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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왕의 가설(The Red Queen) hypothe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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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왕의 가설은 계속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은 경쟁 상대를 이기지 못해 도태되는 현상을 뜻한다. 붉은 여왕의 달리기 혹은 붉은 여왕의 효과라고도 불리는 이 가설은 『거울 나라의 앨리스(Through the Looking-Glass)』에 나오는 장면에서 유래되었다. 앨리스가 나무 아래에서 숨을 헐떡이며 뛰어가지만, 결코 나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붉은 여왕에게 질문을 던진다. “계속해서 뛰는데 왜 나는 제자리인거죠?” 그러자 붉은 여왕은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끊임없이 뛰어야 하며, 그 자리를 벗어나 앞서 가고 싶으면 지금 뛰는 속도의 2배 이상으로 달려야 한다고 답한다. 즉 붉은 여왕이 지배하는 거울 나라는 한 사물이 움직이는 만큼 주위의 환경 역시 그 속도에 맞춰서 움직이는 법칙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던 것이다. 

앨리스의 이야기는 미국의 진화생물학자인 밴 베일런(Leigh Van Valen, 1935~2010)에 의해 가설로 발전했다. 그는 해양 화석을 연구하던 중 멸종이 된 생물 대부분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이러한 결과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환경에 적응했더라도 그 자리에 안주하면 그 생물 역시 도태되고 멸종에 이르게 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종들도 그 환경에 적응하며 다른 종들과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즉 앨리스의 이야기를 지속적인 진화 경쟁에 참여하지 않으면 결국 뒤쳐져 멸종에 이르게 된다는 원리와 연관시켜 발표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완성된 ‘지속소멸의 법칙’은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인 ‘적자생존(適者生存)’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이렇듯 붉은 여왕의 가설은 과학과 관련해 진화학 뿐만 아니라 이후 경영학, 물리학 등 다양한 학계에서 인용되고 있다. 특히 진화학자들은 도도새의 멸종을 통해 이 가설을 쉽게 설명한다. 16세기 초 모리셔스 섬에 살던 도도새는 포르투갈인들의 무분별한 사냥으로 단기간 안에 사라지게 되었다. 오랜 기간 동안 천적 없이 살다보니 공격성이 전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낯선 선원을 보았어도 아무런 경계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1900년대 후반부터 필름으로 큰 인기를 얻은 코닥(Kodak) 회사는 이어 디지털 카메라를 최초로 발명했다. 그러나 필름의 선풍적 인기로 당장 얻을 수 있는 이익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의 출시를 유보했다. 그러나 곧 경쟁 회사가 연이어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하면서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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