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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프레임에는 무엇이 갇혀있습니까?

탈(脫)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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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me[freim]: 1. (나무, 금속 등의)틀 2. 세상을 바라보는 창

프레임(Frame)은 나무 또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틀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이 단어를 사회적 의미로 확장시킨 미국의 미디어 연구자 토드 기틀린(Todd Alan Gitlin, 1943~)은 매스미디어의 보도가 ‘프레임’에 갇혀 있으며 바로 그러한 ‘프레임’ 자체가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레임을 인간이 언어 또는 영상 담화를 조직하는데 근거가 되는 인식, 해석, 강조 등의 지속적인 인지유형이라고 정의했다. 과거 학계에서 주로 쓰이던 이 개념은 현재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는 ‘탈(脫)프레임’ 운동으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날 없는 무기가 된 정치판의 프레임

프레임이 언론과 대중의 눈에 띄게 된 것은 2004년 출판된 한 책으로부터이다. 미국의 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George P. Lakoff, 1941~)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미국 진보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2004)에서 공화당이 우세했던 과거 미국의 정치가 어떠한 구조로 운영되었는지, 왜 빈민을 대변하는 진보세력이 빈민에게 지지받지 못하는지를 자신의 분야인 인지언어학으로 해석해 제시했다. 조지 레이코프는 책에서 “프레임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라며 인간의 뇌 속 고정된 프레임이 유권자들의 결정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프레임은 대개 도덕성에 기초하며 어떠한 사실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그 도덕성에 부합해야 한다. 이는 대중에게 ‘사실’만을 주장한 과거 미국의 진보세력이 왜 실패를 거듭했는지 알려주는 부분이다. 즉 정치계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진실, 훌륭한 정책 등이 아닌 정치인들의 가치와 인간적 유대, 진정성인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프레임은 광고의 ‘포지셔닝’(소비자의 마음 속에 자사제품이나 기업을 표적시장·경쟁·기업 능력과 관련하여 가장 유리한 포지션에 있도록 노력하는 과정)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정치계는 프레임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하는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세가 되는 프레임이 바뀔 때마다 표심의 판도도 요동친다. 국내 정치계도 프레임의 역할을 하는 개념들이 다수 존재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다수당인 양당이 사용하는 전략이 그 예이다. 그들이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생산하는 ‘지역 프레임: 대구·경북은 보수, 호남은 진보’, ‘세대 프레임: 노년층은 보수, 청년층은 진보’ 또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분단의 아픔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겪은 한국에서는 독자적인 ‘반공 프레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색깔론과 이어지며 ‘빨갱이’라는 단어 하나로도 국민들의 공분을 살 수 있는 위협적인 공격도구가 되었다.

 

[프레임 갤러리 : 프레임을 소개합니다]

비건(Vegan) vs NON-비건

전 세계적으로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채식주의자와 비(非)채식주의자 사이 서로에 대한 프레임이 형성되고 있다. 일부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육식에 대한 부정적 생각으로 비(非)채식주의자들을 야만인으로 비하하는 풍조가 생겨났다. 반대로 비(非)채식주의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채식에 대한 무지로 그들을 풀만 먹는 ‘토끼’로 취급하곤 한다. 서로에 대한 오해로 빚어진 프레임의 간극은 이해를 통해 좁혀 나가야 할 것이다.

 

만들어진 위인, 역사 프레임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사실을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인 팩션(Faction)이 유행하기 시작하며 역사 프레임이 대두되었다. 일례로 지난 2016년 개봉한 <인천상륙작전>은 상반된 평가를 받는 논란의 인물을 적극적으로 미화하고,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의 역사성을 무시한 채 사건을 선악 구도로 단순화시켜 일명 ‘국뽕’ 프레임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은 사례가 있다. 이 외에도 몇몇 팩션 작품이 사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역사를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여 논란을 야기하였다. 역사 프레임 문제는 비단 팩션 작품뿐만이 아닌 지난 2015년 대두된 국정교과서 논란에서도 이어졌다. 자신의 국가관을 정립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는 역사관이 미디어가 만든 프레임에 의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왼손잡이 프레임

