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자리 배치의 비밀, 부장님의 자리

열린 공간과 그 적들: 사무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앞부분에서는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자유를 가지는 것이고, 자유는 곧 권력이라고 했다. 이처럼 보는 것과 권력은 밀접한 관련을 지니는데, 시각적 관계에 의한 권력구조는 사무실의 부장님 책상 배치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금은 창조적인 사무공간을 형성하기 위해 책상 배치가 많이 자유로워졌지만 70~80년대에 회사생활을 하신 분들은 책상 배치에 따른 권력의 차등을 체험하셨을 것이다. 언제 한번 구청 직원들이 있는 사무실을 방문해보라. 부장님은 창가에 창문을 등지고 앉아계신 것이 일반적인 광경이다. 그 앞 좌우 양측으로는 직원들 책상이 줄지어 마주보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복도 쪽에는 말단이 앉고 연배가 높아질수록 창가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따라서 높으신 분들은 자기 자리를 오갈 때 부하직원의 책상을 자연스럽게 감시할 수 있는 반면, 부하직원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는 상관의 책상 쪽으로 들어갈 수 없다. 따라서 상관이 일을 하는지 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좌우대칭 책상 배열에서 동급끼리는 서로 마주보고 앉는데, 이는 서로 마주앉은 두 사람이 같은 수준의 권력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본인의 프라이버시 수준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책상 앞에 책을 꽂아 담을 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의 영역과 권력을 확장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법이다. 일반적인 사무실 가구 배치에서 부장님은 고개만 들어도 직원들이 일하는 옆모습과 책상 위를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반면 직원들은 옆에 계신 부장님이 자기를 보는지 안 보는지 고개를 돌려 쳐다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그나마 부장님을 바라본다 해도, 배후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에 눈이 부셔 직접은커녕 실루엣 정도나 보게 될 것이다. 마치 성인(聖人)의 초상화처럼 부장님 자리는 후광이 비치는 구도다. 복도 쪽에 앉은 말단 직원은 부장님과 자신 사이에 앉아있는 선배들을 보며 권력의 피라미드 안 자신의 위치를 재차 확인하고 부장님은 직접 말을 걸기 힘든 사람이라 느낄 것이다. 이같이 간단한 가구 배치에서만도 권력을 표현하기도 하고 집행하기도 할 수 있다. 그러니 이런 배치의 공간에서 일하면서 회식시간에 아랫사람에게 편하게 말해보라는 말은 안 하시는 편이 낫다.

 

공공의 적, 형광등

기독교에서는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서 창조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인간들은 자존감이 상당히 높다. 다시 말해 자신이 동물이라는 것을 잊고 사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인간은 동물이다. 그 중에서도 주광성 동물이다. 인간은 빛이 필요한 동물인데, 산업화 이후 인간의 본능과 상충하는 일들이 생겨나게 된다. 예전에 학교에서 현대건축 최고의 적은 형광등이라고 배운 적이 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햇볕을 쬐기 위해 창을 내어 살았고, 자연 채광을 집 안에 들여오기 위해 건축가들은 재미난 단면을 고안해 내야만 했었다. 그러다 인공의 빛을 값싸게 만들 수 있는 형광등이 건축에 도입되면서부터 더 이상 햇볕이 들어오는 건축 디자인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형광등이 건축공간을 단조롭게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1층 위에 2층, 2층 위에 3층을 포개 놓고 머리가 안 닿을 정도의 천정고만 확보한 후 천정에 형광등을 달면 채광 문제가 해결되었다. 과거 농경시대의 인류가 항상 하늘을 보며 햇볕 아래에서 일을 했다면, 지금 우리는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일을 한다. 여기서 현대인의 비애가 발생한다. 심지어 창문도 없이 형광등만 있는, 건강하지 못한 공간에서 일하는 분들도 많다. 농부는 자연 속에서 일하고 겨울철 3개월은 휴가다. 근무 여건만 본다면 일 년에 2주일 쉬는 회사원보다 더 좋은 조건처럼 보인다. 현대인은 자연과 분리되어 사는 ‘자연스럽지’ 못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현대인들은 고밀화된 도시공간구조 속에서 공간이 이끄는 권력의 조종을 받게 된다. 그 스케일은 도시 단위의 스케일에서 마이크로한 자리 배치에까지 이른다. 

인간의 삶을 온전히 영위하기 위해선 빛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실내로 햇빛을 들여오기 위해 창문을 만들었다. 더 넓은 실내 공간을 위해서는 더 큰 창문이 필요했다. 더 많은 빛을 실내로 들이기 위한 과정에서 동양과 서양은 각기 다른 방식을 채택했다. 서양 건축은 주로 벽이 구조체이다. 하지만 창문이 가로로 길어질수록 창문 위에 있는 벽의 무게를 견뎌야하는 인방보가 점점 더 두꺼워져야하는데 그러기에는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더 큰 공간을 위한 더 큰 창을 만들기 위해서 창문의 가로는 좁게 하되 벽을 높게 쌓아서 창문을 세로로 길게 만들었다. 베르사이유 궁전같이 큰 방이 있는 건축물이 높은 천정고와 키 큰 창문으로 디자인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랑스의 경우, 세로로 긴 창문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14세기경에 있었던 ‘창문세’도 한 몫을 했다. 가로로 폭이 넓은 창문은 구조적으로 건축이 어려웠기에 부자들만 만들 수 있었다. 그러자 나라는 창문의 폭이 넓을수록 많은 세금을 걷는 ‘창문세’를 만들었다. 국민들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좁고 긴 창문을 지어 사용하였다. 이러한 기술적, 행정적인 이유로 프랑스에서는 세로로 긴 창이 더욱 활발히 지어졌다.

 

(다음 호로 이어집니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