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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를 넘기며 흔적을 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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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방송국에는 신문이 많이 쌓여있다. 조선일보부터 한겨레까지. 매일 아침 마구잡이로 배달되어오는 탓이다. 그런 방송국에 가끔씩 찾아오는 손님이 있는데, 바로 홍대신문이다. 이따금씩 필자나 다른 국원들이 중앙도서관 앞 부스에 쌓인 걸 가져와 읽으니, 학생회관 내 홍대신문의 독자 수로 순위를 매긴다면 1위는 홍대방송국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투고 제안이 들어왔을 때 나름 속으로 쾌재를 부른 건 그 이유에서다. 독자로서 몇 줄 흔적이라도 남길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읽으려 집어보면, 기성 신문보다 조금 더 길쭉하니 홍대신문임을 바로 알 수 있다. 기세 좋게 펼쳐 놓고 읽노라면 좀 놀랍다. 일주일마다 면면에 새로운 소식이 담겨있어서기도 하지만, 이걸 학생들이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놀라울 때가 있다. 열 몇 가지가 넘어가는 다양한 코너에, 교내 소식만큼은 “진짜 신문” 같은 전문성을 갖췄으니, 기자들이 가질 책임감과 사명감이 얼마나 클지 짐작해볼 수 있다. 
그렇게 찬찬히 읽다가 재밌는 점을 발견했다. 바로 기자들 스스로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교내 언론에 몸담고 있는 처지다보니, 언론인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어서 특히 유심히 본 탓도 있겠지만, 참 눈여겨볼 만하다. 편집국장의 사설인 달콤쌉싸름, 기자의 취재 후기이자 신문사의 위치기도 한 S동 211호, 사회 전반적 문화에 대한 기자의 시선이 담긴 기자프리즘까지. 학보(學報)다운 특징이자 강점이다. 읽다보면 이 신문이 나오기까지 기자들이 쏟은 노력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으니, 일반 학우들에게는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가 느껴지겠다 싶다. 필자로서는 우리 방송국의 프로그램 제작 과정을 보는 듯해 이유 모를 연민(?)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언론사끼리는 닮은 구석이 많은 셈이다.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란, 어디서나 빛바래지 않는 모양이다.
가장 오래된 백과사전도 책자로는 더 이상 발행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벌써 6년 전 일이다. 그만큼 종이라는 매체를 원하는 사람은 적어졌다. 사실이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인쇄물은, 적절한 대가를 치르지 않아선 안 된다. 홍대신문도 여기에서 자유롭진 않을 테니, 남은 과제가 있다면 변화에 대한 대처방안이겠다. 유용한 학내소식, 다양한 콘텐츠, 교양을 쌓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만, 독자까지 도착하지 못한다면 말짱 꽝이니 말이다. 그러니 학우들이 보다 접근하기 쉬운 SNS나, 인터넷 홈페이지와 같은 온라인 매체를 활성화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의 양과 질을 또 한 번 고민해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필자처럼 종이 넘기기를 좋아하고, 또 그 나름대로 맛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종이 신문이라는 본분에도 소홀하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욕심을 부려본다. 문제 될 건 없겠다. 지금까지 흔적을 남겨온 것처럼만 하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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