‘왼손잡이’라는 단어에서 ‘왼’의 원형인 ‘외다’의 사전적 정의는 ‘물건이 좌우가 뒤바뀌어 쓰기에 불편하다’, ‘마음이 꼬여 있다’를 뜻한다. 반면 오른손의 경우, ‘오른’은 ‘옳다’라는 단어에서 나왔다. 합성된 단어의 분석을 통해 이처럼 왼손이라는 단어 자체에 부정적인 프레임이 씌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왼손 프레임’은 외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라틴어에서 왼손잡이를 뜻하는 ‘sinister’는 ‘흉하다’, ‘불운’ 등과 동의어인 데 비해 오른손잡이를 일컫는 ‘dexter’는 ‘알맞다’, ‘능숙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영어의 ‘right’ 역시 ‘옳다’, ‘권리’ 등 긍정적 의미를 지닌 반면 ‘left’는 ‘무시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야구나 권투에서 왼손잡이를 뜻하는 ‘사우스포’(southpaw)의 ‘포’(paw)도 손을 비하하는 단어로 쓰인다. 왼손잡이는 부정적이라는 편견에서 비롯된 프레임으로 인해 왼손잡이는 많은 불편과 차별을 겪는다. 예를 들어 노트의 스프링 위치 등은 오른손잡이가 사용하기에 최적화 되어 있으며, 바이올린이나 첼로 등의 현악기도 마찬가지이다.

 

‘국제’연애 프레임

다른 인종 간의 국제 연애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서 비롯된 편견적 프레임이다. 특히 단일 민족 경향이 강했던 과거 우리나라에는 타 인종과의 자유연애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이 매우 강했는데, 그 영향이 아직도 남아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양 여성과 서양 남성의 사랑에 대해 여성을 성매매 여성 취급하기도 하고, 서양에서는 동양인과 교제하는 서양인을 ‘옐로 피버(yellow fever)’라고 비하하기도 한다. 옐로 피버는 동양인을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증세라는 뜻이다. 이는 인종 차별과 성차별이 동시에 드러나는 시각으로, 자유연애라는 현상에서 타 인종과의 교제라는 특성을 부각시키고 그 이미지를 고착화시켜 수용자들로 하여금 차별적인 시선을 받게 하는 프레임이다.

 

언어 속 차별읽기

앞서 설명했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언어가 프레임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인간의 언어는 타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주요 조건 중 하나이다. 언어활동 체계는 매우 복잡하고 섬세하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고등 정신을 가진 인간만이 그 구성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고차원적인 문명을 이룩하고 이로 인한 문명사회가 꽃피자 언어의 파급력도 매우 커지게 되었다. 특히 기호와 사물 간의 연결에 있어 언어는 단순히 이름을 지정하는 것을 넘어 사물의 특성과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즉 명명(命名)으로 대상의 인식이 결정되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이름의 역할은 과거에 비해 매우 지대해졌으며, 그 영역을 점차 넓히고 있다. 특히 각종 유명 브랜드에서 네임밸류 효과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상표와 이름의 가치는 치솟아 올랐다. 이러한 이름 경쟁의 세상에 우리는 언어의 상대성 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 언어의 상대성 이론이란, 우리가 언어를 통해 객관적 세계를 보기 때문에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세계는 언어에 반영된 주관적 세계라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개별 언어와 문법 체계가 언어 사용자의 사고 구조를 규정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삶과 시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언어에, 명명(命名)자의 의도가 반영된다면 어떻게 될까? 특정 집단을 차별하는 언어가 오랜 시간 뿌리내리면 집단이 속한 사회에는 어떤 인식이 자리 잡게 되는 것일까?

 

언어 속 차별을 거슬러 올라가다

우리나라에는 우리말의 재미를 살려 재치 있게 구성한 언어유희 등의 말장난이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온다. 또한 현존하는 전통 속담에는 우리 민족의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 속담이란 한 민족이 오랜 생활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나 민중이 삶의 과정에서 겪은 생각과 태도를 담고 있는 비유적인 언어 표현을 말한다. 따라서 속담에는 당시 사람들의 언어습관, 사고방식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굳어져 현재까지 내려오게 된다. 그 중에서도 당시 만연했던 차별적 요소를 명확히 보여주는 속담이 몇몇 존재한다.

 

△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 아내가 집안일에 간섭하거나 말이 많으면 일이 안 풀린다는 뜻으로, 여성의 활동 범위를 제한했던 남성 우월주의 사상이 반영되어 있다.

 

△ 사내가 바가지로 물을 마시면 수염이 안 난다.

