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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아야금익숙한 음악을 통해 우리 소리를 들려주는 국악인

 

“생일축하노래도 연주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채팅창에 올린 누군가의 요청에 한복을 차려입은 한 사람이 가야금으로 생일축하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아프리카TV 방송의 아야금(본명 박상아) 크리에이터는 아리랑에서 외국의 인기곡 <Havana>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곡을 연주하며 우리에게 생소해진 가야금 소리를 감미롭게 들려준다. 소통이 필요해 막연히 시작한 방송에서 어느새 신인상을 받은 아야금 크리에이터는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가야금을 연주하고, 우리 소리에 익숙해져 정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맡고 싶다고 하였다. 한가위를 하루 앞둔 날, 서울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나보았다.

 

Q. 2016년 말에 시작해서 대상후보상, Best BJ, 신인상을 수상하고 음악 분야 2위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이 궁금하다.

A. 처음부터 가야금을 연주하는 BJ가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한 건 아니다. 단지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어서 방송을 켰다. 오프라인의 대화에서는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부터 시작해서 표정, 말투, 단어의 선택까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은 익명이니 이에 대해서 조금은 편해질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캠코더 하나를 구매했고, 휴학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방송을 시작했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우연히 방 한 쪽에 놓여져있던 가야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휴학을 하는 이유, 가야금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그 이후 시청자들은 “네가 가야금을 쭉 해줬으면 좋겠다.”, “네가 잘 했으면 좋겠다.”라며 금전적 후원을 해줬다. 처음에는 그저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큰돈을 받는 것에 대해 매우 부담스러웠다. 때문에 이에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아리랑 한번만 연주해 달라.”라는 한마디에 연습을 했고 이를 들려드렸다. 시청자들은 대단한 연주가 아녔음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해주고, 고맙다는 인사를 해주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대화에 그치지 않고 가야금도 지속적으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연주 횟수가 적었음에도 많은 후원을 받았고, 이 덕분에 휴학을 그만두고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아무래도 학업을 병행하다보니 방송보다는 학업이 1순위였지만, 팬이 점점 많아지는 감사함에 더더욱 가야금 연주를 연습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고정 시청자가 늘어났다. 그리고 방학기간에는 학업보다 방송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그 때 운이 좋게도 시청자가 확 늘었다. 그 결과 지금에 이른게 아닌가 싶다.

 

Q. 개강한 지 1달이 지났다. 매일 방송을 하고 있는데,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고려했을 때, 방송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는가?

A. 힘들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생각을 달리해볼 수도 있다. 나는 재학 중에 아르바이트를 네 개씩 했다. 학교와 다수의 아르바이트, 레슨이 나의 하루를 차지하였고, 내 시간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방송은 시간적 측면에서 보다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다. 또한 방송에 있어서 최고의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꾸준히 소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나 직장에 다닐 때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집에서 나오는 것처럼, 이게 내 일이기 때문에 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고,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느껴져도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콘텐츠가 성에 차지 않더라도 이를 시청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방송을 진행한다. 인터넷 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직장을 비롯한 사회활동을 마치고 귀갓길이나 자기 전 같이 타인과 대화하기 힘든 상황에 방송을 시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진심을 다하는 것, 이게 시청자들이 내 방송을 보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Q. 생방송 중에 시청자가 익명성을 믿고 심한 욕설을 하는 등의  돌발상황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는가?

A. 그런 돌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TV방송에 비해 인터넷 실시간 방송이 가진 장점 중 하나이다. 방송활동 초기,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이 채팅방에 입장하는 날엔 많이 울었다.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상처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방송을 시작했는데 여기도 이런 사람이 있구나 싶었다. 그러던 중 하나를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이 공간엔 나와 발화자 둘 말고도 여러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만약 오프라인에서 한 사람이 나에게 나쁘게 대한다면 이는 나와 발화자 둘만 알게 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다른 시청자들도 이를 인지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하나의 보호막이 생긴 기분이었다. 부적절한 언행으로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은 전체의 1%도 되지 않는다. 감사하게도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런 사람을 비난하거나 나를 위로해준다. 그래서 지금은 예전과 달리 신경쓰지 않는다. 한편, 방송 중 부모님이 부른다던지, 키우는 강아지가 들어오는 등의 깜짝 상황도 발생하는데, 이는 하나의 재미요소로 작용한다. 물론 매번 콘텐츠가 다르겠지만 방송이 비슷하면 재미가 없다. 이처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요소가 소소한 재미를 가져다준다.

