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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자

KBS 축구 해설위원 한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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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축구커뮤니티에서 한 스튜디오 화면을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테이블에 앉은 3명의 진행자 중 두 명은 자료를 수북하게 쌓아두고 있었지만, 나머지 한 명은 볼펜 하나 없는 상태로 중계를 진행하였기 때문이다. 축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적시에 전달해주는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은 한국의 대표해설위원으로 자리한 지 오래이다. 클럽 축구계 최고 위상을 지닌 UEFA 챔피언스 리그부터 대학리그와 아프리카 네이션스 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중계를 진행한 한준희 해설위원을 만나기 위해 서로 다른 팀을 응원하는 세 명의 기자는 중간고사가 끝난 11월 초의 저녁, 서울의 한 카페로 향했다.

 

Q. 한국의 축구팬들에게서 EPL(English Premier League)의 아버지라 불린다.

A. 지금은 아스날(Arsenal F.C.)의 팬이지만, 그 당시만 해도 맨유(Manchester United F.C.)의 팬이었다. 축구 경기를 보고 에릭 칸토나(Eric Cantona, 1966~), 조지 베스트(George Best, 1946~2005) 등 영국 축구의 이야기를 ‘사커라인’이라는 커뮤니티를 통해 대중들에게 처음 전파했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은 것 같다. 그 시대에 영국 축구로 글을 쓰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기 때문에, 홈페이지의 회원 수는 급증했다. 그 후 MBC로부터 전화가 와서 경기 중계를 하게 되었다. 당시 MBC에서는 2002 월드컵 이후 박지성과 이영표가 몸담았던 PSV 에인트호번(P.S.V. Eindhoven)의 경기를 중계했는데, 첫날 중계를 잘 마무리한 덕에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 네덜란드 리그로 데뷔를 했지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건 EPL이기에, EPL로 데뷔를 했다고도 볼 수 있다. 

 

Q. 축구 팬의 수준이 높아져 해설에 부담이 있을 것 같다.

A. 해설자는 반드시 팬보다 유익한 말을 해야 한다. 내가 처음 데뷔했을 때는 인터넷 포털에 해외축구 관련 기사가 10개도 올라오지 않았을 만큼 해외 축구에 대한 인기가 없었다. 그만큼 평균적인 시청자들의 지식도 매우 낮았다. 긱스(Ryan Giggs, 1973~)라는 축구선수를 알면 팬이었고, 로이 킨(Roy Maurice Keane, 1971~)을 알면 전문가일 정도였으며, 첼시(Chelsea F.C.)라는 팀을 알면 축구 매니아인 수준이었다. 이 당시에는 초보적인 지식만으로도 대중들에게 먹히는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대중의 지식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중계 시 잘못된 정보를 조금만 흘려도, 바로 대중들에게 항의를 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설자는 시청자에게 반드시 팬들보다 유익한 말을 해야 한다. 룰은 물론이고 선수들의 정보 같은 지식적인 차원에서 팬들에게 90분 동안 유익한 이야기를 몇 마디라도 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선수 교체와 동시에 그라운드 내에 전술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 등 팬들이 해설을 90분 동안 들었을 때 “쟤한테 하나는 배웠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유익한 이야기를 해야 하고, 이러한 수준을 해설위원들이 가져야 한다.

 

Q. 백과사전형 해설위원이라는 평도 있더라.

A. 축구 중계방송 중 아무런 자료도 앞에 두지 않은 이미지 파일이 돌아다니는데, 그 사진은 딱 그때만 우연히 찍힌 것이다. 자료를 많이 가져오고, 많이 본다. 그렇지만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 자료를 보고 정보를 전달하지는 않는다. 축구는 가장 바쁜 스포츠다.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자료를 볼 시간에 상황은 바뀐다. 이 때문에 중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머릿속에 넣는 등의 준비를 많이 하고, 이를 바탕으로 즉각적으로 중계를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정보는 최대한 많은 경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선수의 하이라이트만 보고 중계에 들어가면 수비적인 팀에 대해 “저 팀은 공격적인 전술로 유명한 팀이다.”라고 말하는 등의 오류가 일어날 수도 있다.

