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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가장 인간다운 기술, 감성공학기계들이여, 살아남으려면 감성을 입어라!
  • 최유빈/김정운/김보문/이수현 기자
  • 승인 2017.03.0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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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교 후 집으로 오자마자 샤워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간 홍신이, 오늘은 수업이 모처럼 일찍 끝나 기분이 좋다. 집안의 로봇들은 이미 홍신이의 표정, 눈빛, 안색 등을 스캔해 홍신이가 기분이 좋고 상태가 양호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화장실에 놓아둔 스피커에서는 앞의 정보를 바탕으로 지금과 같은 컨디션에 홍신이가 자주 들었던 노래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홍신이가 화장실에 들어간 사이 가정부로봇은 홍신이가 입었던 옷의 냄새를 센서로 분석하고 더 정확한 정보를 위해 홍신이의 자동차 기록을 확인한다. 옷에서 감지된 냄새와 자동차 기록을 통한 그 주변의 가게의 정보, 홍신이가 머물렀던 시간을 분석해 보니 저녁 식사까지 한 것으로 판단하여 로봇은 간식을 준비한다. 이처럼 그날그날 나의 기분에 맞춰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면, TV 속 화면색깔과 음향이 바뀌고 채널이나 볼륨이 조절된다면 어떻겠는가? 인간의 만족감을 위한 각종 센서가 탑재된 기계와 로봇들이 곳곳에 위치한, 감성과 과학이 공존하는 감성공학의 시대가 올 날이 머지않았다.

최유빈 기자(neyobin@mail.hongik.ac.kr)

 

감성공학, 인간 감성에 대한 공학적 접근을 시도하다

감성공학에 대한 총체적 해부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감성공학이란 ‘인간의 감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평가·분석 후 제품 개발이나 환경 설계에 적용하여 더욱 편리하고 쾌적한 인간의 삶을 도모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기분이나 마음과 같은 인간의 비언어적 요소들을 IT에 접목하여 실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기술적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제품의 기능과 품질, 가격만으로는 경쟁력 향상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며, 소비자들의 내재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연구에 눈을 돌리고 있다. 산업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넘어가는 과정 속에서 제품 생산 체제는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으로 변화하였고, 제품의 소비자 또한 불특정 다수에서 한정된 성향의 집단으로 변화하였다. 이와 같은 소비시장의 변화는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의 제품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제품과 환경설계에 인간의 감성까지 고려한 차별성을 두고자하고 있으며, 감성공학은 이러한 추세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감성공학의 기원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감성공학 창시자인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의 나가마치 미츠오(長町三生, 1936-) 교수는 당시 ‘정서공학(Emotional Engineering)’의 개념을 언급했다. 그는 이를 ‘인간의 제품에 대한 욕구로서의 이미지나 느낌을 물리적인 디자인 요소로 해석하여 제품 디자인에 반영시키는 기술’로 정의하였다. 1988년 호주에서 열린 국제 인간공학회에서 정서공학의 명칭이 ‘감성공학’으로 변경되었으며, 이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감성공학이 반영된 Kinnarps AB의 의자(좌)와 도요타의 Reach truck(우)

  나가마치 교수는 감성공학에 대한 접근 방법을 구체적으로 분류하였다. 그의 분류법에 따르면 감성공학은 각각의 세부분야가 가진 목적 및 필요 기술에 따라 1류에서 3류까지 나뉜다. 먼저 감성공학 1류는 인간의 감성을 형용사로 표현할 수 있다고 보고 인간의 감성 이미지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조사·분석하여 제품의 디자인 요소와 연계시킨다. 감성공학 2류는 개인의 연령, 성별 등의 개별적 특성과 생활 방식으로부터 개인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방법이다. 감성의 심리적 특성을 강조한 접근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감성의 개인성에 중점을 둔 ‘문화적 감성’의 일부를 반영하기도 한다. 감성공학 3류는 기존의 감성적 어휘 대신 공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하여 인간의 감각을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학적 모델을 구축하여 활용한다. 대상이 되는 제품의 물리적 특성과 인간의 감각이 객관화된 지표 사이 연관성을 분석하여 제품 설계에 응용할 수 있으며, 측정 시 감성의 생리적 특성을 중시한다.

  이렇듯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접근 방법에 차이가 생기는 감성공학은 용어 자체에서 지칭하는 ‘감성’ 또한 ‘감각적’, ‘기능적’, ‘문화적’의 세부적 분류로 나뉜다. 감각적 감성이란 제품에 관하여 사용자가 느끼는 감성, 제품의 외관·색상·디자인에 대해 다룬다. 기능적 감성은 제품의 성능과 사용 시 편리함에 대해 다루며, 문화적 감성은 개인이 속한 사회 및 문화에 초점을 맞춘다.

