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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비추는 거울, SF 옴니버스 드라마<블랙 미러(BLACK MIRROR)>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로에 들어서며 우리 사회는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낼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기술의 진보가 ‘양날의 검’이 되어 가져올 부작용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우려를 영상화한 <블랙 미러(BLACK MIRROR) >(2011~)는 현대 혹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 옴니버스 드라마다. 드라마의 제목인 ‘블랙 미러’의 사전적 의미는 전자기기를 껐을 때의 검은 화면을 뜻하며, 보통 미디어를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 표현하는 것에서 유래하였다. <블랙 미러>는 과장되지 않은 묘사를 통해 아직은 도래하지 않았으나 현기술의 발전으로 언제든 에피소드의 문제점을 직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청자에게 보여주며 현실로 더 와닿게 한다. 드라마의 여러 에피소드 중 4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곧 다가올 미래 사회의 기술 발전과 그 부정적인 단면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자.

첫 번째로 소개할 <1500만 메리트(15 Million Merits)>는 미래사회의 거대한 체계 속에 갇힌 듯이 살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에피소드 속 사회에서는 모든 행동에 사이버 머니인 ‘메리트’가 필요하다. 에피소드 속 모든 사람은 눈을 뜨면 헬스 사이클을 타고, 페달을 밟은 만큼 받는 돈으로 생활을 이어간다. 매일 반복되는 암울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오디션 프로그램 ‘핫샷’에 나가 성공하는 것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1500만 메리트가 필요하다. 주인공 ‘빙’은 화장실에서 우연히 ‘에비’가 흥얼거리는 노래를 듣고 감명을 받아 그녀를 설득해 오디션에 출연시킨다. 그러나 심사위원은 그녀에게 가수가 아닌 포르노 배우가 될 것을 권하고, 그녀는 더 이상 사이클을 탈 필요가 없다는 말에 흔들려 이를 승낙한다. 그 후 주인공은 그녀가 나오는 포르노 광고를 보고 절규하다 직접 핫샷에 출연해 사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 하지만 심사위원을 향한 그의 분노는 하나의 퍼포먼스로 취급되고 사회는 그를 한 명의 인격체가 아닌, 사회를 유지시켜줄 부속품으로 전락시킨다. 에피소드는 막시스트가 주장한 계급 투쟁 그리고 계급이 극단적으로 고착된 사회와 이에 반항하지만 결국은 그 사회 속에 포섭되는 인간의 나약함을 그려냈다. 

다음으로 소개할 <화이트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는 기술이 발전한 사회에서 인간의 의미와 범위에 대해 다룬다. 에피소드 속 미래사회의 모든 사람은 ‘제드아이’라는 스마트기기를 뇌에 이식하는데, 이는 핸드폰 없이도 연락을 주고받거나 상대방을 차단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의 정신을 복사한 달걀 모양의 기기 ‘쿠키’를 통해 자신의 취향에 맞춰 전자기기를 조작하는 등 편리한 생활을 유지한다. 주인공 ‘조’는 연인과 다툰 뒤, 그녀의 제드아이에 차단당한다. 그 후 그녀는 아이를 낳았으나 이미 조는 그녀로부터 차단당했기 때문에 아이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 그녀가 사고로 죽어 차단이 해제되었을 때, 그는 자신이 그토록 보고 싶어한 아이가 사실은 다른 남자의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배신감과 분노로 이성을 잃고 전부터 그를 탐탁치 않게 여기던 연인의 아버지와 갈등 끝에 살인을 저지른다. 한편 극의 다른 주인공인 ‘메튜’는 인간의 정신을 복제한 쿠키를 복종시켜 조종하는 사람으로, 조의 쿠키를 통해 그의 자백을 받아낸다. 자신도 범죄자였던 메튜는 조의 자백을 받아내며 사법 거래의 대가로 풀려나지만, 범죄자로서 모든 사람에게 차단당한 상태로 살게 된다. 해당 에피소드는 인간과 동일한 정체성을 지닌 ‘쿠키’를 노예처럼 길들이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에게 ‘무엇이, 어디까지가 인간인지’라는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개인의 쿠키를 통해 본인도 모르게 범죄 자백을 받아내는 장면을 통해 기술의 진보가 개인의 사적 영역에 얼마나 깊숙하게 침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그 부작용을 실감하게 한다.

