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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삼각김밥 실종 사건

 

어두운 새벽을 환히 밝히는 길가의 편의점 불빛, 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삼각김밥 진열대에 삼각김밥이 하나 남아있다. 그리고 그 앞에 어딘가 지쳐 보이는 한 사람이 서 있다. 불빛에 반사되어 실루엣만 얼핏 보이는 그가 누구인지 확인하려고 다가가는 순간, 실루엣은 손을 들어 하나 남은 삼각김밥을 가져간다. 최후의 삼각김밥을 가져간 그는 과연 누구일까?

" 삼각김밥이 사라짐과 동시에 편의점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

 

현대인의 일상 속에 당연하게 자리 잡은 편의점, 대한민국은 지금 편의점 시대이다. 편의점이 현대인의 하루 일상에서 필수 코스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진열대 안에 가득 찬 물건들처럼, 편의점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이 가득 차있다. 이제부터 편의점 속 미스터리를 해결하며 편의점 속에 비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다각도로 고찰해보자.

 

편의점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다

 

최근 편의점은 생필품과 간단한 식품류를 제공하던 예전의 역할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편의점 제품은 상표 간 경쟁을 통해 급속도로 발달하며 새로운 상업 문화를 형성했다. 이러한 편의점 제품의 발달 양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YOLO(You Only Live Once)’ 정신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에 빠른 속도로 고급화되고 있는 제품 중 하나가 바로 편의점 도시락이다. 최근 편의점 도시락은 다양한 구성요소와 프리미엄 제품의 수요에 맞춰 그 수준이 도시락 전문점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도시락의 매출이 급증하고 있으며, 대형 기업의 편의점 상표화와 편의점 간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비롯된 편의점 도시락 프리미엄화가 지속되고 있다. 도시락 제조·판매 부문에서 늘 상위권에 자리하는 ‘GS25 편의점’은 현재 판매가 4000원 가량의 도시락 제품 17종을 판매하며, 매출 비중은 2014년 34%에서 2017년 78%로 3년 새 2배 이상 증가해 그 인기를 입증했다. 이러한 열풍은 다른 편의점 식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도시락, 김밥, 샌드위치 등 즉석 섭취 식품이 간편식 시장의 58.8%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는 세대가 든든하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으로 소비 성향을 바꾸자, 편의점은 그 수요에 발맞추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만능주의가 정착한 현대 사회의 편의점은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며 일시적 필요를 해결하던 제한적 공간에서 벗어나 만능 매장으로 진화했다. 세탁, 택배 등의 전문 시스템이 편의점으로 도입되었으며 24시간 개방이라는 특성을 활용한 공공기관과의 협업 플랫폼도 형성되었다. 전국 1만 1,000여 개의 ‘CU’매장에는 경찰청 신고 시스템을 직접 연결하는 ‘원터치 신고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대피처로서의 입지를 새로이 다지고 있다. 또한 편의점은 인터넷 은행과 연계하여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금융업계는 편의점과의 협업에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안 강화 등의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 편의점 내의 ATM기기는 은행 창구에서만 가능했던 업무인 계좌 비밀번호 변경, 체크카드 발급, 공과금 입금 등 현대인의 금융 관련 업무를 더욱 간편하게 돕고 있다.

이렇게 일상 속에 편의점이 자리 잡으며 ‘PB상품 전성시대(Private Label)’가 도래하였다. PB상품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제품생산을 위탁하고, 제품이 생산된 뒤 유통업체 브랜드로 출시된 상품을 말한다. 이는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알뜰 소비문화가 형성되며 판매되기 시작했는데,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제품의 생산으로 이어졌다. 특히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캐릭터(Character), 지역 맛집 등과 연계한 상품들이 주요 개발 키워드로 떠오르며 새로운 편의점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현 시점의 편의점은 하나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편의점의 정착을 이처럼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 ‘삼각김밥 실종사건’을 추리하며 편의점의 또 다른 단면을 살펴보자.

