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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회 홍대 학·예술상소설 부문

홍대신문사 주최 제43회 홍대 학·예술상 부문별 당선작을 다음과 같이 발표합니다.

◆ 소설 부문 - 최우수

최후의 만찬

박소영

우리 환우들과 가족들은 하나님의 은혜로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사랑의 주님. 우리를 생명의 길로 인도하시어 어려움에 당면한 영들을 치유하여주시옵소서. 주님이 흘리신 십자가의 보혈로 구원받은 수많은 생명을 시샘하는 사악한 병마로부터 지켜주시옵소서. 고통 받고 있는 환우들을 주님의 은혜로 병으로부터 해방시켜주시옵소서. 사랑의 주님.

아내가 두 손을 마주잡고, 눈을 감는다. 고개가 떨어진다.

나는 찬찬히 숨을 내쉰다. 눈을 껌뻑인다. 굳어버린 두 손은 언제나 침대 위에 가지런히 고정되어 있다. 뻣뻣한 목이 숨죽은 베개에 파묻힌다. 천장과 벽 사이에 걸린 TV에서 새어나오는 목사의 설교가 4인 병실을 가득 메운다. 그에 잇따라 내 바로 옆에서 거친 숨소리가 섞인 기도가 흘러나온다. 제발, 제발, 제발, 아버지 하나님.

아내의 잔뜩 패인 미간은 누워 있을 때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빠르게 기도문을 외는 목사의 음성을 배경으로 아내가 소리 없이 입을 움직인다. 옆에 자리 잡은 창으로 석양이 새어 들어온다. 아주 오래, 아주 길게. 새까만 그림자가 벽을 타고서 천장으로 천천히 스멀스멀 기어 올라간다. 두 손을 맞잡은 아내의 모습은 형체도 없이, 잔뜩 뭉개진 형상으로 새겨졌다. 내 위장에 연결된 투명한 관으로 액체가 뚝뚝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모든 아픔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시옵소서. 병마와의 싸움에서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시옵소서. 목사가 목이 갈라지도록 목청을 드높인다. 아내의 입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나는 다시 눈을 도르륵 굴렸다. 고개가 돌아가지 않기에 주변을 보려면 눈 근육을 혹사해야하기 때문이었다. 뻑뻑한 눈을 느리게 껌뻑, 껌뻑 감았다 뜨길 반복했다. 동시에 아내가 감았던 눈을 떴다. 우리 둘의 눈이 마주쳤다. 일몰에 아내의 그림자가 옅어지던 때였다.

모든 일들이 기도하는 대로 이루어지게 역사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아내의 표정이 어둡다. 몇 년이 넘도록 머물렀던 4인 병실에서 한 명이 죽어나간 뒤로 내내 저 표정이었다. 너무 우울해하지마. 그러나 굳어버린 혀는 어떤 말도 뱉어내지 못했다. 으드득, 으드득, 나는 힘겹게 이를 갈았다. 그 소리에 아내가 깜짝 놀라며 내 몸을 잡아온다.

“왜, 또?”

우울해 하는 것 같아서. 나는 이를 가는 걸 멈추고 눈을 여러 번 깜빡였다. 이걸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내 코에 연결된 영양관을 몇 번 건드려본다. 아냐, 그게 아니야. 나는 더 빠르게 눈을 깜빡이고서는 며칠 전까지 사람이 누워있던 침대로 눈을 굴렸다. 아내의 시선이 내 동공 궤적을 따라가다가 이내 지금은 텅 비어버린 침대에서 멈춘다. 아내는 한동안 말이 없더니 설핏 웃음을 지었다. 창백한 낯빛은 형광등 불빛을 받아 더 병약해보였다.

“알았으니까 이 갈지 마. 안 좋다는데 왜 자꾸 그래?”

그러고선 고목처럼 말라붙은 내 손을 가만가만 쓰다듬는다. 낮은 한숨과 소독약 냄새가 병실을 떠다닌다. 수많은 병원을 옮겨 다녀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아내는 그러고서도 한참동안 내 몸을 닦다가, 주물렀다가, 살펴보기를 반복했다. 이것도 결코 변하지 않는 습관이었다.

“어디 불편한데 있으면 눈 한 번 깜빡여 봐.”

