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9.11 수 11:20
상단여백
HOME 문화 COS
김애란 작가의 작품세계‘그들’의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우리’의 이야기일 수 있는

김애란 작가는 단편소설을 엮어 만든 첫 장편소설인 『달려라 아비』(2005)를 시작으로, 그녀를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해준 『두근두근 내 인생』(2011), 그리고 장편소설 『비행운』(2012)을 발표했다. 또한 최근에 발표한 네 번째 장편소설 『바깥은 여름』(2017)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김애란 작가의 작품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등장인물이 모두 비극적인 상황 속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소설에 나타나는 지나치게 현실적인 상황을 통해 독자는 자신의 모습을 또는 이웃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나 작가는 아픈 현실을 그려내면서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심어두기도 한다. 이제는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작가로 우뚝 선 김애란 작가가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의 대표작인 세 작품을 통해 김애란 작가만의 아픈 표현력을 곱씹어보자.

출처: H군 네이버 포스트

먼저 첫 장편소설인 『달려라 아비』(2005)의 제목은 말 그대로 주인공의 상상 속에서 계속해서 달리는 아버지의 상황을 암시한다. 주인공은 아버지를 실제로 본 적이 없지만,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를 늘 달리고 있는 존재로 인식한다. 평소에는 절대 달리지 않던 아버지가 어머니와 관계를 가지기 위해 피임약을 사러 온 동네를 뛰어다닌 것이 어머니 기억 속 마지막 아버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머니는 피임이 되지 않아 주인공을 낳는다. 어느 날, 아버지의 부고를 전해받고 그녀는 아버지가 자신의 상상 속에서 자꾸만 달렸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와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은 나쁘면서 불쌍하기까지 한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아버지를 원망하면서도 가엾게 여기고 그를 용서하기 위해 계속해서 그녀의 머릿속에서 달리게 한 것이다. 책 속에 나타난 ‘달린다’라는 표현은 순수한 의미의 달리기를 뜻하기도 하지만 가족을 버리고 떠나버린 아버지의 모습과 아버지를 용서하기 위해 계속해서 그를 달리게 한 의미까지 함축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 눈여겨 볼만한 점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주체성을 잃지 않는 주인공의 성격이다. 그녀는 어머니가 자신에게 물려준 가장 큰 유산을 ‘연민하지 않는 법’이라고 표현한다. 사람들은 흔히 그녀에게 ‘괜찮냐’는 위로를 전하곤 하지만, 사실 그 위로는 그들 자신에 대한 안부를 묻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달려라 아비』(2005)는 고정된 의미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의미를 담아내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출처: 책수레 네이버 쇼핑

두 번째로 만나볼 『비행운』(2012)은 8개의 단편을 모아놓은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여기서 비행운은 두 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날 비(飛)의 갈 행(行), 구름 운(雲)으로 차고 습한 대기 속을 나는 비행기의 자취를 따라 생기는 ‘구름’을 뜻한다. 다른 하나는 아닐 비(非)의 다행 행(幸), 돌 운(運)으로써 ‘행운이 아니다’라는 뜻을 갖는다. 따라서 책은 비행운(飛行雲)에 대한 꿈이 커질수록 비행운(非幸運)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비행운』(2012) 속 여섯 번째 소설 「큐티클」에 나오는 주인공이 바로 이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방송국 프로듀서가 되고 싶었지만, 공부를 오래 할 자신이 없어 제약회사에 취직한 주인공은 소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점차 자각해간다. 흔히 사람들은 외향을 보면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우연히 대학 선배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주인공은 옷이나 손톱에 비싼 돈을 들이는 사람들을 비웃곤 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가 소비문화를 통해 계층을 구분 짓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주인공은 이제라도 변해보려 노력하며 발버둥 쳐보지만, 결국엔 본래의 소비습관으로 돌아오며 독자에게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출처: 이케이북 네이버 포스트

