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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화와 예술> 권기배  교수가 추천하는『지하생활자의 수기』(1864)와 『죄와벌』(1886) 

『지하생활자의 수기(Записки из подпол ья)』는 도스토옙스키(Ф. М. Достоевски й, 1821~1881)의 문학 세계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 작품은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모순된 이항 대립적 요소와 선과 악, 우월감과 열등감, 그리고 신성과 잔인성 사이의 대립과 투쟁을 묘사한다. 이를 통해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본인의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주는 작품이다. 도스토옙스키를 세계적 수준의 고전(古典) 작가로 만들어준 작품은 1866년에 나온 『죄와 벌(Prestuplenie i nakazanie)』 이다. 이 작품은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기도 하다.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시대의 모순을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하지만, 지독한 가난과 무력감으로 인해 병든 영혼은 서구에서 침투된 공리주의와 초인사상에 경도되어, 벌레만도 못한 전당포 노파를 죽이고 자신의 정신마저 파괴하는 치명적인 우를 범한다. 서구식 근대화가 낳은 ‘부조리한 인간’인 라스콜리니코프의 실존적 자유를 향한 갈망은 오히려 고독한 무의식적 불안을 가중시킨다. 결국 이러한 부담감은 러시아의 현실사회에서 ‘살인’이라는 인륜 파괴적 행위로 기괴하게 표출된다. 이와 같은 주인공의 형상은 도스토예스키의 초기 작품인 『지하생활자의 수기』의 ‘나’로부터 출발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중편인 『지하생활자의 수기』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제1부에서 화자는 “반듯한 사람이 가장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 까?에 대한 답은 자신에 관해서라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정신의 심연 혹은 무의 식에서 일어나는 ‘고약한 기억’을 언급하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는 형식을 취한다. 반면 2부는 1부에서 언급했던 주인공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보여 주는 중요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나간다. 『지하생활자의 수기』에서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의 소설 『변신 (Die Verwandlung)』(1916)의 ‘그레고리 잠자’보다 더 못한, 소위 ‘벌레조차 될 수 없는’ 하찮고 존재감 없이 절규하고 있는 주인공을 통해 도스토옙스키가 이 소설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시공간을 넘어 내면으로 파고든 인간의 자유와 진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일 것이다. 스스로를 ‘고약한 놈’으로 부르는 주인공의 거주 공간인 지하실은 기실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실제적인 공간, 그 공간의 본질을 조망하고 분석할 수 있는 공간이다. 동시에 지하는 심연의 컴컴하고 습한 공간이라기보다 현대인들이 스스로 자신을 숨기거나 외부로 표출하지 않는 우리의 참 의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 작품이 갖는 가장 큰 인문학적 가치는 아름다운 인간의 육체 속에 병존하는 인간 심연의 무시무시하고도 어두운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도스토옙스키는 정신 분석학의 아버지 프로이트보다 시대를 앞서 인간 무의식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낸 메타심리학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더 깊은 자기 성찰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지하생활자의 수기』의 주인공이며 바로 도스토옙스키의 ‘분신’이기 때문이다.

 

정리 이남주 기자  (skawn179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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