아내가 인자한 얼굴로 물어온다. 나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아내는 또 십자가를 꺼내들었다. 사랑의 주님. 아내가 기도를 외운다. 살아있는 청신경이 아내가 내뱉은 낱말 하나하나를 전부 주워 담는다.

아내가 예수를 믿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는지는 나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아내가 종교에 의지한 이유가 나 때문이라는 것, 하나였다. 경추가 망가졌다는 의사의 말에 눈물을 터뜨린 건 내가 아니라 아내였다. 경추가 뭔지 정확하게 몰라 어버버거리는 나와 달리 아내는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입술을 덜덜 떨어대며 어떡하면 좋냐는 말에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입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운이 나쁜 사고였다. 모두가 그렇게 말했다. 또한 모두가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고 했다. 그들의 말대로 기적이라면 기적이었다. 전신마비가 그렇게 쉽게 걸리는 것도 아니었으니. 나를 치고 달아난 뺑소니범은 음주운전자였다. 수백 대의 CCTV를 뒤져 찾아낸 놈은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를 던지고 3년의 징역을 받았다. 평생 감방에서 썩어야하는 놈이었지만 법원은 그 놈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 또한 그의 강력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형을 덜어내고 또 덜어냈다. 저 새끼한테 돈을 안 받으면 병원비를 못 내는데 어쩌라고! 판사가 알 리가 없는 이유로 놈이 감방에서의 세월 세 배 동안 병원에 하루 종일 누워있는 신세가 되었다.

차라리 그 때 죽는 게 나았을걸.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는 그런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며 나를 다그쳤다. 내가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아내는 나와 달리 희망을 잃는 법이 없었다. 어떻게든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거야. 힘들 것 같다는 의사의 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이 굴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 두 번이지, 해가 지나고 시간이 흐를수록 아내는 지쳐갔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어깨 밑으로 감각이 없는 몸뚱아리는 어느 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그럼에도 아내는 피가 잘 돌지 않아 새까맣게 변한 내 몸을 하루가 멀다 하고 닦고, 쓸어내리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병원에 누워 있는 만큼 지금까지 모아놓은 것들이 아금야금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돈도, 시간도, 희망도.

아내가 신을 찾기 시작한 것도 아마 그 즈음일 것이다.

 

“모든 생명은 하나님께 속한 거래. 목숨을 이어가게 하는 것도 거두는 것도 다 하나님 뜻이래. 당신이 살아있는 것도 다 하나님 덕분이야.”

아내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는 그저 듣기만 했다. 그녀의 한 손에는 십자가가, 다른 한 손에는 성경이 들려있었다.

“아이고, 지선 씨. 오늘도 좋은 말씀만 들려주네.”

맞은편에서 파마머리의 여자가 생글생글 웃음 짓는다. 4인 병실을 우리와 같이 지키고 있는 여자였다. 하나뿐인 아들이 식물인간이 되어 낮이나 밤이나 눈 코 뜰 새 없이 그 곁을 떠나는 법이 없었다. 같은 병실인데다, 나이도 비슷하고 처지도 비슷해서인지 그녀와 아내는 서로 언니, 동생하면서 갑갑한 병원 생활을 함께 했다. 아내에게 신앙의 씨를 심은 것도 이 여자였다. 솔직히 나는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분명한 이유 없이 그저 꺼림칙했다. 걸걸한 목소리부터 방정맞은 몸짓까지, 아내와는 정반대의 인간이어서 그럴지도 몰랐다.

자기야, 하나님 한 번 믿어봐. 이게 다 나중에 자기 좀 더 잘 살게 하려고 주님이 내려준 시련이라니까?

어쩌면 처음 이 병실에 들어오자마자 내뱉은 말이 원인일지도 몰랐다. 다짜고짜 예수를 믿으라거나, 시련이라는 둥의 망발을 입에 담는 여자가 곱게 보이는 게 이상했다. 오랜 병원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건 정말 간절한 사람에게, 그 와중에 힘이 없는 사람에게는 별의 별게 다 붙는다는 사실이었다. 돌팔이, 약팔이, 사이비. 이 같은 인간들은 수도 없이 나와 아내를 유혹했다. 평범한 상황이었다면 그냥 무시하고 말았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말도 안 되는 말에도 자꾸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곤 했다. 아내는 버티다 못해 넘어갔을 뿐이었다. 그게 멀쩡한 종교라는 건 꽤나 다행인 일이었다.

