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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역사교육12) 동문

이기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영원히 밝게 빛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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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면서 삶의 방향을 트는 계기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불행한 일이 그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고, 누군가에게는 정말 사소한 일을 통해 방향을 틀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기자는 이십대의 초입, 한 선배를 만나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치기어린 대학생활에서 그 선배는 표류하던 기자를 인양해 줌과 동시에 지금의 기자가 존재하도록, 빛을 발하며 인도했다. 선배의 권유로 들어간 신문사에서 그 선배는 더욱 멋있었다. 논리정연한 말과 배려 넘치는 태도는 타인을 편안하게 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었으니, 후배들 사이에서 팬클럽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초저녁 밝게 빛나는 금성은 그저 항성의 빛을 반사할 뿐이지만 태양은 스스로를 태워 빛을 발하는 것처럼, 선배 역시 그러했다.

11월의 한 일요일, 기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자 시절의 마지막 인터뷰이를 만났다. 빼빼로를 건네받으며 반갑게 웃음을 보이던 이유진 동문은 기자의 안부를 물어보았다. 근황을 공유하며 주변의 안녕을 바라던 동문은 올해 부임한 중학교는 어떠냐는 기자의 물음에 곰곰이 생각하더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였다. 

동문은 교사로 처음 부임한 올해, 학생부와 3학년의 담임을 맡았다. 수업과 행정업무 외에도 해야 할 일은 너무나도 많았고, 5월이 지나서야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고 했다. 기자에게는 본받을 점으로 가득한 사람이었지만, 동문은 자신에 대해 부족함을 느낀다고 했다. 자신이 어떠한 말을 해야 할지, 학생들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지 항상 고민한다고 했다. 학생들을 통해 성장의 욕구를 느낀다는 동문은 다시 출발선에 선 느낌이며,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서로 성장하는 느낌이 좋다고 하였다. 그래서 동문은 자신의 직업이 학생들을 가르치기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험을 볼 때만 해도 가르치는 것이 좋았는데, 이제는 학생들을 만나는 일이 더 보람차고,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에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또한 동문은 ‘교사는 브랜드’라며, 교사는 자신의 능력을 총집합할 수 있는 직업이라 하였다. 개인이 성장하면 그만큼 수업도 성장하고, 개인이 많은 걸 가지고 있다면 더 좋은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하였다. 예를 들어 히틀러에 대해 배울 때, 교사가 음악에 관심이 있으면 바그너를 곁들일 수도 있고,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히틀러가 미술가를 지망했다는 사실을 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문은 이처럼 교사의 취향과 지식이 수업에 반영된다고 보았고, 교사이기 때문에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학생들을 가르치며 얻는 모든 것을 수업이 아닌 다른 행위에 담을 수 있기에, 교사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요소를 배우는 느낌이라 했다. 그래서 동문은 교사가 좋다고 했다. 

사실 동문은 교사가 최종 목표가 아니라고 했다. 동문은 삶의 목표에서 직업이 마침점이라는 사실이 너무 멋이 없다고 했다. 동문은 도예를 하고, 글을 쓰는 작가가 하고 싶고, 좋은 선생님도 되고 싶다고 했다.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좋아하는 것을 다 해보라고 이야기하고, ‘꿈을 같이 꾸자’라고 말한다고 했다. 마음속에 꿈이 있다면 부자가 된 느낌을 받고, 이는 자신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했다. 꿈을 이야기하면 신나고, 그 꿈이 자신을 살게 하는 동력이 되길 바란다며, 그래서 꿈을 쫓는 것 같다고 했다. 기자는 동문에게 “누나는 언제까지 클 거에요?”라며 장난스럽게 물어보았다. 이에 동문은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죽을 때까지 커야지”라고 답했다. 꿈 이야기를 하는 동문의 행복한 표정을 보며, 기자는 자신의 우상이 영원히 행복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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