  다양한 분류 기준과 접근법이 존재하는 감성공학을 실생활에 실현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은 단계적인 기술 확보 절차를 밟아나가고 있다. 감성공학을 반영하는 제품 설계 과정에서 기업들은 먼저 인간의 감각적 특성을 파악하는 작업을 거친다. 인간공학, 생리학, 심리학 등을 기초로 인간의 감각을 수치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감각 계측 기술, 생체 제어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업들은 인간 특성을 감안한 제품과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센서(Sensor), 엑튜에이터(Actuator) 등의 기술연구까지 진행한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적합성을 판단하고 새로운 감성의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용성 평가 기술, 인공 현실감 기술 등의 구현을 목표로 두고 있다.

김정운 기자(rhra011@mail.hongik.ac.kr)

 

 

국내·외 제품시장에 불어오는 감성공학의 바람

감성공학의 발전, 발명의 ‘질’을 높이다.

▲국내 감성공학의 발달 사례

  정보화 사회가 펼쳐지자 소비자들은 SNS 이용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공유하며 제품에 대한 정보를 대량으로 얻게 되었다. 다원화된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기업은 제품의 판매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함께 제공해야 했다. 따라서 제품의 또 다른 가치에 대한 혁신적인 개발이 시작되었고, 인간의 감성까지 고려한 제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운 ‘감성활용 제품 발명’은 국내 감성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국내의 감성공학 사례를 살펴보았을 때, 가장 중점이 되는 감성공학 기술은 ‘감각 계측 기술’과 ‘인간의 오감(五感) 센서 및 감성 처리 기술’이다. 국내 자동차시장은 감각 계측 기술을 활용해 신차 모델의 이미지를 평가했다. 주관적 판정을 필요로 하는 제품의 이미지 평가에 감성공학을 활용하면 평가 과정이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한편 삼성의 ‘갤럭시 SⅢ’는 당시 다른 국내 기기들에 없는 감성 기능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사용자의 언어로 기기의 모든 기능을 한 번에 제어하고 사용자의 눈을 인식하여 조명시간이 지나도 화면이 꺼지지 않는 등의 기능은 인간의 오감센서 및 감성처리 기술을 잘 활용한 사례이다.

기아자동차는 ‘운전자를 위한 감성기술’을 구현한 ‘K7’을 출시했다. 'K7'은 사전에 운전자의 위험을 감지해 최적의 운전조건을 만들도록 하는 첨단 안전 차량(ASV) 기능과 빛으로 사람과 자동차가 교감할 수 있는 ‘감성조명’ 기능이 더해져있어 운전자의 안전과 감성을 모두 만족시켰다. LG전자의 '시그니처 냉장고' 역시 노크하면 냉장고 속 내용물을 볼 수 있고 가까이 다가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인간 오감 센서 기술’이 적용된다. 이처럼 국내에 감성공학이 접목된 참신한 상품들의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제품의 감성 설계를 위한 감성공학 연구는 계속 될 전망이다.

운전자를 위한 감성기술을 구현한 기아자동차의 'K7'출처- 기아자동차 홈페이지

▲해외 감성공학의 발달 사례

  해외에서도 감성공학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감성공학이라는 개념이 처음으로 제시된 일본의 경우, 1991년부터 “인간 감각 계측 및 응용기술 개발”을 대형 국책 과제로 삼고 본격적으로 감성공학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밑바탕이 있기에 최근 일본은 감성공학 기술의 상품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주류업체 ‘아사히(アサヒ)’는 맥주를 따를 때의 소리 및 안정감, 캔 뚜껑 표면의 촉감 등 27가지 감성적 특성을 연구해 소비자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맥주 캔을 개발한 바가 있다.

