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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녹아들기

생동감 넘치는 한 주였다. 쏟아지는 비도 그치고 가을바람이 시원히 불었다. 독자들의 한 주는 어땠는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모처럼 학교를 오는 이들에게는 일종의 설렘과 동시에 이전과는 다른 기상 시간에 피곤함이 섞였을 거다. 반면 매일 학교를 오던 이들에게는 개강 후 학내 많아진 인파가 익숙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무엇이건 오랜만에 학교에 넘치는 생동감은 반갑기만 하다. 사실 신문사 기자들은 개강이 익숙하지 않다. 방학 동안 사람 없는 학교에서 지내왔기 때문이다. 어쩌면 방학을 제대로 즐기지 못해 일찍 찾아온 개강이 밉기도 했을 거다.

 

그래도 모처럼 만에 강당에서 나와 수업을 들으며 강의실에서 바라본 학교 풍경은 새로웠다. 다른 공간에 와 있는 듯, 공기부터 달랐다. 신문사 공기가 왠지 모르게 둔탁하고 묵직하다면 강의실은 가볍고 상쾌했다. 그리고 앞으로 두 공간의 공기 차이는 꽤 오랫동안 유지될 것만 같았다.

지난 개강호를 마치던 날에는 마침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이 있었다. 기자들은 바쁜 마감에 조금이나마 숨이 트이는 시간을 보냈다. 돌아보면 신문사에서 여유는 일종의 사치인 듯 느껴지곤 한다. 여유를 찾기란 쉽지 않고,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증에 걸린 셈이다. 다른 기자들이 숨을 고르는 사이에도 그런 압박감이 크게만 느껴졌다. 개강호인만큼 사람들이 많이 봐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게 들었던 탓이다. 그러다 보니 생각을 한 군데 집중하기보다는 정신없이 흐트러져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또 회의 시간에는 신경도 날카로워져 있었다. 

마감이 끝나고 버스를 타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현실과 목표 사이에 홍대신문이 있었다. 현실은 차갑기만 했다. 누군가는 더는 홍대신문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기도 했다. 목표는 꿈만 같아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았다. 대학언론 시상식 때 보았던 다른 대학 기자들의 모습들은 잡고 싶어도 잡히지 않는 구름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잡아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두 날개의 균형을 잡지 못하며 퍼덕이는 한 마리 새와 같은 심정이었다. 

어느 쪽에 좀 더 기울었을까. 이번 방학 기간과 개강호 마감을 하며 목표에만 가까이 가려보니 현실을 애써 부정하는 모습이었다. 사실 말이 그렇지 현실과 목표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어떤 걸 하더라도 자신의 현실과 목표는 같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문제는 균형이었다. 균형감을 잃다 보니 혼자서 속앓이를 하기도 했고, 기자 내부에서도 마찰이 끊임없이 있었다. 무엇이 이와 같은 상황을 만들었을까. 

지난주 화요일에는 교내 언론사인 교지, 영자신문 편집국장과 HIBS 실무국장 간의 저녁 식사가 있었다. 각자 저마다 언론사 운영에 관해 얘기하는 도중 깨달았다. 모두가 같이 하는 고민이었는데, 이를 나 혼자만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단 걸 말이다. 나 혼자만의 신문이 아닌 나도 같이 만들어가는 신문이었다. 때로는 기본적인 걸 까먹는데, 바로 지금이 그 순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듣지 않게 되고, 나 자신의 얘기만이 옳다는 생각에 빠졌다. 필요한 건 자연스럽게 녹아들기였다. 현실과 목표 사이에 서서 균형 있게 운영해나가는 것이 필요했다. 그런 생각 덕분이었을까. 수업과 마감으로 바쁜 개강 첫 주였지만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강의실에 먼저 도착해 수업을 기다리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신문과 책을 보기도 했다. 여유란 게 반드시 시간이 많아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갖고 있던 압박감을 조금은 내려놓고 주변을 관찰하기만 해도 충분히 찾을 수 있었다. 

 

4사 실무국장과 편집국장 간의 대화에서 언론사가 당장 없어진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하는 얘기가 오갔다. 어쩌면 당장 신문이 발행되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학내 언론도 본인이 여유를 찾은 것처럼 여유를 되찾았으면 한다. 사실 교내 언론은 특성상 상품으로서 존재 의의를 드러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홍대신문이 학내에 자연스레 녹아들기를 바란다. 모든 기사를 다 읽지 않더라도 간혹 배포대나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신문을 읽기도 하고, 또 공강 시간에 학교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훑어보는 신문이 되었으면 한다. 그렇게 독자들의 일상에 홍대신문이 녹아들었을 때, 신문도 비로소 여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편집국장 김민우  kimsioa@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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