 

Q. 인터넷 방송은 TV방송에서 다루지 못하는 걸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극적이라는 비판 또한 존재한다. 이로 인해 BJ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TV방송은 다시보기를 비롯해 재방송으로 보기 수월하지만, 인터넷 방송은 실시간 방송이다보니 ‘한정적인 시간에 내가 얼마나 시청률을 끌어올릴 수 있냐’가 중요하다. 아무래도 BJ입장에선 시청률을 위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야 하고, 이를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이용하게 된다. 평소 사람들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을 땐 화장을 보다 예쁘게 하거나 약간 자극적인 옷을 입는 일련의 행위들이 방송에 적용된 것이라 보면 될 것 같다. 사람들에게 이목을 끌고 싶고, 매력적인 모습을 어필하고 싶으니 점점 자극적인 콘텐츠가 나오는 듯도 하다. 실제로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기도 하기에 무조건적으로 이를 부적절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TV에서 여자 아이돌이 자극적인 옷을 입고 방송에 나오는 것처럼 보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고, 수요가 있기에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옛날에는 TV나 인터넷 커뮤니티에 종종 등장하는, 소위 ‘관종’같은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여겼다. 그러나 일을 하다 보니 그런 사람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방송을 보고 부정적으로 느낀 사람들은 “그럴 거면 나가서 일을 해라!”라고 하는데, 그 사람들은 끼가 있는 사람들이다. 방송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다 그렇게 시청자를 모으지는 못한다. 그들은 끼가 대단한 사람들이기에 평범한 일을 해도 그 일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은 방송을 통해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것이니 마냥 나쁘게만 바라보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Q. 많은 사람들이 국악보다는 서양 고전음악을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또한 서양 악기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반면, 한국의 전통적인 악기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사람들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A. 관심이 없으면 모르는 게 당연하다. 이를 모르는 사람들을 비난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산조를 어려워하는 건 괜찮다. 그렇지만 국악을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켜온 과정과 그 노력을 알아주면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악이라는 하나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를 위해 다른 나라에는 없는, 국악만을 송출하는 국악방송과 국악라디오를 만들기까지 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국악을 잘 알지 못하는 현상을 탈피하기 위해 ‘전통음악보다는 퓨전음악을 해야 한다’라고 하는데, 이 논의 역시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지금 가장 많은 사람에게 국악을 많이 들려주는 사람이 아야금이다.”라는 말을 한 국악인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좋은 연주를 하는 사람은 충분히 많지만, 가장 많은 사람에게 가장 많이 가야금 소리를 들려준 건 나라는 것이다. 그 말 덕분에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 내가 음악을 들려줌으로써 사람들에게 가야금을 인지시켜주고, 그 생각과 관심이 정악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방송에서 정악을 연주하지 않는다. 내 실력을 뽐내기엔 나는 아직 학생이며, 내 실력은 수많은 국악인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 전통 악기를 통해 서양의 음악을 연주하는 퓨전 음악으로 국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러한 관심이 정악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통로가 생겼으면 좋겠다.

Q.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사람들은 이미 정해진, 쉽게 예상 가능한 길을 가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새로운 길을 가고 싶을 때는 항상 주저하지 말고 시도했으면 좋겠다. 위험요소가 있을 수도 있고, 남들의 눈이 신경쓰일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번만 더 용기를 내면 많은 게 바뀔 수 있다. 우리가 기존의 굴레에서 벗어나면 다른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내가 새로운 길에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의 생각은 바뀐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상상을 해 보지만, 이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고 생각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하고 시도할 지 말 지 고민만 하다 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그저 생각일 뿐이지,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생각만 하면 그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이를 시도해 몸이 가는 대로 행동해보면 우리의 우려는 기우가 된다. 생각은 아무도 모른다. 실천을 해봐야 알 수 있다.

이재환 기자  jhl060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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