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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우리의 일상생활을 보호하다스키탈레 암호부터 생체암호까지, 암호의 발전 이야기
▲출처: 픽사베이

누구나 한 번쯤은 사물함에 자물쇠를 달아본 적 있을 것이다. 사물함 속 교과서뿐만 아니라 소중한 무언가를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는 일상생활 속 곳곳에서 암호를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인 오늘날 암호는 정보 접근 권한을 인증하거나 접근통제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즉, 암호는 다른 사람들이 중요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뜻하며 현대 암호는 이런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모든 수학적 기반기술이라 말할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할 때 사용하는 지문인식 암호부터 하루의 모든 업무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를 때까지. 우리의 하루는 다양한 암호로 가득 차 있다. 이제 복잡하고 다채로운 암호의 세계를 해독해보자.

▲암호의 종류와 역사

영어로 암호를 뜻하는 ‘Cryptography’의 어원은 비밀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의 크립토스(Cryptos)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암호는 수학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학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보 보호를 목표로 하는 매우 실용적인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암호는 비밀번호를 포함한다. 어릴 때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함 자물쇠의 비밀번호도 이에 포함된다. 반면 좁은 의미의 암호는 평문을 해독 불가능한 형태로 변형하거나, 암호화된 통신문을 원래 해독 가능한 상태로 변환하기 위한 모든 수학적 원리나 기술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암호는 주로 군사 목적, 외교통신, 사업용 등으로 이용된다. 또한, 암호는 크게 작성방식에 따라 문자암호(文字暗號)와 어구암호(語句暗號)로 구분되며 사용기구에 따라 △기계암호 △서식암호 △스트립식 암호 등으로 분류된다. 

  암호기술의 발전 역사는 두 번의 큰 전환점을 기준으로 △고대암호 △근대암호 △현대암호의 세 단계로 나누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우선 고대암호는 고대부터 첫 번째 전환점인 1910년대 1차 세계대전 전까지 사용된 초보적인 암호기술들을 칭한다. 최초의 암호는 스파르타 시대의 스키탈레 암호로 알려져 있다. 스키탈레 암호는 일정한 너비의 종이테이프를 원통에 서로 겹치지 않도록 감아서, 그 테이프 위에 세로쓰기로 통신문을 기재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테이프를 풀어 보아서는 기록내용을 전혀 판독할 수 없으나, 통신문을 기록할 때 사용한 것과 동일한 지름을 가진 원통에 감아보면 내용을 읽을 수 있게 고안된 암호였다. 한편, 제1차 및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하여 군사와 외교암호의 이용도가 높아지자 암호해석 기술은 획기적인 진보를 보이게 되었다. 또한, 무선통신 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여러 가지 기계적·전자적 암호장치를 개발하고 사용하게 되었으며 두 차례의 세계대전부터 1970년대까지의 복잡한 기계장치와 전자장치들을 이용한 암호기술을 근대암호라고 칭한다. 마지막으로 컴퓨터가 개발된 이후 1970년대에 컴퓨터 사용이 증가하며 발전된 암호기술을 현대암호라고 한다. 고대암호 및 근대암호 시기에 암호기술은 주로 특정 계층인 전문가들에 의해 군사·첩보용으로 쓰였다. 때문에 일반인들은 암호기술에 대해 인식하거나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후 현대암호 시기에 들어서는 일반인들도 암호기술에 대해 공부하고 쉽게 암호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암호, 그 의미에 대하여

▲에니그마 기계, 출처: Wikimedia

중요한 정보를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숨기는 암호는 일상생활 속에서뿐만 아니라 각국의 국가안보와 관련된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지키는 힘을 지닌다. 이에 각국에서 암호기술반 등을 편성하여 자국의 암호 강화뿐만 아니라 관계국의 암호 해독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고 그것을 국제정치나 군사전략에 이용하고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 암호는 전쟁 중 큰 힘을 지닌 도구 중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그중 하나는 이른바 ‘에니그마 해독’이라고 불리는 사건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에니그마(Enigma, 수수께끼라는 뜻)’라는 별칭의 기계를 사용하여 자국의 전신 교신을 암호화하고 해독했다. 에니그마는 암호 해독가들 사이에서 가장 공략이 어려운 종류 중 하나였다. 게다가 전투가 치열해지면서 독일군이 기계를 수정하였기 때문에 바다의 U보트와 지상의 사령부 사이에 오가는 독일군의 교신을 해독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1941년 5월 9일, 북대서양에서 독일 호송선 공격 작전을 수행하던 중 영국 해군함의 선원들이 독일의 U보트에 올라 암호 기계와 코드북을 입수하였다. 그렇게 영국군이 독일군의 암호를 다시 해독할 수 있게 되며 이후 독일함대의 출동 사항을 사전에 탐지하여 연합군이 여러 해전에서 대승을 거두는 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이러한 승리에는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954)의 암호해독반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튜링은 자신이 고안한 기계인 일명 ‘봄베(Bombe, 고압 기체를 저장하는 강철용기를 일컫는 독일어)’를 이용해 암호를 해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키며 독일군의 에니그마 체계를 해독하는데 성공했다.

