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9.11 수 11:20
상단여백
HOME 문화 COS
공감과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들에 대하여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384~B.C.322)가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칭했듯 우리는 사회 속에서 많은 사람과 마주하며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유대감을 쌓아간다. 하지만 모두와 언제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고민과 걱정을 나눌 상대나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해줄 사람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에 의지할 수 있을까? 여기 식물, 동물, 그리고 인공지능과의 유대 그 이상을 다룬 세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 속 특별한 유대관계를 느껴보자.

식물과 사람의 유대를 그린 대표적 작품이 있다면 바로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2001)다. 주인공 ‘제제’는 힘든 가정환경 속에서 가족이 아닌 정원에 있는 라임 오렌지 나무, ‘밍기뉴’에게만 마음을 털어놓으면서 밍기뉴와 함께 자란다. 그러던 어느 날 제제는 ‘뽀르뚜가 아저씨’와 만난 이후, 그와 추억을 쌓아가며 급속도로 친해진다. 그러나 시청에서 길을 넓히기 위해 밍기뉴를 자른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소중하게 여긴 뽀르뚜가 아저씨가 기차에 치여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으며 제제는 생애 첫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제제는 밍기뉴가 이별 전 하얀 꽃을 피웠다는 사실을 통해 밍기뉴가 자신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린 나이에 갑작스러운 이별을 경험했지만 제제는 아픈 상처를 극복하며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책에서 제제는 라임 오렌지 나무인 밍기뉴와 대화를 나눈다. 사실 밍기뉴는 식물이기 때문에 실제로 대화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제제는 상상을 통해 그와 대화를 나눈다. 독자들은 제제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을 보며 밍기뉴가 제제에게 식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 진정한 친구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식물과 사람과의 유대를 그렸다면 영화 <옥자>(2017)는 오늘날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동물과 사람의 유대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속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와 유전자 조작 돼지 ‘옥자’는 10년간 함께 자란 둘도 없는 친구이자 소중한 가족이다. 사실 옥자는 세계적 기업 ‘미란도 기업’의 ‘슈퍼돼지 프로젝트’에 포함된 슈퍼돼지 중 한 마리로, 미란도 기업은 옥자가 다 자라면 다시 데려가기로 미자의 할아버지와 계약했다. 이 사실을 모른 채 옥자를 가족으로 여기던 미자는 어느 날 미란도 기업의 사람들이 나타나 옥자를 뉴욕으로 끌고 가자, 할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옥자를 구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미란도 기업의 CEO ‘루시 미란도’, 옥자를 이용해 제2의 전성기를 꿈꾸는 동물학자 ‘죠니’, 옥자를 앞세워 또 다른 작전을 수행하려는 비밀 동물 보호 단체 ALF까지. 각자의 이익을 가지고 옥자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에 맞싸워 마침내 미자는 옥자를 구출하는 데 성공한다. 누군가에겐 가족과도 같은 동물을 다른 누군가는 그저 음식으로 바라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단순한 애완동물의 의미를 넘어 반려의 의미를 가지는 동물과 사람 간의 유대를 살펴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동·식물 외에 미래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유대관계에는 무엇이 있을까? 영화 <그녀(Her)>(2014)는 미래 사회의 인공지능과 사람의 유대를 담아냈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다른 사람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로, 그에게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와는 별거 중이다. 타인의 마음을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던 그는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인공 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를 만나게 된다. 그는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이해해주는 사만다로 인해 조금씩 행복을 되찾으며 점점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이 영화는 타인과의 교감에 목마르고 소통이 부족한 현대인이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과 사랑이 빠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마지막에 주인공이 사만다가 수많은 사람에게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그들 중 많은 사람과 동시에 연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실을 알고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 테오도르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인공지능과 사랑과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사람의 역할을 인공지능이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앞서 소개한 작품들을 감상하다보면 인간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다른 누군가와의 교감 역시 중요하지만 진정한 유대감이 쌓이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관계에만 집중하는 것을 지양하고 자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야 함을 알 수 있다. 만약 누군가와의 관계에 대하여 회의감, 또는 외로움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위 세 작품과의 공감을 통해 위로를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조수연 기자  suyeon98@mail.hongik.ac.kr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