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다섯 여자를 사랑한 남자, 그 마지막 이야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마도 그 남자의 마지막 이야기를 전하게 될 것 같다.

공교롭게도, 그는 한 때 다섯 여자를 열렬히 사랑했다. 사교성이 많아 주위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그녀, 항상 다른 관점으로 자신을 더 좋은 길로 인도해주려는 그녀, 수줍음이 많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자신을 아껴주는 그녀, 조용한 듯 하지만 세상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녀, 그리고 묵묵히 길을 걸으며 기댈 수 있는 그늘을 마련해주던 그녀까지. 이러한 그녀들의 마음을 얻고자 그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곤 했다. 서로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밤새 함께 만들어 갈 미래를 꿈꾸기도 하며, 때론 티격태격 장난도 치곤했다.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매일 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그녀들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들을 더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잠도 줄여가며 죽을 만큼 일했다. 잠시라도 그녀가 자신의 품에 기대 포근히 잠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매일같이 생각했다. 시답잖은 걱정들을 짊어지기도 하고 그녀들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돌아왔어도 행복했다. 하지만, 사랑이 과했던 탓일까. 어느 순간부터 그 남자의 사랑은 그녀들에게 지나친 간섭이 되어버렸다. 함께 걸어가자고 약속했던 미래는 오롯이 혼자만의 생각으로 가득했고, 같이 바라본 곳은 그가 미리 정해놓은 액자틀 안의 풍경뿐이었다. 그는 점점 지쳐갔고, 아파했다. 한 사람의 진심이 다른 이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을 깨닫고 마음이 찢어질 듯 미어졌다. 더욱 눈치를 보게 되고 말수는 적어졌다. 무슨 말을 하던 그녀들에게 상처와 간섭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그는 자신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그가 잘못한 일은 생각보다 많았다. 걸음이 다를 수 있는데 자신의 보폭에 맞추어주길 바랐던 점,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고 내 길이 옳다고 여겼던 점, 때론 위로가 필요할 때 위로보단 해답을 찾아주려 강구했던 점 등 지난 많은 과오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그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한때는 이내 마음을 몰라주는 그녀들을 원망했었다. 애석하게도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데, 더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사랑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숨이 가빠진다. 마침내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그는 되려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마지막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는 끝이 나겠지.

“성아, 남주, 수연, 산희, 그리고 준영아. 너희들이 날 어떻게 생각해도 아무렴 좋아. 하지만 이 말만은 꼭 들어주렴. 그동안 정말 미안했고, 또 고마웠어. 누구보다도 뜨거웠던 한 해를 같이 보낼 수 있었음에 큰 감동을 느끼고 이 글을 마감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해. ‘많이 힘들었지’, ‘수고했어’라는 말을 많이 못해준 것 같아서 정말 미안해. 또, 내가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진심으로 미안해. 여태까지 너희들이 보여준 모습은 정말 최고였어. 내가 욕심이 많아서 그것이 가시가 돼 너희들을 아프게 했었어. 이제는 그런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길었던 여정을 마치려고 해. 이전엔 앞장서서 나섰지만 이제는 뒤에서 응원하는 일이 전부가 되겠지. 그래도 같이 인생을 걸어가는 친구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어. 많은 오르막길이 있겠지만 항상 서로를 의지하는 진정한 52기가 되었으면 해.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마지막 종간까지 최선을 다해 달려보자. 정말 고맙다. 그리고 영원히 사랑한다.” -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해준 내 소중한 친구들에게.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