- 남자가 부엌에 드나들면 남자답게 되지 못한다는 말로, 남녀 간 역할을 구분 지었던 당시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다.

 

△ 소경 개천 나무라 무엇 하나.

- 자신의 잘못을 한탄하지 않고 남의 탓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눈 먼 사람을 뜻하는 소경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였다.

 

△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다.

- 남에게 말 못할 걱정되는 일이 있는데 혼자 속을 태우고 있다는 뜻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희화화한다.

 

이러한 속담들은 각종 매체에서 비유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기 때문에 내포되어 있는 부정적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는 여성, 장애인 등을 비하하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에 둔감했던 구시대의 가치관이 반영되었으므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악의 없이 내뱉는 말에 숨겨진 차별과 혐오의 면모를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말일수록 사용자는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속담보다 더욱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로, 은밀한 차별적 요소가 가장 명확한 것은 ‘호칭어’다. 호칭어는 ‘부름말’이라고도 하며 어떤 이를 부르는 데 쓰는 말이라는 뜻이다. 호칭어는 단순 지시적 의미에서 심리,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복잡한 의미 연결망을 획득하게 되었다. 더불어 화자와 청자의 사회적 관계를 반영하며 개인적인 감정, 심리의 표현으로서 실현되기 때문에 호칭어의 의미를 둘러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 아가씨, 도련님, 서방님

- 여성이 결혼 이후 남성 집안의 식구들을 부르는 호칭이다. 반대로 결혼한 남성이 아내의 가족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호칭어에서는 처남, 처형, 처제 등 존칭 어미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2017년 1월, 아가씨, 도련님, 서방님 등의 호칭은 성평등 문화에 어긋나며 여성의 자존감을 하락시키는 호칭이라는 의견이 1만 1천여 명의 지지를 받아, 호칭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시댁’으로 ‘시집’간 ‘출가외인’

- 여성이 결혼을 한 뒤 상대 남성의 집안을 지칭하는 단어는 극존칭인 ‘시댁’이다. 이에 반해 남성이 결혼을 한 뒤 부인의 집안을 지칭할 때는 ‘처가’ 라고 한다. 즉 남성의 집안은 ‘집’의 존칭인 ‘댁(宅)’을 붙이고 여성의 집안에는 평상어인 ‘가(家)’를 붙이는 것에 남녀 위계적 관계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결혼한 딸은 가족이 아니라 남과 다를 바 없다는 뜻의 단어 ‘출가외인’ 또한 여성이 남성의 집안에 종속되어 있던 시대에서 내려오는 성차별적 단어로서, 여성의 위치를 남성의 영역 내부로 한정짓는 의미로 현대 사회까지 잔존하고 있다.

호칭은 사람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다리이자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위치를 결정하는 지표가 된다. 호칭어가 바뀌어야 우리의 사고와 행동이 변한다.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려면 잔존하는 가부장적 의식을 개선하기 위한 호칭의 개정과 그것을 받아들이기 위한 국민의 문제의식이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일상어의 두 얼굴

언어에 내포된 문제점은 사용자가 인식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뿌리내린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사이 수많은 차별 표현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공고히 자리 잡은 언어적 프레임이 한순간에 벗겨지지는 않겠지만,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언어의 이면에 문제를 제기하고 끊임없이 성찰할 때 우리의 언어는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수평적 언어문화로의 길을 열 것이다.

문학 작품은 사회 분위기와 지배 이데올로기를 담는 그릇이다. 작품에는 작가의 성향과 당시의 시대 분위기가 반영되어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혼혈 등의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차별 표현이 난무하기도 한다. 특정 시각이 강하게 드러나는 문학 작품에서는 부정적인 장소, 사건, 인물 등의 묘사에 사회적 소수자를 삽입함으로써 그들을 향한 혐오적 시각을 내포하거나 비하 단어로 그들을 지칭하여 비하당하여 마땅한 존재라는 의미를 드러낸다. 문학 작품을 반성적으로 향유하여야 할 독자로서, 작품에 드러난 소수자의 위치가 차별적 시각을 조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늘 공적인 정보를 전달하여야 할 행정 문서에도 차별 표현이 존재한다. ‘미망인(未亡人)’, 학부형(學父兄), 귀머거리, 벙어리, 신체불구자 등의 단어는 공공 문서에도 자주 삽입되는 표현으로, 모두 사용을 지양해야 할 차별적 단어이다. 미망인의 경우 ‘(남편을 따라 죽어야 하는데)아직 죽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여성을 남편에 종속된 존재로 보았던 가부장제의 잔재이다. ‘학부형’은 학생의 아버지나 형이라는 뜻으로 학생의 보호자를 이르는 말이나, 학생의 보호자를 남성으로 한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귀머거리, 벙어리, 장님 등의 단어는 일상적으로 쓰인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이 발간한 “장애인 차별 언어의 양태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말이 사회통합적인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한 방안으로 순화 범위를 비유적인 표현으로까지 확장할 것을 권유한 바 있다. 따라서 차별 언어로 인식하기 어렵더라도 ‘장애인’으로 고쳐 쓰는 것이 적절하다.

