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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쓰메 소세키 지음, 도서출판 이레, 2008.

<영상광고와 제작> 김신희 교수가 추천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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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후반에서 20대에 걸쳐있는 나이를 우리 사회는 청춘이라고 한다.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봄날을 보내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뒤돌아 본 자들은 청춘의 시기를 아름답다고 추억하지만 정작 그 시기를 보내고 있는 자들에게 청춘은 아름답기만 한가? 봄철이라는 계절은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서 많은 단계의 변성과 변태를 감당해 내어야 하는 치열한 계절이다. 그래서 스콧 핏츠 제럴드는 ‘The Great Gatsby’에서 이 시기를 인생에서 가장 Vulnerable(상처받기 쉬운)한 시기라고 칭하기도 한다. 어른의 몸이 되어 아이의 치기가 남아있는 이 시기에는 인간이기에 생겨나는 나쁜 마음들, 이기심, 질투심, 공허함, 위험한 호기심, 비양심 등을 내 안에서 순조롭게 처리하는 법을 잘 알지 못하기에 죄의식에 깊이 상처를 받기 쉬운 시기라는 의미일 것이다.

내가 『마음』이라는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한창 청춘에 접어들어 좌충우돌하던 시절인, 내 나이 22세가 되던 해였다. 그때 사귀던 일문과 남학생의 간곡한 부탁(청탁)으로 문학리포트를 대필해주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부정행위이지만 그때의 나는 그를 너무 사랑했다. 작가의 이름이 다소 웃기다고 생각하며 비오는 오후 한가롭게 소파에 누워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책을 펼쳐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소설이 끝날 때까지 단 한순간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닫으며 내 안의 모든 것을 흔들어대는 깊은 소용돌이를 느꼈다. 그렇게 우연히 만난 이 소설이 주는 여운은 대단했고 결국 ‘내 인생의 소설’로 각인이 되었다. 

저자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의 세익스피어’라고 칭해질 만큼 일본 근현대문학의 중요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실제로 그는 1984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 1,000엔 권의 초상이었다. 1867년에 태어난 옛날 사람이며 메이지 시대 말기를 보낸 작가이기에 이 소설은 발표된 지 100년이 넘는 옛날 소설이다. 그는 특유의 1인칭 화법을 사용하며 지식인이 가지는 죄의식과 이기주의의 한계를 주로 주제로 다루었다. 이 소설 또한 청춘 시절 질투심과 이기심으로 저지른 치명적인 실수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을 안고 살아가던 한 지식인이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인생을 배우고 닮아 가려는 한 청년을 만나 소통하는 가운데 결국 자기 안의 모순과 부조리를 견딜 수 없어 자살을 선택하는 이야기이다.

소설은 나, 선생님, 그리고 K(선생님의 절친)가 주요인물로 등장한다. 삶의 스승을 찾고 싶던 청년 ‘나’는 한 해수욕장에서 우연히 만난 ‘선생님’에게 알 수 없는 경외감과 매력을 느껴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먼저 말을 걸어 같이 산책을 하고 집까지 드나드는 등 동경심으로 오랫동안 마음을 터놓고 지내지만 선생님의 깊은 심연에서 느껴지는 우울의 정체는 쉽게 알아내지 못한다. 선생님은 사실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인간에 대한 믿음을 영영 잃어버린 사람이다. 홀로 매일 비밀의 화원을 드나들며 누군가의 무덤에 참배하는 선생님. 그의 비밀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소세키의 주인공은 ‘나’ 이다. 그의 소설은 그리 재미있지만은 않다. 인간의 나약하고 비겁한 본성에 대한 태연하고 가감 없는 그의 표현은 때때로 불편함을 주기도 하고 고지식하고 고집스러운 그의 화법은 자칫 피로감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의 이야기 안에서 그의 주인공인 ‘나’에게서 분명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이기심의 발현은 본능적이며 특별히 선과 악을 구분하여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결국 그 선택으로 가장 상처받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그의 메시지가 청춘의 시기를 겪고 있는 이들의 마음속에 큰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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