“저도 이번 예배 때 들은 거예요. 목사님이 그러시더라구요. 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그래, 그냥 시련이야. 시련. 우리 정수도 하나님이 잘 보살펴주고 있겠지?”

“그럼요.”

그렇게 말하는 아내의 표정은 버석거렸다.

“그런데 왜 이렇게 힘이 없어?”

여자가 아내의 등을 토닥였다. 아내가 난처하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그냥, 요즘……. 생각이 많아져서요.”

“병원 생활 오래한 사람들 다 그러지. 지치고, 힘들고, 누구 죽어나가면 불안하고. 나도 다 아는데 그럴수록 아저씨도 우울해 할걸?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렇죠? 아저씨?”

여자가 내 눈을 마주보며 질문했다. 나는 살살 이를 갈았다. 소음이 없는 병실에는 이 정도로 충분했다. 아내는 아직도 같이 병실을 썼던 노인의 죽음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지난 세월동안 타인의 죽음을 목격한 게 한 두 번이 아닌데도 요즘 따라 아내는 유독 힘들어보였다.

“그러지 말고 밥이나 먹으러 갈까?”

여자가 아내의 등을 쓸어내렸다. 아내가 벽에 걸린 시계를 한 번 쳐다보더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하고 수긍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젓는다.

“그래도 한 명은 여기 지키고 있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항상 둘이서 같이 식사를 하러 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병실을 지켜봐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였다. 한 명의 환자가 빠져나간 지금 병실의 간병인은 두 사람 뿐이었다.

“간호사 한 명한테 말해놓으면 되지. 밥 먹으러 가니까 잠깐 봐달라고.”

“그래도…….”

“괜찮다니까.”

여자는 부러 그러는 듯 더 쾌활한 목소리를 내었다.

“의사 선생님이 정수 잘 보라고 했잖아요. 상태도 많이 나빠졌다고 하던데.”

“그런 말 한 두 번 들은 것도 아니고, 그냥 어디 조금만 안 좋아도 나보다 그 인간들이 더 난리야. 됐고 나가자. 아니다, 여기서 먹을까?”

그 말에 아내가 나를 한 번 쳐다본다.

“어때? 그 편이 낫겠지? 괜찮죠, 아저씨?”

나는 눈을 한 번 껌뻑였다. 괜찮다는 신호였다. 그러나 아내는 여자의 팔을 끌었다.

“그럼 나가서 먹어요.”

“안도 괜찮은데….”

“아무리 그래도 환자 있는데서 어떻게 밥을 먹어요.”

예의를 차리는 것 같은 말이었지만, 실상 아내는 내 앞에서는 절대 식사를 하는 법이 없었다. 처음에는 눈치 채지 못한 일이었다. 나는 그게 단지 병원 내 예의를 차리려고 그러는 줄 알았지만 사람들이 옮기는 말로 아내가 내가 보는 곳에서는 식사를 꺼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위에 튜브를 꽂아 넣은 다음부터였다.

“빨리 올 테니까 자고 있어. 응? 간호사한테도 말해 놓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나는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싫다는 신호였다. 이건 일종의 불안감을 내보이는 신호였다. 아내가 밥을 먹는 동안 나는 위에 연결된 가느다란 관으로 묽은 미음 같은 액체를 집어넣어야 했다. 이건 아주 기분이 나쁘고,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게 아님을 상기하게 만들었다. 배가 고프니 억지로 위장을 채우는 게 좋을 리 없었다.

“관에 넣는 거 다 간호사분이 해 주실거야.”

나는 또 눈을 두 번 껌뻑였다. 아내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가를 끌어올리자 팔자주름이 깊게 드러났다. 지나간 세월과 고생의 흔적이었다. 나는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괜찮다는 표시로 눈을 한 번 껌벅였다. 전신마비 환자의 심술이란 이토록 모자라 보인다. 아내는 연신 뒤를 흘끔거리다 여자의 재촉에 밖으로 빠져나갔다. 일순 세상이 고요해졌다. 정적에 휩싸여 나는 눈을 감았다. 저녁 시간이라고 한 게 무색할 만큼 밖은 벌써 어두컴컴해진지 오래였다. 나는 몰려오는 수마를 내버려두고 잠에 빠져 들어갔다.