마지막에 수록된 「서른」은 현대 사회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옛 연인 때문에 다단계 판매에 발을 들이게 되는 한 20대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작품은 서울에 상경해 고시원 생활을 같이 해온 룸메이트 언니에게 쓰는 편지글 형식으로 서술된다. 비싼 학비를 감당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며 노력하던 주인공은 또다시 취업의 실패를 겪는다. 그러던 중 자신도 모르게 다단계 판매에 들어가게 되고 그곳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자신이 아끼던 제자를 이용하게 된다. 결국 제자는 엄청난 빚을 떠안게 되고 자살을 시도한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식물인간이 된 제자의 모습에 주인공은 반성과 자책의 시간을 보낸다. 사실 주인공은 대학교 시절에 그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여러가지 고난을 겪으며 그녀의 20대는 절망으로 치닫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우리 사회 속 20대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취업, 스펙 향상 등에 힘쓰지만 어떤 길을 가든 그 길이 쉽지만은 않다. 우리 중 누군가는 그녀와 같이 지난날을 후회하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회적으로 ‘성인’으로 받아들여지는 20대라는 시기는 살면서 가장 도전적이고 용기 있는 나이인 동시에 어쩌면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상처투성이인 나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비행운』(2012)은 아픈 현실을 냉철하게 보여주며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출처: 인터북스 홈페이지

『바깥은 여름』(2017)에서도 앞서 제시된 작품들처럼 비극적인 상황에 놓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소설은 ‘입동’이라는 제목의 젊은 부부 이야기로 시작된다. 부부는 네 살 아이 영우를 키우고 있었는데 불의의 사고로 아이를 잃게 된다. 아이를 떠나보낸 부부의 모습은 독자에게 두 종류의 안타까움을 전한다. 바로 싱그러운 아이의 모습을 떠올릴 때 부모가 느끼는 슬픔과, 부부를 바라보는 ‘남’들의 시선이 부부에게 위로가 아닌 독으로 다가옴으로써 자아내는 안타까움이다. 사람들은 아이를 잃은 사람의 옷차림은 어떠한지, 자식을 잃은 사람도 시식 코너에서 음식을 먹는지 등에 관심을 쏟았고 그로 인해 아내는 점점 집 안으로 숨어들게 된다. 이런 장면들이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다가도 지나친 관심으로 상처를 주곤 하는 현대 사회의 실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끔 한다. 또한 슬픈 현실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기운을 차리고 어떻게든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고통 속에 살게 되는 부부의 모습은 깊은 슬픔을 자아낸다. 소설의 다섯 번째 단편소설 「풍경의 쓸모」는 소설의 표제 ‘바깥은 여름’이 만들어진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는 본래 수록작 중 한 편을 제목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소설 속의 한 문장인 “유리 볼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에서 제목을 고안해냈다. 이 문장은 소설 속 주인공인 아들이 느끼는 감정을 잘 담아내고 있다. 아들은 어머니의 환갑잔치를 계기로 태국으로 가족 여행을 가게 된다. 여행 중 계속해서 아버지의 전화가 걸려 왔고, 전화의 목적은 바로 ‘돈’이었다. 아들은 비록 이혼했더라도 어려운 상황에서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아버지의 손을 결국 뿌리친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아버지의 부고 문자를 받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교수 임용까지 무산되고 만다. 결국 아들은 소설 말미에서 이렇게 외친다. “더블폴트(double fault)!” 더블폴트는 배구 경기에서 주어진 2번의 서브 기회를 모두 실패했을 경우를 뜻하는 말로 아버지와의 관계와 교수 임용 두 가지 모두 실패한 주인공의 상황을 대변하는 말이다.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서는 계곡에 빠진 제자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다 목숨을 잃은 남편과 그의 아내의 이야기를 다룬다. 혼자 남겨진 아내는 누군가의 삶을 구하기 위해 자기 삶을 버린 남편을 원망하지만, 제자 ‘지용’의 누나가 보낸 감사 인사 편지를 읽고 줄곧 외면해온 한 ‘눈’을 발견한다. 지용이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움켜쥔 게 차가운 물이 아닌 따뜻한 선생님의 손이었다는 것을, 그날 그곳에선 ‘삶’이 ‘죽음’에 뛰어든 게 아니라, ‘삶’이 ‘삶’에 뛰어든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이렇듯 김애란 작가의 소설은 비극적인 삶에 놓인 평범한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며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들을 무심하게 던진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사연들과 우리 자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사연들을 말이다. 독자들은 작품과 동행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나아가 ‘우리’의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김애란 작가의 세 작품을 통해 사회의 암울한 현실을 다시 한번 바라보며 고찰해보고, 만약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자신과 매우 닮았다고 느낀다면 약간의 위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남주 기자  skawn1791@mail.hongik.ac.kr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