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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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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야 핸드폰 하나면 어떤 단어든 찾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두꺼운 사전이 꼭 필요했다. 책꽂이 한편에서 하얀 먼지가 쌓여 케케묵은 사전을 기억하는가? 어린 시절 책가방 속에 두꺼운 사전을 넣어 등교하고 얇은 종이가 행여나 찢어지지는 않을까 조심조심 넘기던 때가 있었다는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곁에 핸드폰이 늘 있듯이, 과거에는 사전이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전이 옛날의 것만은 아니다. 형태만 달라졌을 뿐, 우리가 들고 다니는 핸드폰은 두꺼운 사전 몇 백 권이 들어있는 것과 다름없다. 그만큼 사전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하다.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사전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이러한 사전의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한다.

전시장은 크게 ‘우리말 사전의 탄생’과 ‘우리말 사전의 비밀’ 2부로 구성되었다. 1부 ‘우리말 사전의 탄생’에서는 ‘외국인이 만든 조선말 사전’과 ‘우리말 사전의 첫걸음’, ‘우리말 사전의 확산’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우리말 사전의 전반적인 역사를 다룬다. 첫 번째 섹션은 우리말 사전의 출발인 이중어사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중어사전은 한글이 조선의 공식 문자가 되었던 19세기 말 개항 이후, 선교 활동을 목적으로 들어온 서양인들이 우리말 이해를 위해 자체적으로 만든 사전이다. 두 번째 섹션 ‘우리말 사전의 첫걸음’에서는 우리말 사전을 만드는 선조들의 첫 움직임을 보여준다. 최초 우리말 사전의 원고인 『말모이』를 시작으로 우리말 사전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세 번째 섹션 ‘우리말 사전의 확산’에서는 문세영이 만든 『조선어사전』(1938)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대사전 『큰사전』(1957)까지의 역사를 소개한다. 이는 우리말의 체계화와 사전을 통한 우리나라 정보처리 기술의 발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를 보여준다.

2부 ‘우리말 사전의 비밀’에서는 사전에 반영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다룬다. 2부는 크게 ‘시대를 비추는 거울’과 ‘문화를 담은 곳집’ 2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첫 번째 섹션 ‘시대를 비추는 거울’에서는 사전에서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시대상을 보여준다. 사전은 당대 현실과 미래에 대한 시대 의식을 담아낸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낱말의 뜻이 추가되기도 하고 바뀌기도 하고 때론 없어지기도 한다. 1920~30년대에 유행했던 ‘모던껄’, ‘모던뽀이’ 같은 유행어와 시대에 따라 변화한 여성상, 장애인에 대한 단어를 통해 시대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알 수 있다. 두 번째 섹션 ‘문화를 담은 곳집’에서는 옛말과 속담, 사투리 등 사전 속에서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우리 문화를 소개한다. 열두 띠 동물로 본 옛말과 지금은 사라진 속담을 보며 우리의 옛 문화를 살펴본다. 또한 각 지역 고유의 사투리와 스포츠 경기로 본 남·북한의 상이한 우리말을 알아보며 다양한 지역의 특징들도 알아본다.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는 오늘날, 사전은 컴퓨터와 모바일이라는 장치 속에서 전면에 드러나진 않으나 여전히 그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과거 사회의 문화와 현대 사회의 가치를 담고 미래를 제시하는 창이 되기도 한다. 사전의 의미와 가치, 혹은 존재 자체도 잊은 현대인들에게 이번 전시는 말 그대로 사전의 ‘재발견’이 되지 않을까?

 

전시기간: 2018년 9월 20일(목)~12월 25일(화)

전시장소: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실 

관람시간: 평일, 일요일 및 공휴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토요일, 매달 마지막 수요일 오전 10시 ~ 오후 9시

관람요금: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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