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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을 준비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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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시험기간이 아니면 갈 생각조차 하지 않는 열람실에 우연히 가게 되었다. 평소 열람실 복도 가장 끝에 있는 자리를 선호했기 때문에 문을 열고 꽤 걸어 들어가야 했다. 열람실 문을 열고 놀란 것은, 시험기간도 아니고 늦은 시각이었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익숙한 열람실 복도를 걸으면서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을 찾았다.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 중 다수가 비슷한 책을 쌓아두고 있었다. 공무원 인강용 교재였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국 4년제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학생 5명 중 1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8월 청년실업률이 10%로 1999년 이후 19년 만에 최악의 수준이라고 하니, 그나마 직장이 안정되고 퇴직 후 연금 혜택을 볼 수 있는 공무원을 선호하는 작금의 추세는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으로 보인다. 기사로만 접했던 수치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에게서 직접 확인하니 가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당연한 흐름인가 싶어 기가 꺾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글을 통해 대한민국의 수많은 청년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하기 싫다면 하지마요.” 물론 글에 제시한 ‘공무원 준비’에는 비하 의도가 없으며, 청년들의 경향을 표현하는 하나의 단어로써 사용하였다. 이 글은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자신이 목표한 바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사람들, 시험준비가 나쁘지 않은 사람들보다 하기 싫지만 억지로 준비하는 사람들이 읽어주었으면 한다.

나날이 높아져 가는 공무원 준비 비율을 보면 세상이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지는 것이 느껴져 개탄스럽다. 물론 어떤 이는 요즘 같은 시대에 안정적이고 연금이 보장되는 공무원을 준비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것이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세상에 어둡고 구시대적 사고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고 싶은 한 가지는 당신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건, 어떤 시대의 흐름에 걸쳐있건 하기 싫은 것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불투명한 미래를 하기 싫은 일로 준비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본인에게 주어진 힘든 상황, 어려운 사회적 흐름 속에서도 끊임없이 고개를 흔들며 ‘당신’을 생각하라. 영화 ‘박하사탕’에서 주인공 김영호는 한국 현대사의 수많은 잔인한 가시에 마구 할퀴어진 인생을 살았다. 그 결과 영화에 나오는 김영호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김영호는 등장 처음 부분에서 달려오는 열차를 향해 눈을 부릅뜨고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두 팔 벌려 외친다. 김영호는 사회의 온갖 모순과 부조리를 겪기 전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영호를 대사 그대로 원하는 시절로 보내준다면, 과연  그는 어떠한 삶을 꾸려나갈까? 물론 김영호가 본인의 의지로는 거역하기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지만 돌아간다면 이전의 삶과는 같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많은 청년이 힘겹게 책장을 넘기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이미 멀리 와버려서 원치 않던 것이 간절해진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청년이다. 열차 앞의 영호가 갈망한 순수했던 시절의 김영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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