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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2013)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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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 (2013)의 저자 최장집은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관찰하고 그들과 대화를 함으로써, 그들에게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분석한다. 이상적 정의로서의 민주주의란 정치 참여의 평등이라는 원리를 바탕으로, 모든 사회적 이익과 요구가 정치과정을 통해 부분적으로 실현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현실에 서는 ‘모든’ 사회적 이익과 요구를 국가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성장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내에서는 돈과 권력이 있는 소수 사람들의 이익과 요구가 우선된다. 그러다 보니 노동자 계급은 더욱 소외되고 민주주의의 목표인 ‘사회통합’과 현실 간에 간극이 생긴다. 그렇다면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 사회중추기관은 어떠한 기능을 수행해야 할까? 책을 읽으면서, 나는 노동자의 사회적 시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대표하는 정치를 실현할 정당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현 정당들은 국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당은 국민을 위한 최선의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닌, 자신이 속한 정당의 존립과 번영을 위해 다른 정당의 의견에 무조건 반대하고 나서기에 급급하다. 간접 민주주의가 채택된 우리나라에서는 투표를 통해 당선된 국회의원의 역할이 중 대하다. 현대사회에서 성장과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경향 때문에 도태된 노동자들은 그들의 요구를 대변해줄 정당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빈부격차는 격화될 것이고 사회적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도태된 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진심으로 이 해함으로써 그와 관련된 정책을 발의하는 국회의원의 직무가 제대로 수행된다면 노동자의 요구가 반영되어 민주주의 사회 내의 상처는 조금씩 치유되어갈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구절이 있었다. “사회적 시민권이란, 생산에 대한 개인의 기여도와는 무관하게 공동체의 성원이라면 누구에게나 기본 생활과 복지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이를 통해 삶의 기회가 확대되도록 하는 것이 공동체의 의무라 고 인식하는 사회 윤리적 기반에 서 있다.” 이 구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개인의 기여도와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 헌법에 평등권이 명시되어 있다고 해도, 사회 곳곳에는 보이거나 혹은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 모든 사람은 부모, 환경, 건강상태 등을 선택하지 못한 채로 태어난다. 그래서 운에 따라 어떤 사람 들은 건강한 신체를 지니고, 풍족한 환경에서 태어난다. 그러나 어떤 다른 이는 건 강한 신체를 지니지 못하고,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나기도 한다. 운은 통제할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에 정부 주도하에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정부가 사회적 약자에게 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들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책을 읽으면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된 계기도 있었다. 내가 사회적 약자의 범위를 협소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근로 기준법> 6조에 따르면 ‘국적’ 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왜 다른 나라 국적을 지닌 자들을 우리나라 법에서 보호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꺼려하는 직종인 3D 직종에 이주노동자 대다수가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2차 산업에서 그들의 노동력은 더욱이 중요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처우 는 열악하다. 일부 사장은 이주 노동자 대다수가 불법 체류자라는 점을 빌미로 최저 시급조차 되지 않는 월급을 주고 더 많은 근무시간을 요구한다. 단순히 이주 노동자들이 우리 산업에 도움이 되므로 그들에게 최소한의 윤리를 지키자는 차원보다는,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으므로 그들에게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보장과 사회 보호 확대를 위해서 저자가 주장하는 바처럼 불법 체류자가 되지 않게 고용허가를 연장해주는 제도를 도입하여,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도덕적 책무를 다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때 노동자 관련 책을 읽으면서도 풀리지 않던 의문이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이 평생 가난할 확률이 높다는 것은 개인의 자질과 사회구조의 모순 둘 중 어떤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칠까?’ 이 책은 사회적 시각에서 노동자들이 사회적 약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보여준다. 내가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나의 의문 에 완전한 답이 내려질 수는 없겠지만, 사회구조의 모순으로 인해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모습들을 보고 느낀 것이 있다. 일단 국가의 주도하에 노동자들의 인권과 기본권을 보장하여야 이상적 민주주의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이 노력하지 않는다는 핑계로 국가가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면, 노동자의 상처는 치유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국가의 중추기관이 맡은 바 책무를 제대로 수행함으로써 좀 더 평등함이 도래하는 사회가 되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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