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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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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S동 211호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참 특이하다. 그날은 5월에 있었던 대동제의 마지막 날 밤이었기 때문에 같은 과 동기들끼리 술자리를 가졌다. 기자는 1학기 중간고사를 망치고 난 이후부터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술자리에 항상 참석했고, 그날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때마침 신문사 업무를 마친 같은 과 동기들도 합류해 한껏 시끄러워진 술자리였다. 기자는 한 시간도 채 안되어 술에 취했다. 그러다 신문사 활동을 하고 있던 누나가 한 말에 술이 확 깨고 말았다. “너 계속 그렇게 술 마시면서 놀고만 다닐 거야? 1학년이라고 아무것도 안하면서?” 눈앞이 아찔해질 정도의 ‘팩트 폭행’이었다. 항상 마음속에서 생각하지만 애써 외면해왔던 말이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기자의 귀에 들렸던 순간,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계속되는 팩트 폭행에 기자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다 신문사에 들어오지 않겠냐는 말을 들었다. 순간 기자는 무언가를 해야만 마음가짐이 달라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고민을 하다 신문사에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부터 누나는 신문사에 들어오려는 기자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마침내 기자는 신문사에 들어오게 되었고, 누나가 단순히 순수한 마음에서 도와주려 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기자가 신문사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지난 여름방학 때부터였다. “어떡해…. 시작하자마자 ‘방중’(방학 중 활동, 하계 기초 훈련)부터 해서…….” ‘방중이 뭐지?’ 기자는 ‘방중’이라는 단어를 몰라 어리둥절하면서도 매우 고된 일이라는 것만은 직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 경험했을 때 신문사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매일 밤마다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고, 탈락하는 기획서를 보며 슬퍼할 새도 없이 새 기획서를 써내야만 했다. 다른 동기 기자들과는 달리 보도 기사를 써 본 적 없던 기자에겐 기획서 작성은 솔직히 버거운 경험이었다. 그래도 동기들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여차저차 기획서를 써낼 수 있었다. 그런 동기들 덕분인지 몸이 너무 힘들어도 신문사에 애정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방중을 마치고 남은 방학 한 달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며 나름의 안식을 취했다. 하지만 드디어 ‘기자’라는 부담 없이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미 마음 속 한편에 스며들어버린 신문사라는 존재가 이 기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근 한 달간을 정신없이 살다가 아무 일도 주어지지 않은 방학은 신문사 이전 생활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었다.

개강과 함께 다시 시작된 신문사 활동은 새롭기만 했다. 방중과는 또 다른 경험이었다. 매주 기사를 쓰고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10시가 넘어서까지 기자실(S동 211호)에서 마감을 해야 했다. 처음에는 바쁘게 움직이는 기자들의 모습에 어쩔 줄을 몰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기자도 그 속에 녹아들게 되었다. 그리고 나온 기자의 첫 기사는 기자가 처음 느껴보는 뿌듯함을 주었다. 기자는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기자가 처음 쓴 기사가 실린 신문과 명함을 나눠주며 유치하게 자랑도 했다. 그리고는 회상하기에도 우스울 정도로 짧은 신문사의 생활을 돌아보았다. 낯설었던 기자라는 호칭, S동 211호, 그리고 신문사 선배들과 동기들. 그들은 기자의 인생에 빠르게 스며들어 ‘일상’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기자는 술자리 대신 S동 211호에 가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졌고 기자의 마음가짐 또한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얼떨결에 시작하게 된 신문사 생활이었지만 어느새 신문사는 애정이 갈 수밖에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기자가 이 기사를 쓰고 있는 S동 211호는 또 다른 마감을 시작하려는 기자들로 지금도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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