 

삼각김밥,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사건을 의뢰받은 홍익대학교 과학수사팀과 홍대신문 취재기자팀은 합동 조사에 착수했다. 지문 채취부터 편의점 및 주변 CCTV화면 판독, 인근 상가 주민들의 심층 인터뷰까지 진행한 결과, 삼각김밥 실종사건의 범인은 세 명으로 좁혀졌다. 용의자로 지목된 배고픈 손님, 박봉의 아르바이트생, 가난한 점주는 어떤 이유로 의심받고 있는 것일까? 지금부터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용의자 no. 1 배고픈 손님

직장인의 점심값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직장인의 평균 점심값은 지난 2009년 이래 꾸준히 증가해오다 7년 뒤인 2016년부터 줄기 시작했고 올해는 그 보다 4.2% 더 줄어들었다.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www.jobkorea.co.kr)가 남녀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평균 점심값은 약 6,100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편의점 등에서 사온 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직장인은 꾸준히 증가해 약 10명 중 1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임금 상승률보다 물가상승률이 더욱 높아지면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직장인이 한 끼 식사로 비교적 저렴한 편의점 음식을 선택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커피 한 잔의 가격이 한 끼의 식사비용과 비슷해지면서 점심 식사 후 카페에 들리지 않고 편의점에서 값싼 커피를 사먹거나 직장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는 ‘캡슐족’도 등장했다. 돈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한편, 우리사회의 직장인들은 야간 근무의비중이 상당히 크다. BC카드가 고객 21만 명을 조사한 결과 ‘야근족’의 편의점 매출 비중(6.82%)이 ‘칼퇴족’(5.69%)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점 매출 비중도 야근족(2.58%)이 칼퇴족(2.13%)보다 컸다. 퇴근 시간이 늦다 보니 편의점이나 주점을 이용한 빈도가 높아진 것이다.

더불어, 최근 ‘혼밥족’이 늘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소비 형태)’와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를 따지는 젊은 소비자 계층이 증가하면서 GS25, 세븐일레븐, CU 등에서 저가 도시락부터 고가 도시락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도시락을 출시하고 있다. 이는 소득 수준이 낮은 1020 세대와 취업준비생들이 비싼 식사 대신 도시락을 선호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개인주의와 맞벌이 가정 형태, 스마트 기기의 발달도 편의점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데 일조했다. 현대 사회에 새롭게 나타난 편의점족부터 혼밥족까지, 그야말로 배고픈 손님들이 넘쳐나는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용의자 no. 2 박봉의 아르바이트생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생계형 프리터족이 늘어나고 있다. 프리터족은 ‘자유로움’을 뜻하는 ‘프리(Free)’와 ‘아르바이트(Arbeit)’의 합성어로 자유롭게 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는 지난 1980년대 말 일본의 경제 불황 속 직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에서 비롯되었는데 일본 경기 침체가 심화된 2000년도부터 정규직을 갖지 못한 아르바이트 청년도 포함해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포털사이트 ‘알바천국’의 설문조사 결과, 프리터족의 과반수는 직업 안정성이 떨어져도 힘든 현실 때문에 비자발적인 프리터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청년 실업률은 9.4%로 IMF 사태 직후인 1999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체감실업률은 22.5%로 1년 전보다 1.0%p 상승했다. 이처럼 취업 자체가 어려운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프리터족은 근무 형태 특성상 해고가 쉬워 일자리를 옮겨 다닐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계속된 이직으로 업무 경력이 축적되지 않아 대한민국 청년들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하다.

또, 편의점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가 늘어나면서 아르바이트생이 해야 할 업무도 급증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임금 및 처우 개선은 여전히 제자리걸음 상태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장시간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자세로 근로하여야 하는 경우’ 사업장은 의자를 필수적으로 비치해야함을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에서는 아르바이트생에게 화장실이나 의자에 앉을 시간을 제공하자는 ‘앉을 권리법’을 발의하기도 하였다.