(미움받는 자(Hated In The Nation)>의 꿀벌드론

<미움받는 자(Hated In the Nation)>는 기술 사용자의 인격적인 성장없는 기술의 진보가 가져오는 파장을 그렸다. 이 에피소드의 배경이 되는 근미래의 영국은 식물의 수분(受粉)활동을 수행하던 꿀벌이 멸종되자 드론을 통해 이를 대체한다. 주인공인 형사 카린은 신입 형사와 함께 한 기자의 죽음을 수사하게 된다. 수사 중 그는 해당 사건이 SNS에서 유행하는 해시태그 ‘#deathTo’의 득표를 통해 사람을 죽이는 ‘책임의 게임(Game of Consequences)’의 일환인 것을 알게 된다. 범인은 놀랍게도 초소형의 꿀벌 드론을 조작해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다. 한편 책임의 게임을 접한 대중들은 사람이 죽어도 이를 가볍게 여기며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후반부에 게임의 궁극적인 공격 대상이 사실은 #deathTo 태그를 사용한 모든 대중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다. 수분의 목적으로 제작되었지만, 정부의 불법사찰과 민간인 정보 수집을 위해 암암리에 사용된 꿀벌 드론이 대중의 목숨을 앗아가는 결과를 보여주며 에피소드는 첨단기술을 이용한 정부의 감시와 SNS에서 만연한 마녀사냥에 대해 재고하게 한다. 더불어 사실이 아닐지라도 특정 이슈에 대해 무차별적인 비난과 혐오를 퍼붓는 요즘의 세태 또한 되돌아보게 한다.

<미움받는 자(Hated In the Nation)>가 거시적인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봤다면 마지막으로 소개할 에피소드 <아크엔젤(Arkangel)>은 미시적 관점에서 한 가정을 포착하여 인간의 존엄성, 사람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딸 사라를 잃어버릴 뻔한 마리는 불안한 마음에 위치를 파악하거나 온갖 대상을 차단할 수 있는 첨단 기기 ‘아크엔젤(Arkangel)’을 딸의 머리에 이식한다. 그러나 초등학교 무렵부터 아크엔젤의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사라는 자동 필터링 기능 탓에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지 못하게 되고, 또래 아이들로부터 기분 나쁜 아이라며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또한 폭력성을 띤 요소는 아예 차단되어 ‘피’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던 사라는 호기심에 날카로운 색연필로 자신의 손가락을 찔러 피를 내고선 혼란 끝에 자해를 하기도 한다. 마리는 아크엔젤이 아이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모자이크 처리 모드를 완전히 해제하지만, 딸이 고등학생이 되고 아이가 위험에 처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아크엔젤을 사용해 딸의 사생활을 심하게 침범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결국 딸이 집을 떠나는 것으로 에피소드는 마무리된다. 아이를 잃는 것이 두려워 사용한 아크엔젤 때문에 마리는 결국 아이를 잃게 된 것이다. 에피소드는 부모의 과보호 속에서는 아이가 하나의 인격체로서 꼭 올바르게 자라날 수 없다는 메시지에서 나아가, 좋지 않은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만이 반드시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2011년부터 현재 시즌 4까지 방영된 <블랙 미러>는 2017년과 2018년 미국 텔레비전 과학기술 아카데미(The Academy of Television Arts & Sciences)가 텔레비전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뛰어난 작품에 시상하는 에미상(Emmy Award)을 받은 바 있다. 제작자인 풍자 코미디언 찰리 브루커(Charlie Brooker, 1970~)는 한 인터뷰에서 “만약 기술이 마약이나 마찬가지고 사용되기도 마약같이 사용되고 있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은 무엇인가? 불안함과 즐거움 사이의 모호한 존재, 그것이 블랙 미러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당연하게 여기며 활용하는 기술들을 생각해보면, 더 이상 그 어두운 이면이 먼 훗날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드라마 <블랙 미러>를 통해 곧 다가올지도 모르는 미래사회를 한 걸음 미리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조수연  suyeon9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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