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선거본부(선본) 공약이 지난주 발표됐다. 이전 총학생회 공약과의 차별성, 내용의 구체성, 대학 사회의 대안 제시 여부를 기준으로 세종캠퍼스 총학생회 선본(늘봄)의 공약을 살펴보면, ‘선본’만 있고 ‘공약’은 없어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공약은 제3기숙사 장기적 계획과 세종캠퍼스 30주년 기념 행사였다. 이전 총학생회에서 제시하지 않은 공약이면서, 실현 가능 시 학우들에게 큰 도움과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공약집을 보면 실현을 위한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학생 차원에서 제3기숙사 신설을 요구한다면 적어도 그 필요성과 현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했다. 그저 ‘신축을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는 선본의 발언은 무책임해 보인다. 세종캠퍼스 30주년 행사도 마찬가지다. 핵심 두 공약은 공통적으로 ‘누구’와 ‘어떻게’ 공약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이 없다. 더욱 큰 문제는 다른 주요 공약에서도 ‘왜’ 공약이 필요한지만 나와 있고 공약 달성을 위해 ‘누구’와 ‘어떻게’ 논의할 건지는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이다. ‘왜’만 나타난 공약도 어떤 이유로 제시했는지 의문인 공약이 다수다. 세종캠퍼스 선본이 제시한 공약을 살펴보면, 선본은 5개 항목으로 나누어 총 37개 공약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12개 공약은 현 총학생회에서 제시한 공약과 같았다. 학생 단체복, 월별 학생회비 공개, 온라인 플랫폼 활성화 공약이 그렇다. 문제는 현 총학생회가 진행했거나 진행하고 있는 공약을 내용 추가도 없이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임교원확보율 공약을 보면 현 총학생회가 제시한 내용보다 덜 구체적이다. 확보율을 증대하기로 했다면 평균 확보율은 몇 퍼센트인지 목표치는 몇 퍼센트인지 언급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내용은 없었다. 선본만 있고 공약은 없다고 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적어도 이전 총학생회 공약을 반복해서 가져온다면 왜 달성이 안됐는지, 이번 선본에서는 이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명확히 제시하여야 했다. 중복 공약 이외 나머지 공약이 더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도 아니다. 산책로 신설, 금연구역 문구 추가설치 및 캠페인 실시 공약을 보면 학우들의 구체적인 요구를 밝히기보다 ‘많다’는 추상적인 수식어로 그 필요성을 대체하고 있다.
올해 총장 직선제 논의, 전학대회 진행 등 학내 사안을 고려했을 때, 대학 사회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공약이 없는 것도 뼈아프다. 현 총학생회는 3년 만에 총학생회칙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학생회비 심의 및 의결은 일반 학우들의 참관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중앙확대운영위원회에서 진행한다. 학생회비 결산 공개를 통해 학생회의 투명성 강조가 선본의 목표였다면, 예산 책정 및 심의에 대한 회칙 개정도 공약으로 고민해볼 수 있었다. 또 졸업준비금 환불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세종캠퍼스 독자적으로 진행하고자 한다면 학칙 개정은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하는 사항이다. 실제 2014년 서울캠퍼스 총졸업준비위원회도 학칙 개정을 통해 독립 기구에서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편입될 수 있었다. 더불어 내년 총장후보추천위원회 규정 개정 논의와 총장 정례 간담회가 예정된 가운데 선본에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것은 의아하다. 총장 정례 간담회를 일 년에 몇 번을 진행할지 또 어디서 진행할 건지, 총장 직선제를 할 건지, 현 제도를 유지할 건지에 대한 논의 사항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두 선본은 총장 직선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일반 학우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내건 공약에서도 학교 본부에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공식 기구(학생총회, 전학대회) 활용 논의는 없었다. 과연 이번 선본의 공약에서 31대 총학생회 후보로서의 고민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최악을 면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선거는 비극이다. 출마 전까지는 출마 선언만으로도 박수받을 수 있다. 하지만 출마 이후에는 출마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구체성 마련이 세종캠퍼스 총학생회 선본에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