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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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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된 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신입생의 설렘은 눈 깜빡할 사이에 취업을 앞둔 고학년의 부담으로 바뀌었다. 요즘 주변 친구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엊그제 신문사에 들어간 것 같은데 너의 신문사 생활도 드디어 끝이 나는구나.”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시간은 정말 폭풍같이 몰아쳐 지나갔지만, 그 와중에도 신문사 생활은 결코 빠르게 지나가지 않았다. 아무리 돌이켜보아도 정말 오랜 시간이었다.

기자는 의미 있는 대학 생활을 하고자 S동 211호에 발을 내디뎠다. 어쩌면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문사 생활은 단 한 번도 쉬웠던 적 없었다.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일이 수월해질 줄 알았지만 상상과는 다르게 갖가지 이유로 기자를 괴롭혀왔다. 내가 온전히 기사를 완벽하게 작성하고, 번듯한 기획서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낸다면 해결될 줄 알았던 신문사 안에서의 고통은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서 생산되었다. 후배들을 대하는 태도는 무척 어려웠으며 팀장 기자로서의 중압감은 만만치 않았다. 마감 후 술잔을 기울이며 신문사에서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게 해줬던 동기들과도 신문사 운영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으로 매번 싸워야 했다. 취재를 할 때마다 들려오는 기자를 향한 날이 선 목소리, 기자에 대한 비난은 익숙해지지 않았고 매번 상처가 되었다. 저번 주에 이런 일이 생겼으면, 이번 주에는 또 다른 일이 ‘터져’버렸다. 아마 이런 이유들로 신문사에서의 시간이 길게 느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너무나도 힘들었기에 퇴임이라는 끝을 바라보고 있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 끝에 가까워진 지금, 생각보다 후련하지 않다. 심지어는 끝이 조금 더 천천히 오길 바라고 있다. 홍대신문사에서의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고 행복했기 때문이다. ‘기자’이기에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이 좋았고 ‘기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때 가슴이 벅찼다. 발간된 신문 속 기사를 볼 때면 지난날의 피로는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이번 기사 잘 보았습니다’라는 짧은 메시지는 겹겹이 쌓여왔던 고통을 너무나도 쉽게 흩트렸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3년을 함께해준 동기들이다.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을 때도, 기사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을 때도, 누군가에게 비난을 받을 때도 동기들은 손을 내밀어 주었고, 그 덕분에 무사히 신문사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신문사를 벗어나 대학생으로서의 많은 추억을 만들어주기도 했고 단순한 ‘동기’의 개념을 넘은 지 오래였다. 이 기사를 통해 마지막으로 기자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기회인만큼 지겹도록 싸우고, 지겹도록 고민을 나누고, 지겹도록 의지했던 동기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신문사 생활은 4년의 대학 생활 중 3년을 차지했고, 기자에게는 ‘일상’이었다. 이제는 그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 신문사 업무로 가득 채워진 기자의 하루가 신문사 일이 아닌 다른 어떤 무엇인가로 채워질지 아직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후련함보다는 아쉬움에 가깝다. 하지만 2주 후면 기자 생활은 끝이 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정말 마주하고 싶지 않은 그 순간이 나타났을 때 기자는 그제서야 기자로서의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고 생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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