감성 처리 기술 및 감성 디자인 기술 면에서 일본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면 인간 인지 공학 및 인공 현실감 기술면에서는 미국이다. 미국의 인공 현실감 기술과 인간 컴퓨터 상호작용(HCI) 기술은 감성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MIT에서는 인간의 감성과 상호작용 가능한 ‘키스멧(Kismet)로봇’, 가상 캐릭터 ‘얼라이브(ALIVE)’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이나 일본 외에도 영국의 인간공학 연구회(ERS)나 네델란드 아이트호벤의 인간감각연구소(IPO)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감성공학 연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독일의 ‘아우디(Audi)’는 이미 2002년에 인간감성센터를 설립해 감성 연구에 착수했다. 프랑스의 염색회사 ‘로레알(Loreal)’도 지난해 1억 유로를 투자해 염색 약의 사용감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감성공학 열풍에 대해 전(前) 일본 감성공학회 회장 시즈카 히사오(椎塚久雄, 1947-)교수는 아무리 훌륭한 제품이라도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감성에 괴리가 있으면 팔리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김보문 기자(qhans0211@mail.hongik.ac.kr)   

이수현 기자(ng1462@mail.hongik.ac.kr)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 품은 감성공학의 미래는…

아날로그적 감성 탑재한 ‘인간 맞춤형’ 기계와의 공존이 현실로

  앞서 살펴본 사례에서 선진국에서는 이미 인간의 감성을 고려해 제품 및 환경설계를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제품의 경우 선진국의 제품과 기본 성능, 작동 방식 등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내구성, 고급감, 편리함, 완성도 등에서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학자들은 감성공학을 새로운 해답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인간공학, 산업디자인, 센서 분야 등 감성공학에 대한 관심이 일자 우리나라의 일부 기업, 연구소, 대학 등에서 이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연구과제로 KRISS 감성공학기획단이 선정한 감성공학의 슬로건 Amenity(쾌적함), Beauty(제품 설계의 미학), Culture(인간 존중의 새로운 기술 문화 창출)을 바탕으로 ▲감성요소 기술개발 ▲감성측정평가 시뮬레이터 개발 ▲감성의 제품 및 환경응용기술 개발이 선정되었다. 감성요소 기술개발의 경우 인간의 감성 특성을 파악하고 감성에 관련된 심리, 생리지표 등을 개발하여 감성을 제품설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국내 감성공학의 기초적인 연구기반을 마련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감성측정평가 시뮬레이터 개발 단계에서는 앞의 지표를 반영한 제품과 우리 주변의 환경에 대한 인간 감성의 반응특성을 측정하기 위해 실험시설을 개발한다. 마지막으로 감성의 제품 및 환경응용기술 개발 단계에서는 감각 및 감성측정기기 등 감성을 제품이나 환경에 응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제품경쟁력을 높이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반기술을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연구와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는 다양한 연구와 정책을 통해 현재는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감성공학 기술의 수준에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 세계에 불어온 감성공학 열풍은 인간 중심 기술이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기술의 지평을 열고 있다. 센서 등의 측정 기계와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오감을 측정하는 기술이 우리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과 결합해 상용화될 경우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 소비자 생활 패턴에도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업은 기능과 감성에 대한 꾸준한 데이터 분석과 축적에 기반한 방안을 장착할 것이며, 이어 만족스러운 디자인을 고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감성공학은 과학과 기술의 결정체이자 차갑고 딱딱한 고철 덩어리로 인식되었던 기계를 인간 중심의 사고와 발상과 결합되어 우리에게 최적화된 코디네이터로 변형시키고 있다. 그러나 감성공학은 데이터 수집에도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아직 인간의 감성에 대한 지표가 완벽하게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위해 감성공학을 연구하는 이들은 인간 중심, 소비자 중심의 사고와 발상을 촉진하기 위해 각국의 인종·문화적 특성을 포함한 인문학과 인문과학까지 그 연구 범위를 확장하고 있으며, 앞으로 감성공학의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러스트/문희원 기자

최유빈 기자(neyobin@mail.hongik.ac.kr)

 

  첨단 과학 기술의 놀라운 발전으로 우리의 삶은 좀 더 편리해졌으며 우리는 그 삶에 익숙해지고 있다. 너무 편리해서일까. 과학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일군 우리의 삶은 다소 딱딱하고 황량하게 느껴진다. 최첨단의 기술을 도입하기보다는 인간의 감성과 기계를 어우를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마치 첨단의 시대로 가길 뒤로 하고 과거로 회귀하는 것 같다. 스마트폰에 전통적인 키패드 방식 대신 도입된 터치스크린, 필기체 입력과 같은 아날로그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손글씨가 주는 멜랑꼴리한 기분을 선사하고, 사용자가 가장 편안하게 느낀다는 모션 줌 기능이 들어간 전자책 시스템은 마치 종이책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아직 완벽하다고 볼 수 없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인간에 최적화된 기계와 더불어 사는 ‘인간 맞춤형’ 시대를 향해 이제 막 출발선에 오른 감성공학을 한번 지켜보겠다.

최유빈 기자(neyobin@mail.hongik.ac.kr)

최유빈/김정운/김보문/이수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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