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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리얼리티 기행문 : 현실 직시편

“너 말하는 거 들으면 여든 먹은 할머니 같아.” 기자가 종종 듣는 말 중 하나이다. 그렇다. 기자는 사실 또래 친구들이 관심 없는 분야에 고민이 많다. 투표권이 처음 생기던 해 뽑을 당이 없어 고민하던 기자를 보고 친구들이 한 말도 그랬고, 언제쯤 한국이 강대국이 될까 라는 혼잣말을 들은 부모님도 그랬었다. 그런 기자의 마음을 근 3년간 괴롭히는 고민이 있다. 바야흐로 3년 전 처음 비행기를 타고 미국 땅에 발을 딛자마자 생겨난 고민이다. 

입국 심사대에서 직원이 아무리 공격적인 질문을 해도 절대 인상을 찌푸리지 말고 생글생글 웃으라는 조언을 되뇌며, 5분이 5년 같았던 입국 심사는 무사히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마치며 직원이 기자에게 툭 던진 질문은 기자가 가졌던 미국에 대한 환상, 스스로의 정체성, 동양인의 위치 등의 생각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같이 오신 어머니는 혹시 베트남이나 다른 동양 여성처럼 다른 집에서 일해주고 돈 받는 일은 안 할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엄연히 아버지와 같은 비자로 온 어머니를 그렇게 보았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지만 곧 미국 내 동양인의 위치가 어떠한가를 실감하며 잦아들었다. 이후로도 카페, 공항, 음식점 등 어딜 가도 단순히 실수라고 하기엔 명확히 악의적인 시선과 말투가 늘 유색인종을 향해 있었다. 기자가 한국을 헬조선이라 한 것도 과거의 일이 되었다. 하루에 수백 번씩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이라도 다르게 생긴 사람을 보면 움츠러드는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를 더 옭아매는 듯 했다. 본능적으로 동양인을 찾아 헤맸지만 TV에도 전혀 없고, 어쩌다 본 영화 포스터 속 동양 캐릭터는 가장 뒤에 배경처럼 서있을 뿐이었다. 유학 온 아시아계 학생은 많았지만 그들과 미국인 간의 경계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주류 집단에서 살았기에 몰랐던 사실을 소수 집단에 속하고 나서야 비로소 느끼게 되었다. 인종 차별을 논할 때조차 열외 대상인 동양인이 서구 사회에서 지닌 한계는 너무나 명백했다. 영어의 권력은 막강했고 배우러 왔다는 말은 핑계이며 영어를 못하는 것은 창피한 일로 간주되어야 했다. 공부는 잘하지만 사회성이 결여되어 있고, 성적에 집착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한 성격에, 돈이 없고 급하니 불법체류하며 억척스레 돈을 버는 사람. 이 사회에 부여된 동양인의 이미지는 그랬다. 그렇기에 아시아계 사람도 스스로를 떳떳치 못하게 여기는 경우도 적잖이 보았다. 

그러나 스스로만큼은 이러한 얽매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두려워하며 안주하기엔 남은 시간이 길었다. 그들의 생각이 그렇다면, 내버려두기보다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바꾸고 싶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여전히 고민은 계속됐다. 기자는 다시 동양인이 주류인 세계로 돌아왔지만 그곳에 남겨진 저들의 환경은 여전할 것이기에. 

반가운 소식이 들리곤 한다. 한국 아이돌인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 핫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서치⌋ 등 동양인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가 흥행하기 시작했다. 늘 조연으로만 활동하거나 인종 밸런스로 억지로 껴 맞춘 역할만 하던 동양인 캐릭터의 이런 변화가 신기했는지 뉴스와 분석이 끊이지 않았다. 그들이 내딛은 첫 걸음의 영향력은 거대했다. 이제까지의 동양인 프레임이 부정적이었다면 점차 스스로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려는 시도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피부색과 언어가 가진 권력은 수 세기를 거쳐 형성되었기에 단번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마 많은 시간이 흘러도 잔재할 지 모른다. 그러나 본인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 후 차별적 시선에 저항해 간다면 인종이란 틀에서 벗어나 오롯이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지는 세계가 오지 않을까 한 편으로 기대해 본다.

김나은 기자  smiles3124@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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