삐이익, 삐이익. 순간 불안한 경고음이 병실 안에 울려 퍼졌다. 감기려던 눈이 번쩍 떠졌다. 요란한 소리는 맞은편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삐이익, 삐이익.

 

모든 문제는 느닷없이 찾아오는 법이었다. 내가 겪은 뺑소니 사고처럼 말이다. 사람이 빠져나간 그 잠깐 사이에 맞은편에 누워 있던 학생은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있었다. 가느다란 경고음이 쉴 새 없이 울리는 동안 병실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간호사에게 말을 넣었다고 했는데도 누구 하나 들여다보는 법이 없었다. 학생이 몇 번이나 숨을 멈추는 광경을 나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삐이익, 하고 경고음이 울릴 때마다 내 심장이 등을 뚫고 침대 바닥으로 추락할 것만 같았다. 빨리 오겠다는 말이 농담은 아니었던 듯,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와 아내가 돌아왔다. 불 하나 켜지지 않은 깜깜한 병실 안에 들어찬 건 가느다란 비명이었다.

다행히도 그 학생은 목숨을 건졌다. 다만 상태가 더 나빠져 중환자실로 병실을 옮긴다고 했다. 그 여자는 잠깐 사이에 아들이 죽을 뻔한 걸 알고 넋을 놓은 얼굴이었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4인 병실을 차지한 건 이제 나와 아내뿐이었다. 한 명은 죽어 나갔고, 다른 한 명을 거의 죽을 지경이 되어 나갔다. 다음은 나일까? 하지만 십년 내내 줄기차게 이어진 목숨이 느닷없이 끊어지는 것도 우스웠다. 나는 전신마비 환자임에도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전부 할 수 있었다. 먹고, 자고, 배설하고. 그런 나와 달리 아내는 식사를 거르기 시작했다. 밥 친구가 없어져서인지, 아니면 정말 먹고 싶지 않아서인지 알 수 없었다.

역시 내가 죽는 게 나았을까?

아내의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보며 나는 질문을 던지고 또 던졌다. 그래봤자 어디까지나 목을 겨우 긁는 소리만 났을 뿐이었다.

“사모님. 오늘도 식사 안 하셨어요?”

정각마다 와서 내 몸 상태를 확인해주는 간호사가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배가 안 고파서요.”

“아니, 그래도 밥은 먹으셔야죠. 이러다가 쓰러지시면 사모님도 그렇지만 선생님도 큰일 나요.”

“그거 말고 저 수면제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조금 센 걸로. 요즘 잠을 못 자서.”

“음, 약은 안 먹는 게 좋으실 것 같은데.”

간호사가 친절하게 거절을 하자 아내는 더 이상 관심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선 성경을 펼쳐놓고 기도를 늘어놓았다. 간호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자신의 식사는 여봐란 듯이 내팽개친 아내는 내 식사만큼은 꼬박꼬박챙겼다. 내 위에 연결된 튜브로 음식도 뭣도 아닌, 허여멀건 액체가 흘러들어온다. 팩이 텅 빌 때까지 아내는 가만히 앉아 있다가, 모든 과정이 끝나면 정리를 했다. 

“다 먹었으면 자요.”

아내가 내 이마를 쓰다듬는다. 나는 아무것도 먹은 게 없는데. 그러나 하찮은 불만을 내보일 필요는 없었다. 아내는 그렇게 쉬지 않고 나를 보살폈다. 나는 때가 되면 밥을 달라고 입을 벌리는 아기새 같은 처지가 되어 하루 세 번 영양식을 꾸역꾸역 받아먹었다. 이건 내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조물주가 처음부터 생명을 이어가는데 필요하도록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걸 나보고 어쩌라는 말인가.

 

 

식물인간인 자식을 두었던 여자가 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제야 내 귀에 들려온 걸 보면 꽤 지난 일인 것 같았다. 아내가 밥을 굶은 것도 어쩌면 그녀의 소식을 일찌감치 들어서일지도 몰랐다. 독실한 신자였던 그녀가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에, 병원은 한참동안 술렁였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은 당연히 소중히 다뤄야 합니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전부 하나님의 뜻에 달려 있습니다. 종교방송 채널에서 목사가 설교를 늘어놓았다. 아무리 봐도 지루한 채널을 아내는 그것밖에 없다는 듯이 보고 또 보길 반복했다. 찬양가가 흘러나왔다. 자장가 같은 음계에 저절로 잠이 들었다.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부스럭거리는 인기척에 나는 슬며시 눈을 떴다. 눈을 굴리니 사방이 컴컴했다. 한밤중인 듯싶었다. 나는 어미를 잃은 새처럼 아내를 찾았다. 항상 보조 침대 쪽에서 새근새근 들려오던 숨소리가 오늘은 없었다.