한편 중계에 있어서 해설위원의 사전지식도 중요하지만, 캐스터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경기 중 선수 교체가 일어나는 동시에 포메이션의 변화가 일어나는 걸 언급했는데, 캐스터가 이를 받아주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이는 잘 진행되는 중계라고 할 수 없다. 이처럼 해설자와 캐스터 간의 정보 전달 방향이 맞아야 하고, 열심히 입수한 자료를 적시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Q. 이번 18-19 시즌부터 SPOTV가 EPL중계를 독점하면서 유료 중계를 시작하였다. 

A. 미국 유학 중에 EPL을 봤는데, 미국에서는 돈을 지불하고 EPL패키지를 신청해야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이를 페이 퍼 뷰(Pay Per View)방식이라 하는데, 해외에서는 일상화되어있다. 얼마 전, ‘복싱 역사상 다시없을 마지막 슈퍼 파이트’라 일컬어지던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경기가 있었는데, 미국에서는 약 10만 원을 지불해야 볼 수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상파에서 무료로 생중계한 적이 있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방송사에서 큰 경기를 무료로 중계해주는 게 일상이다. 이러한 문화가 굳어져 시청자들은 경기 중계를 공공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중계의 갑작스런 유료 전환으로 인한 팬들의 불만은 전부 이해한다. 하지만 현재 해외 축구의 시청자들은 생각보다 매우 적고, 방송사는 적자를 보며 해외 축구의 중계권을 사온다. 방송사가 언제까지 팬들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무료 중계만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을 팬들이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Q. 항상 부정적이기만 했던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조금은 완화된 것 같다.

A. 대한축구협회는 지금의 우호적인 시선에도 항상 긴장을 해야 하고, 지금부터 정말 더 잘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장현수 선수에 대한 징계는 매우 타당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병역 문제는 형평성에 의해 적용해야 하고, 문제를 일으킨 선수를 끌고 갈 수도 없다. 현재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은 파울루 벤투(Paulo Jorge Gomes Bento, 1969~) 역시 지금은 90점을 줄 수 있지만, 친선경기가 아니라 아시안컵과 같은 본선을 할 때 경기 내용이 좋지 않다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위기가 오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벤투 감독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축구협회도 대표팀의 성적 때문에 지금의 좋은 분위기가 나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더더욱 긴장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대학 축구리그인 U리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우리나라 모든 스포츠의 뼈대는 학원 스포츠이다. 대학생들이 국가대표가 되는 일은 꽤 많았다. 홍명보나 차범근 등 대학에서 잘하는 사람들이 국가대표가 되었고,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해 프로팀이 없는 스포츠는 대학팀이 대표팀인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예전에는 대학팀이 스포츠의 중심이 되었고, 그 기간은 상당히 오래되었다. 우리나라는 프로라는 이름을 갖춘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학원 시스템과 외국처럼 클럽 유스부터 시작하는 선진적 클럽 시스템이 혼재되어있는 상태이다. 객관적으로는 선진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구조상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현재 U리그는 이전과 달리 우승팀이 자주 바뀐다. 예전에는 전통의 강호인 고려대와 연세대 등이 대학리그를 주름잡았지만, 2013년에는 최초의 비수도권 팀이 우승을 거머쥐는 등, 다른 대학 팀들이 많이 치고 올라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Q.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 EPL의 순위는 어떻게 될 것이라 보는가?

A. 이번 시즌 EPL 순위는 맨시티(Manchester City F.C.)가 제일 우승에 유리하고, 리버풀(Liverpool F.C.)과 첼시가 삼파전을 보일 것이다. 맨시티는 현재 EPL에서 틀이 제일 잘 잡힌 팀이다. 틀에 따라 담긴 액체의 모양이 달라지듯, 일정한 시스템을 잘 갖추어 놓으면 선수들이 조금 바뀌더라도 경기력 기복이 없이 잘 해나가 연패를 겪지도 않고 게임을 잘 이어나갈 수 있다. 현재 맨시티의 감독인 펩 과르디올라(Pep Guardiola, 1971~)가 이런 부분에 있어 제일 뛰어나다.

 

Q. 그렇다면, 이번 시즌 아스날의 순위는?

A. 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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