계화가 이뤄지던 산업혁명에 따른 노동자 계층의 어려움부터 현재 정보화 시대가 이룬 눈부신 발전 이면의 인간의 무능력화까지 다루며 눈앞의 발전만을 좇는 현대인들의 질주에 제동을 걸고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메시지를 준다.

  책 서평을 찾아보면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고 반성하며 저자의 메시지에 찬사를 보내는 글이 많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2006)으로 유명한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Jonathan Safran Foer)는 ‘이 책은 전화기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평했다.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 또한 이 책이 주는 가장 소중한 지혜는 ‘스마트 디바이스들을 진정 스마트하게 쓰는 법’이라고 말하며 기술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현대인들에게 큰 감흥을 줄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서평을 읽으면서 나는 스마트폰 중독 현상 외에도 첨단 기술에 의존하는 부정적인 사례가 있을까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생각보다 많은 사례들이 보였다. 아버지는 직선 차로에서 자동화 운전 모드를 시행시킨 후, 커피를 드시거나 보조석에 앉은 나와 이야기를 나누곤 하신다. 하지만 이때 길고양이가 갑자기 뛰어든다면 어떻게 될까. 센서에 고양이가 감지된다면 차는 속도를 낮추거나, 아니면 큰 위험이라고 감지한 나머지 정차해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미처 손쓸 새도 없이 뒤 차와 추돌사고가 나는 등 당황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인간이 내려야 할 윤리적 판단과 순간적 판단의 기회를 기계의 자동화에 넘기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받는 것이 된다. 편의를 위한 대가가 윤리적 죄책감이라면 현대인들의 마음에는 얼마나 큰 마음의 짐이 생길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나는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각각의 챕터들은 나를 깊은 생각에 잠기게 했고, 책을 읽는 기간 내내 무심코 넘기던 주위의 자동화 사례들을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었다. 각각의 흥미로운 챕터들 중에서 두 개의 챕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첫 번째로 구글맵 등 위치기반서비스(GPS) 의존에 관한 얘기를 담은 6장 ‘세상이 스크린에 갇히다.’였다. 6장의 사례에 북극을 누비던 이누이트족들이 현대에 들어와 GPS 기기를 사용하면서 사고 발생률이 높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첨단 기기를 사용하는데, 왜 사고 발생률이 높아졌을까. 이는 이누이트족들이 GPS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초래된 것이다. 매우 낮은 온도와 변화무쌍한 기후로 GPS의 수신기가 고장 나거나 위치를 잘못 인지하면 GPS에 의존해 이동하던 이누이트족들이 북극의 황무지에 그대로 갇히는 것이다.

6장을 읽으면서 소문난 길치인 나의 일상에서 발생했던 비슷한 일들이 떠올랐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현지인들에게 길을 묻는 것이 전혀 부끄럽지 않았고, 꺼려지지도 않았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이후로는 구글맵을 켜 스마트폰 화면에 고개를 박고 이에 의존한 채 움직이게 된 것이다. 나도 가끔 GPS가 위치를 잘못 인식할 때, 길을 잃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오는 바람에 돌아가는 길을 몰라 우왕좌왕하던 적이 있다. 이를 통해 나는 GPS 의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니콜라스 카가 꿈꾸는 인간 중심적인 기술의 미래는 사각 디스플레이 글라스(Glass) 속에 갇힌, 즉 진짜 유리 감옥에 갇혀 수동적인 인간상이 아니다. 오히려 기술 발전 속에서 그 편의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동적인 인간상과 그들을 중심으로 한 기술이 발전하는 미래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우리가 기술의 발전을 통해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효율성을 얻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자동화로부터 얻어진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또한 자동화는 우리가 하는 일, 우리가 가진 재능, 그리고 우리의 삶에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술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첫째로 자동화를 맹신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동화를 맹신한다면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자동화의 맹점에 빠져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기술이 주는 편리함과 맹목적인 사용이 주는 무지함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기술을 균형 있게 사용한다면 기술이 주는 편리함의 이점은 취하고, 자동화의 피해는 경계하고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을 현명하게 사용할 때 자동화 기술은 우리를 힘들고 단조로운 일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또 보다 도전적이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에 매진하게 해준다. 기술이 주는 축복에서 ‘충분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때를 인지하여 우리가 하는 일과 정체성을 보다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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