업무 증가와 더불어, 소위 말하는 ‘진상’손님도 늘어났다. 현재 우리사회의 아르바이트생은 감정 노동과 성폭력 등 강력 범죄에 노출되어 있으나 이를 구제할 수 있는 안전장치나 법적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에 아르바이트 노조 등의 노동계에서 ‘편의점 안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또, 아르바이트생은 근무 환경 특성상 ‘갑’과 ‘을’의 위계질서가 존재하기 때문에 임금 체불이나 미지급에 대해서 당당히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도 하다. 이처럼 취업난과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 박봉의 아르바이트생은 자신의 권익을 외쳐보지도 못하고 부당한 대우의 쳇바퀴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용의자 no. 3 가난한 점주

최저임금 인상이 시작된 이후 편의점 업계는 첫 번째 분기에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 14일(화)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한 21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17%)과 당기순이익(-19%)은 모두 감소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주 지원금 증가로 전년 대비 편의점 영업이익이 36% 감소한 것이다.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작년 6,740원보다 16.4% 인상되었으며 최저임금의 인상폭이 너무 커 편의점, 음식점, 중소기업 등 영세 사업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실제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않고 편의점 점주가 직접 점포를 운영하거나 심야 영업을 포기하는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편의점 점포의 수도 상황을 악화시키는데 한몫했다. 지난 3월 관련업계 조사에 따르면 실제 국내 인구수를 5,000만 명으로 가정했을 시 인구 1,250명 당 편의점 1개꼴로, 이미 국내 편의점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4만 개를 돌파했지만 하루 매출이 100만 원에 미치지 않는 점포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 점주가 자신의 지역에 다른 점포가 못 들어오도록 여러 점포를 운영하는 ‘전략적 점포’나 한 회사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 무차별적으로 생겨나는 ‘경쟁 점포’가 증가하면서 그에 따른 영업 이익률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더불어, 우리사회가 현금 없는 사회로 진입하면서 편의점 점주의 고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1만 원 이하의 소액 구매가 대부분인 편의점은 최근 카드 사용 보편화로 편의점 점주가 부담해야하는 카드 수수료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다보니 ‘고매출 저마진’ 구조의 편의점은 아무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 대표 상품 중 하나인 담배는 가격의 73.8%가 세금에 해당하므로 담배 한 갑(4,500원)을 팔면 약 9.3%의 수익(418원)을 얻게 되는데, 고객이 현금이 아닌 카드로 결제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담배를 카드로 결제할 때의 수수료는 약 2.3%이다. 즉,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90~100원인 셈인데 담배 한 갑 수익 418원에서 100원을 빼면 편의점은 318원을 가져가는 구조인 것이다. 이처럼 그동안 항상 ‘갑’의 위치로 여겨지던 편의점 점주 역시 허리띠를 졸라 맬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찾아온 것이다.

 

삼각김밥을 웃는 얼굴로 먹기 위해서

 

편의점은 현대인의 다양한 모습을 반영하며 현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삼각김밥을 가져간 사람이 삼각김밥을 웃는 얼굴로 먹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 차원에서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편의점이 아르바이트 문화의 모범이 되기 위하여, 편의점주는 근로계약서 작성, 최저임금과 휴식시간 보장, 임금지원원칙 준수, 부당해고 금지 등의 법률에 근거한 정직한 경영 태도를 가져야 한다. 더불어 청소년의 친권자 동의서와 가족관계 증명서를 발급받아 사업장에 비치함으로써 그들과의 공존 문화를 구축하여야 한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는 청소년들이 불합리한 환경에서 근무하지 않도록 노동에 관한 인식이 부재한 청소년을 위해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연차휴가 등의 제도를 가르쳐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점주의 부담을 고려한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의 안정적 정착 역시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을 통해 편의점은 안정적인 근로 기준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며, 청소년은 편의점에서 올바른 직업관과 미래관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간편함과 일회성의 상징이었던 편의점은 최근 수많은 발전을 거쳐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한 편의점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행복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려면 사회와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편의점의 변화를 통해 편의점 속 손님, 아르바이트생, 점주가 모두 웃는 얼굴로 편의점의 환한 불빛 아래 서서 삼각김밥을 고를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김승혁 기자(adprkims45@mail.hongik.ac.kr)

이산희 기자(ddhh1215@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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