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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Coen brothers) 감독의 작품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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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에서 가장 창조적인 형제’라는 수식어가 붙는 코엔 형제는 형 조엘 코엔(Joel David Coen, 1954-)과 동생 에단 코엔(Ethan Jesse Coen, 1957-)이 감독, 각본, 연출 등 공동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현재까지 18여 편의 영화를 연출하였고 이들의 작품은 각종 영화제와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바톤 핑크(Barton Fink)>(1991)로 제44회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과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이들은 이후에 <파고(Fargo)>(1996)를 통해 제69회 아카데미 영화제 각본상을 받고 <시리어스 맨(Serious Man)>(2009)으로 제49회 칸영화제에서 다시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다.


  데뷔작인 <분노의 저격자(Blood Simple)>(1984)는 사설탐정 비써가 마티에게 아내와 불륜관계인 레이가 죽은 것처럼 조작된 사진을 건네고 그를 총으로 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밀린 급료를 받으러 온 레이는 애비가 마티를 죽인 것으로 오해하고 시신을 은닉하려다 아직 살아있는 마티를 생매장해 버린다. 그렇게 사건을 숨기고 돌아온 레이를 본 애비는 그가 마티를 죽인 것으로 오해하고, 예상치 못한 사건의 전개에 비써는 모두를 죽이려다가 오히려 애비에게 죽임을 당한다. 영화가 상정한 세계 속에서 인물들은 그들의 한정된 시야와 감각으로 얻은 단서로 상황을 오해하고, 그 오해는 비극을 낳는다. 코엔 형제는 이러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그들을 둘러싼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또 그것이 얼마나 합리성과 거리가 먼 것인지를 보여준다. 


  데뷔작으로 자신을 둘러싼 외적 세계에 대해 고찰한 코엔 형제는 영화 <바톤 핑크(Barton Fink)>(1991) 를 통해 예술가인 자신들의 내면으로 파고든다. 영화는 유대인 희곡작가인 바톤이 할리우드에 입성하여 각본을 쓰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광기 어린 사건을 다룬다. 영화사에 각본을 의뢰받은 뒤 강박증 때문에 글이 써지지 않아 고통을 겪다가 머물던 호텔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 찰리가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가 저지른 방화로 인해 호텔을 빠져나온다. 그는 비로소 자신이 만든 강박증 속에 갇혀 자신의 삶을 직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자각한다. 마치 지옥을 연상시키는 불이 난 호텔의 정경과 이로부터 탈출하여 집으로 향하는 바톤의 모습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가 이야기한 부조리에서 벗어나 가치를 복권하는 인간의 모습을 극으로 형상화한 듯하다.

영화 <바톤 핑크>(1991) 스틸컷
영화 <바톤 핑크>(1991) 스틸컷


  <파고(Fargo)>에서는 데뷔작인 <분노의 저격자(Blood Simple)>와 비슷하지만 좀 더 사실주의에 가까운 독특한 연출 방식으로 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처럼 범죄를 재구성하고자 하였다. 빚에 허덕이던 세일즈맨 제리는 아내를 납치한 뒤 장인에게 돈을 요구하려다 계획이 틀어지면서 사건과 관련된 모두를 죽이는 끔찍한 짓을 저지른다. 극 전반에 걸친 사실주의적 묘사는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악이 무방비한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식으로 표출되는지를 탁월하게 보여준다. 영화 시작 전 자막을 통해 영화가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모티브가 되었을 뿐 영화 내용은 실화가 아닌 허구에 가깝다. 이를 영화 말미에 자막으로 정정하지만 이미 관객들은 이를 실화로 인지하고 감상한 이후이다. 감독이 의도하였든 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앞에서 이야기한 자신이 속한 세계를 인식하는 과정에서의 오류를 관객이 직접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코엔 형제의 영화는 다양한 장르가 중첩된 와중에도 작품의 기저에 실존주의 사상이 묵직하게 깔려있다. 동생인 에단 코엔이 대학에서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졸업 논문을 작성할 만큼 실존주의 철학에 깊은 학문적 관심을 가졌고 그 관심은 작품 세계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코엔 형제는 영화를 통해 인간의 이면성과 본질을 탐구하고 풍자하고자 하였다. 이는 영화 속 인물이 그들이 존재하는 불안정한 세계 속에서 서로를 오해하고 증오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담하게 제시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도덕적 기준도, 뚜렷한 목적의식도 없이 세상을 살아가며 좌충우돌하는 인물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관객들은 웃음을 터트리다가도 피하고 싶은 무언가를 맞닥뜨린 듯한 기분을 느낀다. 관객들을 향한 코엔 형제의 노골적인 물음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참고문헌:

이정국,「코엔 형제의 연출 스타일 분석」,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10(6), 2010(,pp.236-248).
민병록, 「Joel, Ethan Coen 감독의 스타일 분석」, 영화연구, (58), 2013(,pp.177-206).
로랑 티라르 지음/ 조동섭 옮김,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 나비장책,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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