▲내 몸이 곧 비밀번호?! 생체암호

▲출처: 픽사베이

요즘은 코드나 숫자 등을 활용하지 않고 사람의 신체가 곧 비밀번호가 되는 ‘생체암호’가 발달하고 있다. 생체암호는 사람의 신체적, 행동적 특징을 자동화된 장치로 추출해 개인을 식별하거나 인증하는 방식의 기술을 사용한다. 이는 즉, 개인이 지닌 지문, 홍채, 땀샘 구조, 혈관 등 독특한 생체 정보를 추출하여 정보화시키는 인증 방식이다. 이렇게 얼굴 모양이나 음성, 지문, 홍채 등과 같은 개인의 특성은 열쇠나 비밀번호처럼 타인의 도용이나 복제에 의해 이용될 가능성이 적고, 변경되거나 분실할 위험성이 없어 보안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이용자에 대한 사후 추적이 가능해 관리적인 측면에서도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2~3개의 인식 방법을 함께 사용해 단점을 보완하고 정확도를 높이는 다중 생체인식 방법(Multimodal biometrics) 또한 많이 개발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생체인식 기술 산업은 특히 4차 산업 혁명 기술과 맞물려 스마트 첨단 산업으로까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체인식도 완벽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생체인식은 내가 그 자체로 기억하는 보안이라는 점에서는 장점을 지니지만, 타인에 의한 해킹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강력한 생체인식 보안이 뚫릴 가능성은 작다고 해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문제점은 생체인식이 탈취된다고 해도 현재의 상황에서는 해결할 수 있을 만한 답이 없다는 것이다. 생체인식 정보를 모아둔 시스템이 해커의 손에 넘어갈 경우 우리 몸에 새겨진 비밀번호인 생체정보를 바꿔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대안이 없다. 이에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NII)는 SNS 등에 개인이 올린 손가락 브이 포즈 사진만으로 지문이 도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손가락 사진을 확대해 지문패턴을 복사할 수 있을 정도로 도용 기술 역시 발전한 것이다. 또한, 생체인식은 내 몸의 정보를 비밀번호로 하고 이를 식별할 수 없는 코드로 설정한다는 점에서 역으로 생각하면 '언제나 비밀번호의 단서'를 노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생체 정보를 도난당했을 경우 얻게되는 피해는 엄청나다. 일각에서는 생체인식 거부기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제는 ‘신상털기’가 아닌 ‘유전자 털기’ 시대가 도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생체암호의 발달이 ‘새로운 형태의 생물학적 근본주의(Biological essentialism)’를 일으킬 수 있다는 부정적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인체의 특징을 암호로 이용하는 생체암호 기술로 인해 인종, 피부색, 생김새 등으로 사람을 판정하고 차별하는 것이 정당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생체보안에 대해 적절한 법률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아직까지 그에 대한 대책과 위험 방지 제도는 한참 뒤져지고 있는 상태다. 그러므로 생체 암호의 이용에 대한 개개인의 현명한 대응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암호는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기도 한다. 문학작품에서는 한 인물이 자신의 마음을 숨기는 것을 자물쇠로 꽁꽁 잠근다고 표현하기도 하며 스파이물이나 탐정 장르같은 여러 작품 속에서 암호는 필수적인 이야기 요소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더 이상 암호는 영화 속에 나올 법한 이야기가 아니다. 스파이들만 쓰는 비일상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침투해있다. 그렇기에 한나라의 암호체계가 깨진다면 이는 곧바로 특정 국가 시스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암호는 그 자체로는 사소한 기술의 하나로 여겨질 수 있으나 엄청난 파급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작지만 엄청난 힘을 내재한 암호의 발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계 역사 1001 Da ys』, 마이클 우드 외 1명, 박누리 외 1명 역, 마로니에북스, 2009

『훤히 보이는 정보보호』, 정교일 외 2명, 전자신문사, 2008

조수연 기자  (suyeon9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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