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김지연(역사교육 14)

현실적이기에, 더 찬란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몇 년 전, 기자는 같은 과 신입생 후배와 밥을 먹으며 신문사 입사를 권유했다. 신문사에 지원하면 고기를 사주겠다는 기자의 약속과 함께 후배는 신문사에 지원했다. 자신의 꿈을 위해 모든 일에 열심히 임한 후배는 숨마 쿰 라우데(Summa cum laude, 최우등 졸업을 뜻하는 라틴어)의 영예를 안으며 지난 8월, 사회로 발을 내디뎠다. 언제 더웠냐는 듯 옷깃을 여미던 9월의 끝자락에서 만난 김지연 동문은 약속장소 앞에서 기자에게 붙임성 있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보는 후배의 얼굴에 한껏 들뜬 기자는 “이제야 고기를 얻어먹네.”라는 장난기 어린 후배의 면박에 웃으며 동문을 이태원의 한 음식점으로 안내했다. ‘우리 후배님 먹고 싶은 거 다 시켜’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직원을 호출해 음식을 주문한 동문은 질문거리가 가득한 기자보다 먼저 기자의 근황을 포함한 여러 가지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직원이 구워주는 고기가 익기 시작할 때쯤, 미소 지으며 기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던 그녀는 자신의 꿈에 대해 잘 대답하지 못하는 기자를 배려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입학 후 예술에 관심을 가져 복수전공으로 예술학을 선택한 동문은 학생 대표로 상을 받으며 졸업한 이후, 미술대학원에 진학하는 대신 공무원 시험을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며 근황을 전했다. 지금까지의 학업과 자신의 장래희망을 뒤로한 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동문의 말에 기자는 실례인 줄 알면서도 놀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김지연 동문은 1학년 때 예술 관련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 수업의 과제는 전시를 관람하고 감상문을 써오는 것이었는데, 그때 동문은 과제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의 루브르 특별전에 갔었다. 특별전에서 처음으로 클로드 모네의 <양산을 쓴 여인>(1886)의 실물을 보았는데, 그림 속 여인의 치마와 풀잎을 흔드는 바람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날의 첫 예술적 경험은 예술학과 복수전공을 결심하게끔 했고, 이후 동문은 복수전공 수업과 답사를 통해 이론과 경험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동문은 마지막 학기에 학사학위 논문을 제출하며 대학생 생활을 마쳤다고 했다.

또한 그녀는 우연히 기회가 닿아 경험한 박물관 인턴 생활을 통해 자신의 꿈을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인턴 생활을 마무리하는 취지의 회식자리에서도 박물관의 학예사의 경험이 담긴 조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인턴 경험과 학예사의 조언은 그녀로 하여금 직업을 선택하는데 있어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게끔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 일은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해봄직한 일인 것 같다고 느껴졌어요.”라고 말한 동문은 대학 졸업 후 대학원을 마치고 학예사로 자리잡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다고 했다. 결국 그녀는 당장 예술을 직업으로 삼기보다는 우선 눈앞의 목표를 달성하고 그 후 꿈을 위해 노력하기로 결심했다고 하였다. 

식사 후 근처 카페로 옮겨 이야기를 나누던 동문은 기자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직도 학생인 오빠가 부러워요.”라고 하였다. 지금 마시는 차에 대해서 논하고, 경주 황룡사지에서 맞이한 석양의 찬란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런 이야기를 나누기에 졸업생 혹은 고시생은 적절하지 않다며 페이소스 짙은 웃음을 남겼다. 그렇지만 현재의 과제를 마치고 나면 그 아름다움을 다시 만끽하기 위해 돌아다니겠다는 그녀의 당찬 계획과 미소는 그 무엇보다 찬란했고, 아름다웠다. 

입가심을 마치고 일어선 기자와 동문은 지하철역에서 헤어졌다. 다음엔 닭발과 남프랑스의 햇살을 담은 차를 마시며 각자의 꿈에 조금 더 다가가 마주한 상태로 만나자는 동문의 말을 곱씹으며, 기자는 자신을 마주하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