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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안경 너머 진정한 나를 마주하기 위해

편견의 문에 Knock Kn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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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안경. 색이 있는 안경을 뜻하는 동시에 주관이나 선입견에 얽매여 좋지 아니하게 보는 태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붉은색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면 온 세상이 붉게 보이듯이, 선입견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학과를 바라보면 자연스레 학과에 대한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눈에 비친 이들은 어떤 색을 하고 있는가. 그 어느 때보다 다양성 존중이 강조되는 요즘, 대학가에 만연한 각 학과를 향한 편견의 시선을 살펴보았다.

 

“나 컴퓨터 고장 났는데 와서 좀 고쳐줘.”

  일명 ‘공돌이’라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귀여워 보일 수도 있는 이 명칭에서 우리는 뜻밖에도 공과대학을 향한 사람들의 편견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의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는 ‘공대생’을 그려보라. 부정할 수도 있으나, 대부분 남성을 떠올릴 것이다. 사람들은 수학적 지식이 필요한 공과대학에는 남자가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한다. ‘공대 아름이’라는 말도 이러한 배경에서 생겨난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자 공대생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여자 공대생은 2014년 기준 90,294명으로, 1965년 150여 명에 비해 무려 590배가량 증가하였다. 어쩌면 ‘공대생은 남자’라는 사람들의 공식이 누군가에게는 일종의 벽으로 작용한 것일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다. 시선을 옮겨 공대생의 옷을 살펴보라. 많은 이들이 공통적인 한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체크무늬 셔츠’. 우리들이 생각하는 공대생은 매일 복잡한 수학 문제만을 상대하며, 이리저리 엉켜있는 회로들을 살피는 이들이기에 패션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공대생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체크무늬 셔츠’는 공대생이라 해서 패션에 문외한일 것이라는 우리들의 편견을 반영하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신지연(전자·전기3) 학우는 “전자제품이 고장 날 때면 주변 사람들은  항상 나를 부르곤 한다.”라며 “하지만 같은 전공에서도 전력, 반도체, 신호통신 등 여러 계통으로 나뉘고, 실습으로 배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전자·전기를 전공한다고 해서 모든 전자제품을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곤란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미대라고? 그림 잘 그리겠다. 내 얼굴 좀 그려줘.”

  또 다른 종류의 편견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은 이른바 ‘프로 야작러’라고 불린다. 이들은 앞치마 혹은 작업복을 입고 교정을 활보한다. 앞치마 위 덕지덕지 튀어있는 물감 자국은 이들이 미대생이라는 것을 짐작게 한다. ‘항시 야간작업, 이른바 ‘야작’을 하며 밤을 시달리는 이들은 매일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아마 붓을 들고 이젤 위 캔버스에 말이다. 그리고 검은색 원통에 빨간 줄이 포인트로 들어가 있는 미대생의 상징, 화구통을 매고 다니겠지.’ 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아니, 많은 이들이 ‘미대생’이라는 한 단어만으로도 이미 이와 같은 이를 그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상’에서 우리는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었던 우리들의 ‘어마하고도 무시한’편견을 엿볼 수 있다. 모든 미대생이 그림을 그리지는 않는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미대생을 향해 “미대 다니면 그림 잘 그리겠다”라는 실수를 연발한다. 미대생 중 이러한 실수로 인해 난감한 상황을 겪었던 피해자의 수는 상당하다. 여기 한 피해자의 진술을 들어보자. 양지영(섬유미술·패션디자인4) 학우는 “명절에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미대에 다닌다고 했더니, 너도나도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했다.”라며 “평소에 사실적인 그림을 잘 그리지 않을뿐더러 미대라고 해서 손쉽게 한 장 한 장 그려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히 곤란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본교 미술대학만 하더라도 일반적인 미대생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회화과 외에도 캔버스가 아닌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지 등을 디자인하는 디자인학부,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예술에 관련한 이론 및 철학을 공부하는 예술학과 등 다양한 분야가 존재한다.

 

  이러한 편견은 다른 학과 또한 비슷한 실정이다. 최근 SNS 등에서 잘못된 맞춤법에 대한 조롱 섞인 유머가 연일 화제다. 하지만 이러한 맞춤법 논란에 더욱더 가혹한 잣대가 드리워지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이다. 김효신(국어국문2)학우는 “국문과라고 문법 실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지적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편견이다.”라며 “국문과 학생으로서 여러 가지 문법에 대한 과목을 이수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려운 맞춤법은 항상 헷갈리기 마련이다.”라고 편견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토로했다. 법학과를 바라보는 편향된 시선도 존재한다. 법학은 세무,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을 공부한다는 법학과의 특성상 진로를 변호사라는 직업에 한정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강상욱(공법2) 학우는 “법학과 학생이라고 하면 대부분 로스쿨을 준비하고, 미래에 변호사가 되길 꿈꾼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라며 평소 겪었던 편견에 대해 말했다. 경제학과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현주(경제2) 학우는 “친구들과 같이 밥을 먹고 더치페이를 할 때 각자 얼마를 내야 하는지 계산하는 것은 항상 내 몫이었다.”라며 “돈을 정확히 계산해내지 못할 때면 경제학과가 이런 것도 계산하지 못하냐는 소리를 들었다.”라고 당시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경제학에서 수학적 능력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단순 계산과 같은 산수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결국 학과에 대한 잘못된 편견으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대학과 관련된 페이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시글이 바로 이와 같은 편견을 다루는 게시글이다. 이는 주로 ‘학과별 많이 듣는 소리’, ‘학과별 듣기 싫은 소리’ 등의 제목으로 등장하며, 여기서 등장하는 학과는 화학공학과에서 식품영양학과 등에 이르기까지 특정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이러한 게시물은 각각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인지 항상 많은 공감을 산다. 단순히 웃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이 게시글에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이와 같은 편견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편향된 시선은 특정 학과만을 향하지 않는다. 미대생에 대한 편견을 경험한 피해자가 공대생에 대해서는 어떤 것이 편견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가해자일 수 있다는 것이다. 편견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우리 모두가 그 편견의 당사자이기 때문에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편견이 우리의 시선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무심코 내뱉었던 말에 자신 또한 ‘듣기 싫었던 소리’가 포함되어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서로 간의 이해와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배려가 존재할 때, 비로소 나와 마주한 이를 가리고 있던 편견의 벽을 허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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