신문 기사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도 차별 표현이 난무한다. 언론에서는 ‘눈먼 돈’, ‘벙어리 외교’ 등의 단어를 대표 단어로 내세우기도 하는데, 이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빗댄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도의 화제성을 위해 자극적인 비유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단어에는 차별 또는 비하 의도가 담겨 있으므로 다른 단어나 비유를 사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현대 사회의 발달은 연령대와 성별 등에 상관없이 한 공간에서 소통할 수 있는 미디어 매체를 많이 생성했으나, 그 이면에는 수많은 차별 표현이 존재한다. 특히 성별을 특정한 혐오 표현이나 지역 차별 표현은 다수의 커뮤니티에서 일상어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더불어 ‘○○남’, ‘○○녀’ 등의 신조어에는 잘못된 행동을 성별의 문제인 것처럼 일반화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최근 ‘엄마’를 뜻하는 ‘맘(Mom)’과 벌레를 뜻하는 ‘충’이라는 단어를 더한 ‘맘충’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 ‘아이를 가진 여성’을 마치 벌레와 같은 존재로 일반화하는 현상이 생기기도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현대 사회의 변화에 따라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경쟁하듯 신조어가 쏟아져 나오고, 이것은 우리의 일상 속으로 빠르게 스며든다. 이러한 신조어의 바다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쏟아지는 차별 또는 혐오 표현을 모르는 척 웃어넘기며 계속 사용할 것인지, 단어의 의미를 엄밀히 파악하여 혐오 표현의 사용을 지양할 것인지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선택의 몫일 것이다.

 

 

현재 사회적으로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되는 프레임은 성별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을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남성은 이래야 한다. 여성은 이래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이 고착화되어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실시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및 남녀차별과 관련한 인식조사’에서 전체 10명 중 7명(67.9%)은 여전히 가정 내에서 남녀의 고정적인 성 역할을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에게 씌우는 프레임으로 인한 문제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유교 사상의 잔존으로 여성 인권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문화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한국 사회 내에서 현저히 낮은 여성의 사회적 위치는 고용, 임금, 승진 등에 대한 차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경우, 공채에서 남녀의 채용비율을 4대 1로 정해 놓고 전형 과정마다 남성에게 이익을 주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물론 남녀고용평등법이 처음 시행된 1988년 이래로 여성 고용률이 약 70% 정도 증가했지만, 여전히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숫자다. 또한 관련법이 존재하더라도 서류전형과 면접에서 점수를 조작하는 방법은 내부고발이나 정부 감사 없이는 적발이 힘들다. 모집공고에는 차별 없이 채용한다고 적혀있지만 실제로는 남녀 분리직군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용의 문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문제까지 이어진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지난 7월 발표한 ‘2018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 중 비정규직의 비율은 약 41%인 반면 남성 비정규직의 비율은 약 25%이다. 특히 임신·육아 등의 이유로 휴직했던 여성 근로자들의 65%는 비정규직으로 복귀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임금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성별 임금 격차는 15년째 OECD 1위이며 여성 고용률은 35개국 중 29위, 여성 임원 비율은 마지막 순서를 겨우 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여성고용문제를 여성고용정책과에서만 담당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추진에 목소리를 높인다. 영국은 ‘30% 클럽’을 두고 남녀평등 문제에 힘쓰고 있다. 30% 클럽은 2010년에 발족하여 짧은 시간 내에 영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며 영국 내 주식 상장 기업 이사진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두는 것이 목표이다. 우리나라도 지금껏 여성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한 운동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성운동으로 인한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호주제 폐지다. 호주제는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 구성원의 출생, 혼인, 사망 등 신분 변동을 기록하는 신분등록제로 일제 강점기 때 도입됐다. 이후 대표적인 성차별 제도로써 인식되어 왔고 재혼 가족이나 한부모 가족을 가족으로서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따라서 1997년 한국여성대회에서 호주제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태영 박사의 가족법 개정 운동을 시작으로 남녀평등에 대한 운동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비례대표제 여성할당제’도 여성의 사회 참여를 높이기 위한 여성운동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아이슬란드의 ‘여성소비총파업’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여성 소비 거부 시위도 진행되고 있다. 여성을 수동적인 소비자로 여기는 인식을 바로잡기 위하여 매달 첫 번째 일요일에 소비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 사회 내에서의 여성의 사회적 위치는 눈에 띄게 낮다. 

