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7.12.2 토 17:45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사설
3·1절의 의미와 대한민국의 정체성

  때는 바야흐로 경칩을 지나 춘분을 향하고 있다. 황종희(黃宗羲)는《역학상수론》(易學象數論)에서 이 시기를 묵은 가지에서 연분홍빛의 복숭아꽃이 피기 시작하고, 꾀꼬리가 노래하고, 송골매가 비둘기와 함께 창공을 노니는 때로 묘사하고 있다. 동면의 계절이 생장의 계절로 변화할 때 볼 수 있는 밝고 경쾌한 자연의 모습이다.

  이에 반해서 현재의 대한민국은 여전히 열강들의 각축전 속에서 정치·경제적 혼란과 자아분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미 양국의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합의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보복 조치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대립은 국민들의 멍든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사실 이 모든 국가적 혼란과 국민적 고통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미약한 자기결정능력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나라가 외세에 굴종하지 않고 독립하여 자기결정권을 당당히 행사하고 있는 진정한 주권국가인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만세운동 98주년을 맞은 지난 3월 1일, 우리는 3·1절의 의미와 정신을 되새기며 자주독립국가의 완성을 다짐하기는커녕 이른바 ‘진영논리’에 입각한 정치적 대립과 충돌에 열중하였다. 이 날 광화문 광장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고, 세종로 사거리에서는 국회의 탄핵소추가 무효임을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의 탄핵기각결정과 국회 해산을 요구하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주지하듯이 지난 가을에 드러나기 시작한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은 대통령의 자진사퇴가 없는 한 이제 곧 선고될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헌정 사상 최초’ 기록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기간 중 실천적 의미가 거의 없는 헌법규정들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헌정 사상 최초의 정당해산결정과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탄핵결정을 모두 이끌어냈다는 기록 또한 세계 헌정 사상 최초의 기록이 될 것이다. 사실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대통령에게 실권이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총리가 그와 같은 의혹에 휩싸인다면 즉시 의회의 불신임결의에 의해 총리가 경질되기 때문에 국정운영이 마비되거나 중단되는 사태는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대통령제 국가에서 이와 같은 사건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탄핵심판의 시비를 가리기에 앞서 우리가 정말 정상적인,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통일체를 운영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반성은 3·1절의 의미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재인식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1948년 헌법이 전문에서 명시했듯이, 대한민국은 우리 대한국민이 3·1 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재건한’ 민주독립국가이다. 대한민국은 3·1 독립만세운동의 결과로서 이미 1919년에 새롭게 건국한 국가이지, 조선의 법통을 계승한 국가도 아니고 대한제국의 법통을 계승한 국가도 아니다. 3·1 운동은 독립운동인 동시에 건국운동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건국이념에 따라 모든 비합리적 폐습을 타파하고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민주공화국으로 혁신·운영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사명이다. 만물이 구각을 벗고 새싹을 틔우듯이 우리의 기능적 행동통일체도 선거제도의 개혁, 헌법 개정 등을 통해 적폐를 일소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존중하는, 투명하고 경쾌한 신질서로 전환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