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타겟이 되는 대학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 입학이 결정되는 순간 많은 구속들이 사라진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과 저녁에 잠드는 시간을 직접 결정할 수 있고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있지 않아도 된다. 대학생들은 대학 입학을 위해 보냈던 시간들에 대한 보상으로 선택의 자유를 받는다. 그리고 각자의 시간과 방향대로 살기 시작한다. 동아리나 학생회에 들어가기도 하고 대외활동을 통해 다른 학교 대학생들을 만나기도 한다. 또 학업이나 연애를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인다. 대학생들은 지금이 얼마나 귀한 시간인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대학생을 기다리는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상업화된 도시는 대학로를 지나는 대학생들에게 소비되길 기대한다. 캠퍼스에도 유명 브랜드의 커피전문점, 휴대폰 매장,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다. 강의가 없는 시간과 기업이 운영하는 공간이 절묘하게 맞닿는다. 다른 대학생들과 시간을 보낼 때에도 자연스럽게 학교 안과 밖의 가게들로 이끌린다. 대학생이 되어 경험하는 캠퍼스와 주변은 소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한다. 캠퍼스에서 유행과 대세는 의도를 가지고 부추겨진다. 기업들은 대학생이 자신의 기호를 비롯한 정체성을 찾을 시기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대학생으로 하여금 오래도록 지속될 습관을 만들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상표와 광고물이 곳곳에 붙어 일상으로 다가오며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 상품을 나눠주는 판촉행사도 진행한다. 기업들은 대학생들이 당장 쓰는 돈과 앞으로 쓸 돈을 필요로 한다.

이렇게 대학 생활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돈이 추가로 지출된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한 경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쉬는 시간과 공부하는 시간이 일하는 시간으로 바뀐다. 때문에 대학 생활에서 학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와는 별개로 상업적 이해를 지닌 입장에서는 대학생들이 꼭 필요하다. 정규적인 직업을 가지기 어려운 대학생들은 값싸고 쉽게 쓸 수 있는 노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에 기업에 입사할 시점을 생각해 일하는 경험을 부여해야 할 필요도 있다. 어찌됐든 소비와 생산의 영역에서 모두 대학생들은 좋은 타겟인 셈이다. 

무엇을 좋아하는지와 그렇지 않은지를 분명히 가려내지 못하면 다른 누군가의 이해가 만들어둔 함정들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인간관계, 학업, 노동을 비롯한 각종 고민거리가 짧은 시간에 집중되는 만큼 정작 자신에 대해 생각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그것은 중요하다. 행복은 여느 속삭임들처럼 값싸고 편리하게 구매할 수 없다. 스스로 찾고 계획한 길이 아니라면 그 끝에 무엇이 놓여있더라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덫을 피해가는 일에 가까운 궁여지책이다. 대학생들이 타인의 희망사항을 자신의 것처럼 믿고 쫓는 일은 치밀하게 계획되었다. 상업 공간을 곳곳에 배치하는 학교와 도시, 젊음에 상품과 서비스를 끼워팔기 하려는 기업은 대학생을 시민이 아닌 소비자로 키우고 있다. 다양성과 가능성을 찾고 실현해야 할 대학생을 표적으로 삼고 이용하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학교와 도시는 더 많은 공간과 지원을 기업이 아닌 대학생을 위해 할애해야 한다. 대학생의 젊음은 타인이 만든 환상이 아닌 자신이 계획한 미래를 위해 쓰여야 한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