이뿐만 아니라 여성은 ‘안전’에 있어서도 불안한 위치에 있다. 살인, 강도, 성폭행과 같은 강력범죄 피해자 중 여성의 비율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1995년 6,479건이었던 여성 대상 강력범죄는 2014년에 28,920건으로 급증했다. 1996년에 72.5%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던 비율이 2014년에는 87.2%로 강력범죄 피해자 10명 가운데 9명 가까이가 여성이라는 소리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7년간 검거된 몰래카메라 범죄자 중 여성 비율은 2.4%인 반면 남성 비율은 97.5%에 달한다. 반대로 최근 7년간 몰래카메라 범죄 피해자 중 여성 피해자는 84.8%, 남성 피해자는 2.5%, 성별 구분이 안되는 피해자는 12.6%를 기록한다. 이러한 통계자료는 해당 유형의 범죄가 여성에게 초점이 맞춰진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프레임을 벗어나려는 여성의 외침, 페미니즘 담론과 탈(脫)코르셋 

이렇듯 ‘안전’하지 못한 여성의 삶에 대한 페미니즘 담론은 2018년 한 해를 뜨겁게 달궜다. 페미니즘은 여성을 억누르는 성차별적인 시각에서의 여성 해방을 주장한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과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는 한국 사회 내 페미니즘 운동에 더욱 힘을 실었다. 이후 ‘미투’(MeToo)운동이 사회 각계로 들불처럼 번졌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의혹 폭로로 정점을 찍었다. 페미니즘 담론과 ‘미투’(MeToo)운동은 서점가에도 페미니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베스트셀러에 오른 『82년생 김지영』(2016)은 일부 대중들에게 페미니즘 서적이란 이유로 악의적인 댓글에 시달릴 정도로 논란의 중심에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30대 한국 여성의 보편적인 일상을 보여주며 첫 손님으로 여자는 안 태운다는 택시기사, 남자 채용을 선호하는 회사 등 한국 사회의 단편적 민낯을 또렷이 묘사했다. 이처럼 여성에 대한 프레임과 페미니즘은 최근 ‘탈(脫)코르셋’ 운동에도 영향을 끼쳤다. 코르셋이란 허리를 비정상적으로 가늘게 만들기 위해 가슴 밑에서 허리 부위까지 고래 뼈나 철사를 넣어 꼭 조이게 하는 속옷이다. 현대적 의미의 ‘탈코르셋’은 

