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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 감독(Quentin Tarantino, 1963~)의 작품 세계B급인 척하는 A급 영화
출처: MIRAMAX

비디오가게 점원으로 취직한 후 온갖 장르의 영화를 섭렵한 소년은 어느새 세계의 수많은 영화 팬들에게 인정받는 거장이 되었다.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1963~)는 시간 순서를 따르지 않는 독특한 이야기 구조, 허를 찌르는 반전, 그리고 수다스러운 대사와 거침없는 폭력 액션 등 그만의 전매특허인 독특한 연출 스타일을 갖고 있다. 또, 그는 감독이자 각본가, 제작자 그리고 배우로서 영화를 그 누구보다 좋아하는 만능 영화인이기도 하다. 지인들에게 ‘걸어 다니는 영화 사전’이라고 불리는 그는 방대한 영화적 지식을 바탕으로 영화 장르의 관습적 구조를 해체하고, 이를 유희적으로 재구성해 새로운 영화적 스타일을 만들었다 . <저수지의 개들)>(1992)부터 <헤이트풀8>(2015)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B급 영화를 새롭게 탄생시키고 있는 그의 영화 세계를 들여다보자.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은 그가 보여주고자 했던 작품 세계에 대한 선포이자 영화계의 주목을 끈 신호탄이 되었다. 영화는 서로 전혀 모르는 갱 6명이 한 곳에 모여 대규모 보석 강도에 성공했으나 문밖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과 맞닥뜨리게 되면서 서로를 의심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감독은 많은 영화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받아 다양한 대중문화 코드를 인용한다. 영화는 1980년대 중국의 홍콩 반환을 앞둔 허무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남성 간의 유대를 강조한 범죄영화인 ‘홍콩 누아르’를 차용한다. 예를 들어, 영화는 <용호풍운(City on Fire)>(1987)과 같은 영화에서 주인공의 직업이 비밀경찰이라는 서사 코드를 빌리고 있다. 또한, 그는 1920년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살아가는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한 ‘갱스터 영화’를 차용하고 있는데, 영화 속 등장하는 보석강도와 같은 사건들은 갱스터 영화의 대표적인 서사 코드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부분에서 쿠엔틴 타란티노가 사용한 B급 영화의 코드를 읽을 수 있다.

출처: MIRAMAX

두 번째 장편 <펄프 픽션(Pulp Fiction)>(1994)에서는 이와 같은 특징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펄프 픽션>은 LA의 암흑가를 배경으로 서로 연결된 에피소드들을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은 20세기 초 미국에서 유행하던 싸구려 잡지를 부르던 말인 ‘펄프 매거진’(Pulp Magazine)에서 비롯됐다.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는 싸구려 잡지 속 미스터리 소설, 모험 소설, 환상 소설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B급 코드들을 의도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한편, 쿠엔틴 타란티노는 영화 속에서 서로 연결되거나 얽혀 있는 에피소드의 시간 순서를 뒤죽박죽 섞어 버린다. 이는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그 이야기들을 몰입하며 따라가다 보면 결말에는 모든 사건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는 1994년 그에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겨주며 영화계에서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다지는 기반이 되었다.

출처: MIRAMAX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는 폭력을 형상화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도덕적 엄숙함을 비웃기까지 한다. <킬 빌(Kill Bill)>(2003)은 결혼식 당일 자신이 속했던 조직의 일원들에게 하객들과 남편은 물론 배 속의 아기까지 빼앗긴 여전사의 복수담을 그리고 있다. 이는 본래 하나의 작품이 었으나 4시간에 이르는 상영시간 때문에 1부와 2부로 나뉘어 개봉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서양의 배경에 일본의 사무라이 영화와 중국의 무협 영화에서 등장하는 결투 장면을 결합하며 오마주(Hommage)한다. 또한 그는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거나, 피가 솟구쳐 흐르는 것과 같은 스플레터 영화(Splatter Film)의 전형적인 코드를 사용한다. 개봉 당시, 영화는 과도한 신체 훼손과 절단과 같은 폭력의 수위로 인해 R등급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관객들은 그가 제공하는 폭력의 카타르시스(Katharsis)에 열광했다. 한편, 영화 속 강렬한 결투 장면의 주인공들은 모두 여성이다. 영화는 주인공을 기존의 <미녀 삼총사>(Charlie’s Angels, 2000)와 같은 영화 속에서 섹시한 옷을 입고 액션을 흉내 내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아닌 전사로서의 명예를 중시하며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존재로 그려낸다.

그가 표방하는 B급 감수성은 매튜 본(Matthew Bourne, 1960~) 감독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Kingsman: The Secret Service)>(2015)와 같은 영화를 탄생시킨 토대가 된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는 기존 영화 장르의 관습적 구조를 해체하며 세계 영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타란티노 마니아(Tarantino-mania)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영화에 열광하는 많은 영화광이 존재한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에 유독 열광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그가 남긴 영화사적 업적도 물론 있겠지만, 그의 영화는 첫 번째 가치로 최고의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는 B급 감수성을 표방하며 심오하거나 철학적인 주제를 던지지는 않지만, 세련된 연출과 탄탄한 스토리로 A급 영화를 만들었다. 기존 영화 소재들의 특징에서 벗어나 다른 새로운 재미를 찾아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B급 영화 같은 A급 영화 속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김은성 기자  (ppicabong@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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