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무제

박은비(국어교육14)동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자주 보이는 ‘TMI’라는 말이 있다. ‘Too Much Information’의 약자로, 직역하면 ‘매우 과한 정보’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쓰이는 용어로서 그 의미를 조금 더 부연하자면 ‘상대방이 궁금해하지 않았음에도 돌아오는 쓸데없는 정보’ 쯤이 적당하겠으며, 친한 친구 사이에서는 ‘안 물어봤어’ 정도로 쓰이는 유행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글에서만은, ‘TMI’를 활자 그대로 ‘매우 과한 정보’라는 일차적 의미를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가 보고자 한다. 재학생 때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훨씬 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현재로선, 필자는 지나온 대학 생활 자체가 ‘TMI’의 연속이었음을 더더욱 실감하고 있다. 대학교에서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다양한 정보들은 정말 말 그대로 ‘과’하다. 학교생활을 하며 접하고 겪는 모든 정보, 일들이 ‘Too Much’인 것이다.

대학교에 진학하자마자 쏟아지는, ‘과다한 정보’는 신기한 한편 부담스럽고 의아하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는 다름 아닌 ‘이야기’다. 소위 말하는 ‘소문’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 새로운 정보를 접하는 것은 늘 흥미로운 일이나 그 양이 감당하기 힘들어지기 시작하면 ‘부담’이 된다고, 크고 작은 정보들을 단순히 접하다 못해 직·간접적으로 복잡한 사건·사고에 치이는 일이 생기면 정신적으로 매우 지치고 힘들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경험들은 ‘말의 무게’에 대한 자각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그 무게는 곧 내가 어떠한 ‘이야기’를 구성하는 사람으로서 관여했을 때 감당해야 할 ‘책임의 무게’라는 것도.

우리가 속해있는 소(小)사회가 중·고등학교에서 대학교가 될 때, 그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는 만큼 복잡한 소문과 이야기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그래서 그것들을 별로 알고 싶지 않음에도 마주하게 돼버린다. 예컨대 같은 과 동기에 대한 비밀부터 학과 내 사소한 스캔들, 듣는 사람마저 불쾌해지는 이러저러한 뒷말, 더 나아가 다른 학과의 크고 작은 사건들까지 자발적으로 눈과 귀를 막고 다니지 않는 한 이러한 정보들을 꼭 한 번씩은 접하게 된다. 개중에는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이야기와 터무니없이 왜곡된 이야기들도 왕왕 끼어있기 마련이나 하루가 다르게 생성되고 추가되는 이런저런 정보들에 파묻혀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별 의심 없이 믿어버리기도 한다.

어떠한 정보와 사건은 그 자체로 힘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규모나 종류, 사실여부에 상관없이 누군가의 입을 통해 발화되어(혹은 기록되어) ‘말’이나 ‘이야기’ 등이 되어 실현될 때 비로소 힘을 갖기 시작한다. 설령 재미로, 가볍게 시작했더라도 그것이 일단 말이 되는 순간 점점 묵직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정보가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무게가 생기는 이때, 우리는 분명히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즉, ‘말의 무게’를 인지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건은 필연적으로 말을 동반하므로, 무수한 사건·사고가 범람하는 ‘대학교’라는 소사회에서는 더더욱 중요하다. 불가피하게 관계와 유대를 동반하는 것이 대학교 생활이니만큼 말 한마디의 영향력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말에 대한 경각심과 책임’을 자각하느냐 마느냐는 한 끗 차이지만, 이에 따라 그대의 대학 생활은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생각해본다. 무서운 소문의 벽에 감겨버리거나 우직하고 믿음직한 한 사람으로 자리 잡거나. 여기저기서 부딪쳐오는 이야기를 관조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를 통해 어떤 이야기에서 ‘왜곡의 가능성’을 볼 수 있다면, 그 무서움을 알고 경계함으로써 괴물이 되어버린 이야기를 죽여 버린다면 그대는 긴말을 하지 않더라도 신뢰를 풍기는 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