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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은 배로 슬픔은 반으로, 사람의 소중함을 아는 청년송민호(도시11) 동문

매일 밤 잠들기 버거웠던 찜통 더위 속 여름방학, 열기는 서울을 떠날 듯 떠나지 않고 있었다. 따가운 햇볕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기자는 동문과의 약속 2시간 전부터 찬바람 부는 카페에 도착했다. 학기 내 북적거리던 홍문관의 카페는 마치 유령도시처럼 텅 비어있었다. 너무도 뜨거운 태양에 다들 집 밖으로 나서지 못한 탓일까. 손님 없는 카페에 혼자 앉아 찬 에어컨 바람을 맞고 있자니, 기자는 초면으로 대면하게 될 동문에게조차 친숙한 사람의 온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기자의 기대를 알아차린 듯, 송민호 동문은 환한 얼굴로 바깥의 열기를 끌고 카페로 들어왔다.

도시공학전공학부 수료를 마치고 졸업을 유예한 동문은, 건축 분야 직장에 취업하고 올해 8월 본교를 졸업했다. “저는 건축물을 설계·시공하는 분야에서 '녹색건축법'을 따라 인증(認證)하는 업무를 맡아 활동 중입니다.” ‘건축, 공학, 설계와 시공, 인증’. 이런 단어들이 낯설었던 기자는 동문의 업무를 도저히 파악하기 힘들었다. 갸우뚱거리는 기자에게 동문은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건축은 오가는 자본과 일의 규모가 굉장히 크기에 설계, 시공, 감리 등의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들이 협업하여 일을 진행한다고 한다. 동문은 이러한 역할들 중 하나를 맡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건축에 대한 관심을 키워온 동문은 항상 설계 분야에 지향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오래 지속해온 활동에 차츰 흥미를 잃었고 사회로 나가 직장을 구하다 보니 현재 인증 분야에서 활동하게 되었다고 했다. 학부 졸업 후 사회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는 학부 시절 고민했던 일들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1, 2학년을 마치고 군 복무를 다녀온 동문은 고학년이 되어 취업과 졸업에 대한 걱정들이 가득했었다. ‘내가 설 자리가 있을까’,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고민들로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또 활발하고 외향적인 성격이다 보니 오히려 진지한 이야기는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고, 혼자 고민을 삭히는 일이 많았다. 갈수록 스트레스 관리에 취약해진 그가 찾은 곳은 다름 아닌 본교의 학생상담센터였다. 정신과 전문의의 치료가 아니더라도 그저 자신의 말을 듣고 조언해 주는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으니, 생각보다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동문은 요즘도 상담 선생님과 연락을 주고받는다며 한결 홀가분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동문은 이러한 고민을 친구가 아닌 상담사에게 털어놓았지만, 친구들과의 인연은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라 했다. 도시공학전공 학과의 특성상 친구들과의 교류는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학부 시절 신도시 계획이나 단지 설계 등 혼자 할 수 없는 큰 규모의 스튜디오 과제들로 조 모임이 잦았으며, 4명 이상의 학우들과 자주 밤을 새우고 수차례 다투며 함께 고생했다. 하지만 덕분에 학우들과 둘도 없이 친해졌고, 서로 기대기도 하며 현재까지도 연락을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금도 건축 관련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합을 맞추며 고초를 겪기도 한다는 동문은, 사회에 나오니 더욱더 야속하고 어려운 관계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자신이 하는 하나의 선택에도 설계와 시공이 모두 바뀌고, 대규모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많은 책임감이 요구된다고 했다. 힘든 일은 어느 분야에도 있으며 마찰 또한 어디에나 발생한다. 하지만 함께하며 ‘기쁨은 배로, 슬픔은 반으로’ 나눌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면, 더불어 이 일을 하며 나 자신이 행복함을 느낀다면 동문은 항상 웃을 수 있다고 했다.

“스트레스는 받지 말고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즐기라.” 인터뷰 중 동문이 가장 강조했던 말이다. 평소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말에 도리어 부담을 느끼던 기자에게 이날 동문의 조언은 진실하게 다가왔다. 돌이켜보니 기자의 주변에는 항상 기자를 바라봐 주는 친구들과 가족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선과 책임감에 오히려 부담을 느끼고 투정을 부리던 기자의 지난 모습에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기자 곁의 그들이 기자를 바라봐 준다면, 기자 또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기자를 향한 시선들이 부담이 아닌 믿음과 위로로 변모하는 순간, 괴로웠던 더위는 이제 곧 가을 추위를 녹이는 온기로 다가올 것이다.

홍준영 기자  mgs0503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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