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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건축88) 동문사람들과 소통하는 건축가

  조한 동문은 강의, 책, 라디오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람들에게 시간의 감동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더 좋은 건물, 더 예쁜 건물을 추구하기보다는 공간이나 건물을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자 노력한다.

그는 M+(엠플러스), Loyal University of Modern Arts(LUMA), White Chapel 등의 건축 작업을 하였으며,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제2회 젊은 건축가 상, 2010년에는 제100회 서울특별시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그는 건축가로서 많은 업적을 남겼으며 현재도 계속해서 건축에 대해 탐구하고 고민하고 있다. 현재 ‘한디자인(HAHN Design)’ 및 ‘생성/생태 건축철학연구소’ 대표이자 본교 건축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조한 동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Q. 건축대학과 건축대학원을 졸업하며 건축가의 길을 밟았다. 또한 건축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언제부터 건축가의 꿈을 꾸었는지 궁금하다.

A. 처음부터 건축가를 꿈꾼 것은 아니다. 대학교에 지원할 당시에는 인기 있는 학과 중 하나인 컴퓨터 관련 학과에 지원하려 하였다. 원서 접수 막바지에 내가 그림 그리는 것과 모형 만드는 것을 좋아하니 건축학과에 지원하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본교 건축학과에 지원하게 되었다. 그렇게 본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우연히 중학생 때의 생활기록부를 보게 되었다. 희망 직업 기입란에 3년 내내 ‘건축가’가 적혀있었다. 컴퓨터 관련 학과를 지원하려고 했던 내가 어릴 적 건축가를 꿈꾸고 있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건축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건축가가 나의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1학년 때 선배들의 졸업 작품을 도와주는 전통이 있었다. 전공 수업이 적은 대신 선배와 함께 작업하며 건축과 관련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선배의 졸업에 도움을 주었다는 뿌듯함과 건축에 대한 재미를 느끼며 서서히 건축가로서의 꿈을 키워나가게 되었다.

Q. 지금까지 수많은 건축물을 작업하였다. 그 중 본인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건축물은 무엇인가?

A. 공주시 한 마을회관이 떠오른다. 특별히 튀는 건물은 아니지만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보통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자연을 건물에 어떻게 접목시키느냐에 관심을 둔다. 하지만 농촌에 계신 노인분들에게 그것은 큰 관심사가 아니다. 문을 열면 산, 논 등이 있고 언제나 자연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고 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의 그러한 생각을 듣고 내가 생각하는 세계가 다양한 삶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디자이너로서 나의 생각을 강요하기보다는 내가 디자인한 곳에서 살아갈 이들의 생각을 먼저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건축주 한 사람이 아닌 마을 주민 전체를 위한 공간을 만들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 사람들을 들여다보며 마을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건축물이다.

공주시 정안면 광정리 마을회관 (사진제공 건축가 조한)

Q. 인터뷰와 강의 등을 살펴보면 시간과 공간에 대해 자주 언급하며 ‘감동은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다’라는 말을 하였다. 이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다.

A. 본질은 시간에 있다고 믿는다. 본질은 아주 오래된 건물, 자연, 혹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사용하는 사회적 관계에서 드러날 수 있고 그것들에서 우리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자연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자연만큼 시간의 흐름이 잘 보이는 것은 없다. 자연은 수백만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렇기에 자연을 통해 같은 공간도 자연에 의해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오랜 시간과 역사를 담고 있는 공간을 보았을 때 감동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 항상 ‘감동은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다’라고 얘기한다.

Q. 건축 작업을 할 때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A. 마음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욕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통 디자인을 위탁하는 사람은 막연히 원하는 디자인을 설정하고 이를 요구한다. 하지만 디자인을 위탁할 때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넘어 왜 원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디자이너 또한 주체적으로 자신이 그 작품을 통해 무엇을 보이고자 하는지 파악하고 스스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디자이너의 욕구와 디자인을 위탁하는 사람의 욕구가 만났을 때 훌륭한 작품이 탄생하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위탁자의 의견을 수동적으로 듣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욕구를 드러내고 위탁자가 지닌 욕구의 중간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Q. 직접 집필한 『서울,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2013)과 『도시인문학 강의 : 서울의 재발견』(2015)은 모두 서울을 소재로 하고 있다. 많은 지역 중 서울을 소재로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A. 책을 출판하기 전, 약 1년 반 동안 TBS 교통방송 라디오에서 서울을 소개하는 코너를 진행하였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방송을 통해 서울에 대해 미처 알지 못했던 점을 많이 알게 되었다. 특히 기존의 책을 통해 서울의 문제점을 많이 알게 되었으나 장점에 대해 소개하는 책은 적어 아쉬웠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책을 출판하게 되었고 나는 서울의 좋은 점에 대해 쓰고자 하였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철학적인 이야기를 눈에 보이는 건축물과 공간을 통해 쉽게 전달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서울,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은 보고 싶은 대로 보면 된다. 나는 책을 통해 은연중에 ‘기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을 여행가이드 북으로 봐도되고 나의 자서전으로 봐도 된다. 또한 어느 챕터를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이렇듯 독자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Q. 건축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A. 건축가이기 때문에 꼭 물리적인 해결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고 싶다. 땅이 있으면 그 위로 건물을 지어야 하고, 그 건물을 평가하는 과정이 꼭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빈 땅이 있어도 건물을 짓지 않는 것이 정답일 수 있다. 꼭 건축업을 통해서 건축을 할 필요는 없다. 건축은 나에게 세상을 보는 눈이자 몸이다. 그러한 눈과 몸을 통해 어떠한 사항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고 더 고민해보고 그것들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 된다. ‘건축’을 통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 것이지, ‘건축물’을 통해 어떠한 것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Q. 건축가를 꿈꾸고 있는 본교 학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앞서 말했듯이 건축 공부를 했다고 해서 꼭 건축업을 할 필요는 없다. 과거에는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축업을 하지 않은 이들을 실패자로 여겼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고 건축 공부를 통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다양하기 때문에 꼭 건축가의 길을 가지 않아도 된다. 건축 공부를 하면 세상을 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이 생긴다. 그 눈을 통해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건축을 탈출한다’라는 의미로 이른바 ‘탈건’이라는 말이 쓰인다. 건축학을 전공하면 사회에 나왔을 때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의미로 이와 같은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 건축 공부는 마치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몸으로 익히기 때문에 한동안 건축 업무를 하지 않아도 금방 다시 습득할 수 있다. 그러니 탈건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건축 공부를 하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

권미양 기자  (aldid5@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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