으드득, 으드득, 나는 아내를 부르기 위해 또 다시 이를 갈았다. 아내는 이가 다 닳는다며 제발 하지 말라고 했지만, 더 이상 쓸 수 없는 이빨 따위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그때였다. 누군가가 침대 언저리에서 움찔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를 가는 걸 멈추고 침대 발밑 쪽에 있는 그 누군가에게 집중했다. 한참 동안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어둠 속의 파묻힌 인영 쪽에서 소리만이 들려왔다. 아삭거리며 무언가 씹히는 소리, 혀가 쩝쩝하고 입천장에 맞닿았다 떨어지는 소리, 꿀꺽, 목구멍으로 그것이 빨려 들어가는 소리. 아내였다.

아내의 기이한 행동은 그 이후로도 매일 밤마다 이어졌다. 나는 아내를 쉽사리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볼 때는 물 한 방울 입에 대지도 않더니, 내가 잠에 드는 밤이면 또다시 우물우물 무언가를 입에 넣는 걸 반복했다. 혹시 나 때문에 그러는 거야? 질문을 던지고 싶어도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아내가 먹는 양은 단지 어림잡았을 뿐이지만 어마어마했다. 자정부터 거의 동틀 녘까지 그녀는 쉴 새 없이 입에 무언가를 처넣었다. 나는 잠들려고 해도 밤마다 풍겨오는 음식 냄새에 잠에 들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동안 별로 먹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했던 온갖 음식들이 제멋대로 머릿속에서 떠오르다가, 뇌리에 박힌 미각을 끄집어냈다. 마음대로 다물지 못하는 입에 침이 고였다. 아내는 진작 이렇게 될 걸 알았기에 밥을 먹지 않는 것이었다. 입가에 고인 침이 턱을 타고 흘러내려 베개를 축축이 적셨다. 배가 고팠다. 미칠 듯이 배가 고팠다.

 

 

아내가 쓰러졌다. 영양실조가 원인이라고 했다. 밤마다 그렇게 먹어대는데도 아내는 더 빠싹 말라 갔고, 힘을 잃어갔다. 새하얀 피부에 파란 혈관이 옴팡지게 드러나 있었다. 그럼에도 아내는 또 다시 나를 챙기는 것이다.

“배고프지?” 하고서 말이다.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았다. 저 따위의 유동식으로 이 허기는 채울 수 없었다. 먹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내는 관을 타고 내 위로 흘러들어가는 묽은 액체에 눈을 떼지 못 했다.

“사랑하는 아버지 하나님.”

그리고 또다시 아내는 기도를 읊는다. 내 배 위에 손을 얹고, 축원을 빈다. 입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내가 무엇을 비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내는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기도문을 외워댔다. 누구는 대단한 신앙이고, 누구는 마저 잡을 게 없어 하는 마지막 시도라고 했다. 나는 후자 쪽에 무게를 두었다. 그날 밤, 또 아내는 음식을 먹어치웠다. 둥둥 떠다니는 음식 냄새가 침대 이불에까지 배어들 정도로 많은 음식들이었다. 비닐봉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곧바로 무언가를 뜯어내는 소리가 들렸다. 온갖 배달음식과, 분식과, 인스턴트 음식 냄새가 불협화음처럼 피어올랐다. 숟가락이 챙 하고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 젓가락이 달그닥거리는 소리. 불 한 점 켜지지 않은 병실에서 그녀는 무엇을 먹고 있을까.

그때였다.

“사모님!”

낯선 침입자가 벽에 있는 스위치를 눌렀다. 형광등이 깜빡거리다가 불이 들어왔다.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나는 맞은 편 벽에 걸린 거울로 지금의 상황을 몰래 훔쳐봤다. 돌처럼 굳어버린 아내의 입가에 붉은 양념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그녀의 양 손에도 마찬가지였다. 바닥에 수많은 비닐봉지가 깔려 있었고, 그 위에 온갖 포장용기가 진열되어 있었다.

