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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으로 되돌아본 수많은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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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종영을 앞두게 되었다. 기자의 주말을 책임지던 가장 중요한 일정 중 하나였는데 벌써 24부작의 대단원을 마무리한다고 하니 아쉬운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이 드라마는 1905년 엄격한 신분제 사회가 남아있던 조선 말 상황과 일제강점기 초반이 중첩된 시점에서 시작된다. 지독하게 암울하고 슬픈 역사가 시대적 배경이지만 김은숙 작가는 이 격변의 시대를 참 낭만적이고도 섬세하게 그려냈다. 20세기 초 조선은 동양과 서양, 공자와 톨스토이가 공존하던 시대였다. ‘모던 걸’과 ‘모던 보이’들은 구락부에서 ‘딴스’를 추며 가베(커피)라는 것을 마시고 학당에서는 새로 들어온 서양학문인 잉글리쉬를 익혔다. 누군가에게는 낭만의 시대라고도 불렸던 이 시기와 반대되는 삶을 걷기로 선택한 주인공 애신은 ‘의병’ 활동을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와 함께하는 동지들은 조국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항일운동을 하다 장렬히 죽는다. 위태롭던 조선을 위해 기꺼이 불꽃 속으로 뛰어들었던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는 김은숙 작가는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현시대에 살아가는 이들에게 뼈아픈 우리의 근대 역사를 되돌아보게끔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극중에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에 녹여낸 시대적 설움, 그리고 쇠사슬처럼 폐쇄적이고 폭압적인 조선 사회의 모습을 담았다. 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양반 주인에게 부모를 잃고 쫓기다 선교사를 따라 미국으로 가게 된 유진.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노비보다 더 천한 취급을 받으며 짐승과 같은 생활을 이어가야 했던 동매. 조부의 재산과 양반의 지위로 일본으로 도망치듯 유학길에 올라 방탕한 생활을 한 지식인 희성. 친일파인 부친 때문에 어린 나이에 팔려가야만 했던 비운의 여인 히나까지. 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그 시대를 견뎌 왔을지 상상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조선 사회에서 버림을 받고도 결코 조선을 떠나지 못했다. 시대는 처절했을지언정, 미워할 수 없는 조국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지난 22화는 을사늑약이 체결된 이후 고난의 시기에 들어선 조선의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져 극의 몰입도가 한층 고조된 회차였다. 극중 이완용이 고종에게 총을 겨누며 황위를 양위하라 협박하는 장면에서 이완용과 함께 나란히 서있던 송병준, 이병무, 이재곤, 임선준, 고영희, 조중응 등이 바로 1907년 한일신협약(제3차 한일협약 또는 정미 7조약)에 찬성한 친일 매국노 ‘정미칠적’이다. 방송 이후 정미칠적과 항일 의병들에 대한 관심이 연일 뜨거웠다. 이처럼 드라마는 우리 세대에게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어쩌면 중요한 줄 알면서도 우리에게 잊혀져갔던 아픈 역사 속 한줄기를 드라마 속 인물 관계와 서사 속에서 다시금 부각시켰다. 역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기억해야 할, 의병, 노비, 백정, 부녀자, 유생 그리고 각자의 이름으로 살다간 수많은 ‘이름없는 이름’들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된 지금, 오늘날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격변의 조선을 지키다 돌아가신 수많은 이들이 흘린 땀방울일 것이다. 

“저물어가는 조선에 그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저 아무개다. 그 아무개들 모두의 이름이 의병이다. 이름도 얼굴도 없이 살겠지만, 다행이 조선이 훗날까지 살아남아 유구히 흐른다면 역사에 그 이름 한 줄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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