‘여성의 몸을 옥죄는 코르셋을 벗어던진다’라는 뜻으로써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사회에서 여성다움으로 강요받아온 미적 기준을 벗어던지자는 사회적 운동이다. 탈코르셋 운동이 최근에서야 나타난 것은 아니다. 1968년 미국에서 미스아메리카 대회 반대 시위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알려졌고, 400여 명의 여성들이 ‘자유의 쓰레기통’에 브래지어와 화장품 등을 버리며 코르셋 벗기에 동참했다. 한국도 여성을 상품화했다는 논란이 일자 미스코리아 대회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2002년부터는 공중파 중계방송이 중단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여성에게 부여된 미적 기준에서 벗어나고자 화장 안 한 얼굴을 찍거나 립스틱 부러뜨리기, 겨드랑이 제모하지 않기 등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뷰티 크리에이터 ‘밤비걸’은 얼마 전 남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꾸밈은 그만하겠다며 뷰티 영상을 제작하지 않겠다고 밝혀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이러한 탈코르셋 운동은 대학가 개강 문화에서도 모습을 보인다. 다이어트를 하거나 화장을 하는 대신 짧은 머리에 노 메이크업 등 자연스러운 모습을 추구하는 여학생들이 생긴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존 탈코르셋 운동이 비교적 여성단체에 의해서만 이뤄져 왔던 반면, 최근엔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평범한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탈코르셋 운동은 현재 여성이 남성보다는 더 많이 꾸미기 때문에 여성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운동이지만 남성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운동이다. 일부 여성들은 탈코르셋 운동을 주도하면서 남성들에게는 암묵적으로 또 다른 프레임을 강요하기도 한다. ‘남자는 외모보단 능력이다, 남자는 너무 꾸미면 안 된다’ 등의 인식은 사실상 관습적인 인식으로 남성에겐 프레임에 해당한다. 남녀평등을 주장하며 그동안 여성을 옥죄어온 ‘여성다움’의 사회적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탈코르셋 운동이 남성에게는 ‘남성다움’을 강요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화장과 눈썹 문신을 하는 등 외모를 가꾸는 남성들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이러한 남성들을 가리켜 ‘그루밍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롯데백화점 전체 화장품 매출에서 남성 고객 비율도 2016년 18%에서 올해 26%로 상승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남성에게 ‘남성다움’을 기대하며 꾸미는 것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을 갖는 사람이 많다. 소셜데이팅 앱 ‘이음’의 조사 결과, 남성의 화장을 반대하는 응답이 46%로 밝혀졌다. 이렇듯 여성에게 ‘탈코르셋 운동’이 있다면 남성에겐 ‘맨박스(Manbox) 부수기 현상’이 있다. 맨박스는 작가 토니 포터(Tony Porter)의 책 제목으로 남성을 둘러싼 고정관념의 틀을 뜻한다. 여성성을 강요받아온 여성들과 이에 못지않게 남성성을 강요받아온 남성들 모두 프레임이란 사회적 굴레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다. 

 

 

180804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4차 시위, 광화문을 다녀오다 

해외에서는 탈코르셋 운동이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다양한 여성 단체에서 오프라인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행동으로 표출하며 여성인권 신장과 탈코르셋에 대한 자신들의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중 현재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집회는 단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일명 ‘혜화역 시위’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참여자 수와 파격적인 진행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해당 집회는 지난 8월 4일(토) ‘집회의 메카’로 불리는 광화문 광장에서 4차 시위를 개최했다. 

 

◇ PM 4:00 ~ 5:00

그 날은 무더위의 정점이었다. 이 더위에 과연 몇 명의 사람들이 올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집결 시간인 오후 네 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광장은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로 붐볐다. 사람들은 손수 만든 피켓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시위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시작 10분 전, 광화문광장에 레미제라블의 주제곡을 개사한 노래가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차례차례 광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시위는 불법촬영물 유포 등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되었다.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우리는 편파수사를 규탄한다.”

 

그들은 불법촬영물을 유포, 방관하는 사람들을 8자(字) 구호로 지탄하며 목이 터져라 자신들의 아픔을 토로했다. 낮 최고기온 37도에 달하는 무더위였지만 참여자들은 쿨링팩, 손선풍기 등으로 더위를 쫓으며 열띤 참여를 보였다. 

◇ PM 5:00 ~ 6:00

시위는 여러 가지 문화 콘텐츠로 이루어졌다. 개사한 노래를 직접 부르는 참여자도 있었고, 자신의 경험에 대해 자유 발언을 하는 참여자도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퍼포먼스는 ‘삭발 퍼포먼스’였다. 탈(脫)코르셋 운동의 일종으로 여성들에게 ‘긴 생머리’를 강요하는 사회에 대항해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이다. 주최 측은 삭발 퍼포먼스에 자원한 사람들을 짤막하게 인터뷰했다. 한 참여자는 울먹이며 안타까운 사연을 밝혔다. 과거 불법촬영물 유포로 고통받던 친구가 세상을 떠난 후 범죄의 피해자가 아파해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이 행동이 언젠간 큰 변화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그녀는 눈물을 삼켰다. 이외에도 “여전히 ‘단정한’ 여성 상을 원하는 취업시장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지금의 희생으로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싶다.”라는 사연 등이 있었다. ‘변화’를 꿈꾸며 과거의 아픔을 끊어내고자 하는 그들의 간절한 바람이 잘린 머리카락에서 드러나는 듯했다.