“아니, 사모님!이 새벽에 이게 무슨……!”

아내보다 더 당황한 간호가가 결국 말을 잇지 못하다가 복도로 나갔다. 멀리서 다른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내는 여전히 굳어 있다가 손에 들린 고깃덩어리를 입에 쏙 들이넣었다. 만찬이었다.

 

 

이 해프닝으로 인해, 아내는 병원 측의 감시를 받게 되었다. 누군가 매일같이 엄청난 양의 음식을 병실로 들인다는 소문이 퍼져있었다고 했다. 아내는 나 때문에 그 음식들을 시켰다는 변명을 자아냈다고 했다. 덕분에 쓸모없는 소문이 하나 더 늘어났다. 아내가 제 정신이 아니라는 소문이었다. 아내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여느 때와 같이 내 식사를 챙겼다. 손바닥만한 팩에서 액체가 떨어진다. 관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 끝에는 내 위장이 있었다. 아내는 오늘도 한참 동안 내 식사 장면을 바라보았다.

“이거 먹으면 배가 부르긴 해?”

아내가 실 같은 관을 톡톡 두드렸다. 나는 눈을 두 번 껌뻑거렸다. 아니. 그게 답이었다.

“여보.”

갑자기 아내가 위루관을 꽉 쥐어 잡았다.

“우리 밥 먹자. 마지막으로 같이.”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내가 이상해. 아무리 밥을 먹어도 배가 안 고파.”

그러더니 아내가 갑자기 침대 위로 올라타더니 내 목을 부여잡았다. 위험하다. 본능이 위험 신호를 보냈다. 무언가 이상했다. 나는 목구멍을 뒤틀었다. 갑자기 왜 이래? 움직이지 않는 성대는 여전히 뻣뻣해서 기도를 막았다가 열기를 반복했다. 그래봤자 나오는 건 다 녹슬어버린 쇳소리였다. 아내의 손아귀 힘이 거세졌다.

“밥 줄게. 어?”

나는 뻣뻣한 눈 근육을 온 힘을 다해 움직였다. 껌뻑, 껌뻑, 껌뻑, 껌뻑. 아내의 시선이 내 눈가에 고정되었다.

“알았다고?”

아니!나는 더 빠르게 눈을 움직였다. 초를 나누어 눈을 두 번 껌뻑였다. 안 괜찮아, 안 괜찮다고! 아내의 손에 들린 주사기 바늘 끝이 매섭게 솟아있었다.

“배고프다면서, 뭐가 문젠데.”

아내가 잡은 내 목덜미가 꿀렁꿀렁 움직였다. 숨을 삼키는 모양새였다. 내 목을 부여잡고 아내가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던 주사기를 높이 들어 올렸다. 

“밥이나 먹고 잠이나 자라고, 좀!”

아내의 손이 나를 향해 빠르게 돌진한다. 나는 식도를 닫으려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지나가지 않은지 오래된 식도에서는 위액조차 올라오지 않았다. 대신에 새로운 식도가 있었다. 저 벽에서 내 뱃가죽으로 연결되어있는 긴 관이. 아내가 내 식도를 잡아챘다. 얇은 관에 아내가 주사기 바늘을 들이밀었다. 

  나는 굳어버린 혀로 어떻게든 그녀가 들이미는 것을 거부하려했다. 야, 미친년아, 비켜!이게 무슨 짓이야!그렇게 못 살겠으면 차라리 나를 버려!다른 놈팽이랑 새살림을 차리든 말든 상관없으니까 그냥 떠나라고!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나를 죽이겠다고?!미쳤어?사람을 죽이겠다고?네가 뭔데!미친년아 제발 비키라고!아아아악, 시발년이 진짜 돌았어?야, 지금 너 어디를 찌르는 거야?튜브에 뭘 넣는 거야?아, 제발, 제발, 지선아!제발 이러지 마!내가 잘못했다, 내가 다 잘못했어. 아무것도 못 본 척할게. 네가 나 버려도 원망 안할게!눈을 수십 번, 수백 번 껌뻑였다.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외침이었다. 혹사당한 눈 근육이 갑자기 탕, 하고 끊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내의 흰자위도 실핏줄이 터져 있었다. 나는 껌뻑, 눈꺼풀을 내리 닫았다. 

