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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청소년 소설 작가 이금이청년들의 높은 꿈과 넓은 시야를 응원하는

“엄마, 하늘말나리는 소희 누나 같아요. 주변이 아무리 어수선해도 자신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알차게 자기 자신을 꾸려 나가는 소희 누나 같은 꽃이에요.” 초등학생 때 국어교과서에서, 중학생 때는 학급 권장도서 코너에서 한번쯤 이 구절을 읽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금이 작가의 『너도 하늘말나리야』(1999)는 각자 다른 아픔을 가진 세 아이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며 상처를 치유받고 성장하는 내용의 청소년 소설이다. 여리지만 강인하고 굳건한 아이들의 정신을 상징하는 하늘말나리 꽃은 오랜 시간 많은 청소년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너도 하늘말나리야’라는 제목이 많은 이들의 가슴이 와 닿기도 했을 것이다. 발간 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어린 독자들은 성인이 되었다. 언젠가 ‘하늘말나리’였던 그 시절을 회상하며 이금이 소설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작가로서의 첫 등단을 동화로 시작했다. 동화 창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아주 어릴 때부터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다. 초등학생 때쯤부터는 세계문학전집 등을 읽으면서 ‘나도 크면 이런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했고,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상상하고 지어내는 것이 뛰어노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다. 이야기를 듣거나 읽으며 등장인물에 실제 인물을 대입해 보는 것도 가장 좋아하는 놀이였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바탕으로 동화 창작을 시작하게 되었다. 

 

Q. 동화나 소설 속에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을 가진 여학생, 정서장애아 등 소외 계층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있다. 이러한 사회적 소외 계층을 소재로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평범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이야기보다 아픔과 그늘이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은 상처를 겪는 인물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이 문학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가정환경 등의 원인이 아니더라도 모든 아이들이  각자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부유한 집안이라고 해도 부모가 자식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자식이 그것에 부담을 느낀다면 그 아이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작가적 시선으로 보았을 때 아픔이 있다고 여겨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다.

 

Q. 등장인물들은 글 속에서 펼쳐지는 여러 상황들로 인해 성격이 구체화되는데, 등장인물 각각의 개성을 살리기 위한 본인만의 방법이 궁금하다.

A. 모든 등장인물은 작가가 만들어낸 인물이다. 만들어진 인물들은 글의 시작 전 구상 단계에서 마치 실존하는 사람인 것처럼 다듬어지는 작업 과정을 거친다. 이를테면 친구에 대해 설명할 때, 아주 친한 친구라면 성격, 취향, 버릇 등을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잘 모르는 친구이면 그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등장인물은 섬세하게 묘사될 때 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다. 인물에 대해 실제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아주 잘 알고 있는 실존 인물처럼 여기고 묘사할 때 개성 있는 등장인물이 탄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격이 급한 인물과 얌전한 성격의 인물을 설정했을 때, 같은 상황에서도 그 행동 방식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인물인 것처럼 공들여 제작한 인물을 적절한 상황에 얹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Q. 공식적으로 발표된 책이 40여 권인데, 대부분 현실을 반영한 소재를 다루었다. 현실 반영 소설이 실제 현실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A. 작가라는 이유로 남들과 다른 특별한 일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부분이 있다면 평범한 삶에서 남다른 아이디어를 포착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 포착 능력은 작가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쓴 책을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주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나 뉴스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포착한 후 스토리를 더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넣는 것이다. 그래서 일상을 눈여겨보는 습관이 거의 본능적으로 몸에 배어있다. 특별히 소재를 찾고자 애쓰기보다, 우선 내 삶을 충실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는 비현실적인 판타지 분야보다 현실 세계에 창의력을 더하여 상상력을 펼치는 것에 더 자신 있었다. 또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 특히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경쟁 시스템에서 앞으로 나아가기에 급급하여 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갖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에서 독자들이 소설을 통해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유예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너도 하늘말나리야』(1999)는 1999년 초판이 나온 후 30만 부를 돌파하였으며,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이다. 이 책은 각자의 아픔을 지닌 세 아이의 성장 이야기인데, 우리 시대 상처받은 청소년들을 위한 어른들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그것이 청소년 소설을 쓰는 어른으로서 늘 고민하는 부분이다. 어른들은 ‘내가 지나온 시기이고 내가 겪은 경험이기 때문에 나의 생각이 정답일 것이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상처받은 청소년들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생각을 버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내면의 갈등과 고민은 그저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해소되기도 한다. 어른이기 때문에 가르치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경청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며, 그들의 목소리를 문학으로 표현해주는 것이 작가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Q. 꾸준히 동화 창작을 이어오다가 『유진과 유진』(2004) 등의 작품을 통해 청소년 소설 분야에서도 입지를 다졌다. 동화 창작에서 청소년 소설 분야로 도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독서에도 성장기가 있다. 책을 읽어야 할 시기에 읽지 못하면 적절한 이야기를 향유할 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예전에는 책의 유통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아서 자신의 수준에 적합한 책을 읽을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었다. 그래서 수준에 맞지 않는 책들을 읽곤 했는데, 작가라는 꿈을 꾸면서부터 훗날 작가가 되면 독자들의 연령을 고려한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청소년 문학’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후에도 한동안은 외국 책의 번역서나 작가 개인의 청소년기를 담은 작품이 대다수였다. 이러한 배경에서 사춘기 아이들 모두가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책이 ‘유진과 유진’이다. 

Q. 재작년 출판한 『거기, 내가 가면 안돼요?』(2016)는 처음으로 낸 장편 역사소설이자 본인이 ‘인생소설’이라 칭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거기, 내가 가면 안돼요?』(2016)를 각별하게 여긴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거기, 내가 가면 안돼요?』(2016)는 쓰는 과정에서 많이 힘들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전까지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썼기 때문에 묘사 등의 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는데,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계를 그리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 더불어 역사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상상해야했기 때문에 사실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구성하지 못하는 부분도 존재했다. 특히 우리의 아픈 역사가 담긴 이야기라 내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에는 지금처럼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기 힘들었고 마음껏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책을 읽는 것이었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현실 공간에서 벗어나 많은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책을 통해 북한, 러시아, 중국 등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언젠가 어른이 되면 여러 나라를 배경으로 한 장편 소설을 쓰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거기, 내가 가면 안돼요?』(2016)는 10여 년 전부터 구상하던 소설이고, 그렇기에 어린 시절의 꿈이 담겨 있다. 때문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Q. 소설은 접근성이 높으며, 비전공자라도 자신만의 개성으로 흔히 도전하기 쉬운 분야이기도 하다. 읽기와 쓰기를 사랑하는 청년들에게, 그리고 홍대신문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A. ‘현재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미래로 유예시키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는 지금까지 발표된 작품 전체의 주제를 관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독자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를 돌이켜 보았을 때, 억울한 일만 생각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특정한 나이에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각자의 시간에 맞는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소설 창작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문학이란 삶을 기반으로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습작도 중요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은 후천적으로도 습득할 수 있다. 먼저 내 삶이 풍성하고 다채로운지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실패나 좌절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모든 경험은 삶을 가치 있게 하고 풍요롭게 한다. 현실을 무시한 채 마냥 즐기라는 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인생을 하루로 보았을 때 20대는 아직 아침이다. 당장 눈앞의 것에 조바심을 내기보다 목표를 정하되 본질에 충실하며 높은 꿈을 꾸고 넓게 보는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산희 기자  ddhh1215@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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