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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펜,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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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자에게도 마지막 S동 211호를 쓰는 날이 오게 되었다. 아주 먼 일처럼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이날을 기자는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1학년 말 어느 가을날, 대학에 와서 한 것이라곤 흥청망청 놀러 다닌게 전부였던 철부지는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된 일을 해보자는 심정으로 S동의 문을 두드렸다. 그때만 해도 이 안에서 펼쳐질 힘들고 고난한 날들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채, 마냥 설레고 잘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겁 없던 새내기의 패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씩 꺾이기 시작했다. ‘기자’라는 무게는 생각보다 너무나도 벅찼으며, 마감은 매일같이 늦게 끝나 헐레벌떡 막차를 타고 집에 가야하는 상황들이 지속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마다 끊임없이 반복되어 찾아오는 마감 날은 기자에게 엄청난 부담감을 안겨줬다. 취재를 하러 다니고 원고를 써나갈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한 번 쉬운 적이 없었다. 그러면서 차츰, 어릴 적 그 누구보다 당당히 장래희망란에 ‘언론인’이라는 세 글자를 적어냈던 아이는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감을 잃고 두려움에 펜을 든 손을 떨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꿈은 허상에 가깝게 느껴졌고 현실 속 장벽 앞에서 그만 지쳐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 남아있는 미련이라는 것이 계속해서 기자의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 미련에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 보이고 싶던 마음도 있었지만, 가장 큰 미련으로 남았던 것은 다름 아닌 사람들이었다. 제 자신도 힘들면서 서로를 어르고 달래며 도움을 주던 우리 동기들. 그들의 격려는 그 무엇보다 끈끈한 접착제와 같아서 도무지 떼어내고 달아날 수가 없었다. 

어느덧 이들과 보내온 시간들도 다 지나가고, 3년간의 기자활동을 마무리 지을 때가 찾아왔다. 지금 기자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마치 수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고3, 그날의 마음과 비슷한 것 같다. 3년이란 시간동안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려왔는데, 막상 그 목표가 다 끝나고 나니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을 만큼, 너무나 허탈해졌다. 그동안 힘들었으니, 개운하게 떠날 만도 한데 이렇게까지 아쉽고 힘든 마음을 갖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다. 그렇기에 이 사람들과 S동 211호에서 보냈던 순간들이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추억으로 남게 된다는 사실을 그만 외면하고 싶다. 기자에게 ‘홍대신문’은 정말 소중했던 동기들, 그리고 선후배들을 비롯한 ‘사람’들이 전부였다. 물론, 언젠가는 이들을 미워할 때도 있었고, 이들로 인해 화가 날 때도, 서운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정이란 것이 참 무섭고도 끈질긴 터라 지금에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난 날들이 모두 아름답게 미화되었다. 힘들었던 시간들도 ‘그래도 참 좋은 날들이었지’ 하고 지나가버린 하나의 추억으로 남았다. 그래서 기자는, 누군가가 말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인 20대의 일부를 이곳에서 보낸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기자로 활동했던 순간은 기자에게 있어서 정말 큰 영광이었다. 그렇기에 훗날 홍대신문의 기자로 활동했던 그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는 날이 오면, 스스로도 분명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S동에 있는 우리들은 모두 꽃 같다. 기자들은 파릇파릇한 새싹처럼 수습기자로 시작해 이것저것 묻기 바빴던 날들이 지나고 나면, 꽃을 피우기 전 꽃망울이 맺히는 준기자, 정기자로 활동하게 된다. 그러면서 가장 바쁘고 활발하게 꽃을 피울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나면, 그 꽃 몽우리에서 예쁜 꽃이 피어나는 팀장기자에 이르게 된다. 좋은 기사 즉, 좋은 열매를 맺도록 하기 위해 꽃가루를 열심히 만들어 낼 것이다. 그렇게 이 모든 과정이 끝나고 나면, 꽃은 떨어지고 또 다시 새로운 새싹들이 자라나게 된다. 이 과정은 끊임없이 반복되어 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자는 앞으로 홍대신문 속에 남아 더욱 아름답게 꽃을 피워낼 후배들에게 힘내라고 잘할 수 있다고, 응원의 말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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