(끝)

 

소설 부문

최우수 당선소감

박소영 (국어국문학과 4)

언제나 그렇지만 글을 쓰는 도중에는 막연한 불안감이, 글을 완성한 후에는 불만족이, 그래서 수정을 하면 후회가, 결국 다른 이에게 내보이면 부끄러움에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걸 한없이 느낀 후에는 좌절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또 상을 주시니 제게 용기를 주시는 것 같아서 그저 감사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졸업이 가까워졌습니다. 소설을 처음 쓰게 된 것도 대학에 들어와서였습니다. 전공 과제라는 이유로 포기하지도 못 하고 밤새 머리를 싸매며 글을 쓰던 제 모습이 기억납니다. 지금의 제가 그 때보다 조금이라도 더 성장했다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작품을 좋게 봐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글을 쓰라는 말씀으로 알아듣고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수 당선소감

이유정 (국어국문학과 2)

우선 뜻깊은 수상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사실 해당 작품을 많이 고민하면서 썼지만 솔직히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쓴 작품이라 만족했고, 그 결과로 믿기지 않지만 이렇게 수상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이 작품을 쓰기까지 저는 많은 풍경을 보았고 수많은 순간을 겪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감각으로 겪은 것들은 지금의 제 자신의 일부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러한 경험들이 쌓였기 때문에 제가 글을 쓸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이번 수상 경험을 포함해서 앞으로도 많은 경험을 하고, 더 많은 풍경을 마음에 담아내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저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면 볼 수 없는 현재의 풍경을, 오래 마음에 담는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우수 당선소감

이정훈 (정보컴퓨터공학부 1) 

먼저 툭. 감사하다는 말이 먼저 나오네요. 아버지 어머니, 함께 읽어주고 피드백해 준 친구들, 오랜 시간 꺼지지 않은 컴퓨터. 그다음 머릿속에 툭. 떨어진 건 소설 속 주인공 ‘김경원’입니다. 아직 많은 사람이 경원이를 마주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길 바랍니다.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고 마음 아픈 일들을 많이 겪었으니까요. 때때로 미안합니다. 그리고 다시 툭. 이번에 받은 이 우수상에 대해 생각을 합니다. 처음 받은 상입니다. 아직 얼떨떨하고 실감이 안 나지만 가끔 실감이 나 너무 기쁠 때가 있습니다. 몸속 깊은 곳에서 푸른 바람이 이리저리 조용히 흘러 다닙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달게 받고 쓰게 삼키겠습니다. 항상 마무리가 약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소감 역시 마찬가지네요. 마지막으로. 감사합니다. 툭.

 

심사평

송민호 (국어국문학과 교수)

홍익대학교 학예술상 소설 부문 심사를 맡고 원고를 기다리는 일은 매 학기 반복되는 일상 가운데 꽤 신선한 기대감을 준다. 이번에 투고된 원고는 총 10편, 그리 많다고도 할 수 없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이렇게 꾸준히 창작하고 있는 학생들이 여전히 이만큼이나 존재하고 있구나 싶다. 원고 중에는 언제나 그렇듯 습작 수준의 글도 있고, 꽤 멋을 부려 쓴 글들도 있다. 꼭꼭 눌러 쓴 문장은 누군가에게 읽혀보아야 그 문장이 비로소 생명을 얻는다. 소설을 창작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나 독특한 인물을 고안해내는 것에 공을 들이는 것도 좋지만, 손과 마음에 붙을 정도의 문장을 연습하시기를 먼저 권한다.

10편 중 1차로 문장이 좋은 2편과 주제가 좋은 1편, 총 3편을 골랐다. <전깃줄 위의 작은 새>와 <유영> 두 편은 모두 평이한 주제를 가지고도 독특한 형식과 무엇보다 세련되게 잘 읽히는 문장을 통해 풀어낸 면이 인상적이었고, 그에 비하면, 문장은 조금 서걱거리지만, <최후의 만찬>은 뇌사상태에 빠진 주인공이 서서히 죽어가는 상황과 아내의 변화를 집요하게 파고든 면이 인상적이었다. 이 세 편 가운데 어떤 것을 고를까 며칠 정도 지난한 고민을 하다 결국 <최후의 만찬>을 골랐다. 지나친 매끄러움보다 투박한 불협화음이 이유라면 이유랄까. 그렇게 계속 말이 되기 어려운 것을 말해나가시라는 바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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