 

◇ PM 6:00 ~ 7:00

시위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기자는 펜스 밖에서 시위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궁금했다. 펜스 밖으로 가니 곳곳에 스마트 폰을 든 채 몰래 시위 현장을 촬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시위이니 만큼 주최 측과 경찰 측에서 허가된 언론 외 외부인의 촬영을 자제시켰지만 ‘스트리밍꾼(실시간 방송으로 집회 참가자들 얼굴을 찍으며 공개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모순적인 광경이어서 경찰과 실랑이하는 그들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펜스 밖에는 페미니즘이 변질되어간다며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도, 안타까운 눈길로 무언의 응원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변화가 필요한 사회 속, 사람들은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변화에 적응해 나가는 듯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시위가 성별 갈등을 조장하고 사회에 논란을 낳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주최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위의 공격 대상은 남성이 아닌 사회와 공권력이라고 반박했다. 그들은 “여성들은 일상 속에서 불법촬영 카메라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키트를 들고 다니고, 늦은 밤 인적이 드문 길을 걸을 때 ‘112’를 누른 채 주변을 두리번거려야 하는 비정상적인 경험을 해야만 했다.”라며 “우리는 이러한 경험과 피해가 당연시되는 사회와 그것을 묵과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외침이 ‘계란으로 바위 치기’일 것이라 하지만 해당 시위의 주최 측은 몇 차례 정부와의 만남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 시위가 끝난 후, 참여자와의 만남

우리는 시위에 참여한 P씨를 만나 그녀가 시위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탈코르셋 운동 참여 이유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Q. 본 시위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대한민국의 여성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뉴스에 나오는 묻지 마 살인 사건은 여성 혐오(이하 여혐) 사건인데 여혐 사건이 아니라는 주장만 있다. 남성이 몰래카메라 촬영을 해도 수사 결과는 집행유예, 혐의 없음이다. 청와대에 청원을 해도 현실에서 나아짐을 느끼지 못하고, 지하철을 탔을 때 느껴지는 남성들의 시선과 대학 동기들의 외모 품평도 여전했다. 그러던 중 혜화역 시위 소식을 알게 되었고, 편파 수사 규탄 시위가 지금껏 여성이 겪어온 모든 차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 노력은 탈코르셋 운동과 시위 참여이다. 

 

Q. 우리나라에 탈코르셋 운동이 널리 퍼지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사회에 존재하는 코르셋은 다양하다. 외모, 도덕, 심지어는 목소리 코르셋도 있다. 외모 코르셋은 남성과 여성을 나누고 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만든다. 여성성으로 규정되는 것들이 사람의 능력과 관계없이 성적인 부분에만 치중하게 만든다. 

탈코르셋은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깨뜨리는 것이다. 한 명이 시작하면, 그에 용기를 얻는 여성들이 점차 많아져 자연스럽게 긴 생머리, 브래지어, 짙은 화장, 짧은 치마에 종속되지 않는 여성들이 많아질 것이다. 탈코르셋이 널리 퍼지게 된 이유는 여성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의 자유를 간접적으로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우리 사회 속에서 프레임은 정치, 언어, 성별 등 다양한 영역 속으로 만연하게 퍼져있다. 미투(MeToo) 운동과 탈(脫)코르셋 운동, 맨박스(Manbox)현상 등 사회 곳곳에서는 기존의 프레임을 탈피하고 차별을 철폐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각종 프레임을 벗어나려는 노력은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우리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면서 또 다른 프레임을 생성하는 과오를 빚어서는 안 된다. 일각에서는 프레임을 벗어난다는 것이 그 프레임의 외연을 넓히는 방법에 그치지는 않느냐는 비난도 존재한다. 또한, 극단적인 남성혐오 성향을 보이며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와 극단적인 여성혐오 성향을 보이는 '일간베스트’ 사이트는 서로를 ‘한남’, ‘메갈’이라고 부르며 헐뜯는다. 우리 사회는 앞으로 이러한 이분법적인 남녀 갈등에 맞서고 암묵적인 시선과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 개개인에게 선택의 자유가 주어지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에게 사회 깊숙이 자리 잡은 다양한 프레임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촉구되는 시점이다.

 

김성아 기자(becky0602@mail.hongik.ac.kr) 

이남주 기자(skawn1792@mail.hongik.ac.kr)

이산희 기자(ddhh1215@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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