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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 청와대 국민청원,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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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직접 소통‧청와대의 이슈 선점 장점 커

느슨한 규제…부적절한 청원 난립‧추천 조작 문제 발생

성숙한 정치 참여의식 필요…

제도 개선도 수반되어야

 

2017년 8월 17일(목),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신설된 날이다. 미국 백악관의 청원 사이트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을 참고하여 만들어진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 22일(목) 기준 34만 5606개의 청원이 올라와 있을 정도로 이슈 공론화의 측면에서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청원 등록 이후 30일간 20만 개 이상의 추천을 받은 청원은 청와대의 답변을 받게 되는데, 22일(목) 기준 총 55개의 청원에 답변이 이루어졌고, 11개의 청원이 답변 대기 중이다. 출범 이후 약 1년 3개월 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서 이슈의 장이 되고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우리에게 어떤 논의점을 남겨주고 있을까?

 

직접 소통 강조…국민적 관심 확인할 수 있는 장의 역할도 해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부 기관에 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기존의 민원 제기 창구는 그 분야와 형식이 제한적이고 민원에 대한 답변이 늦거나 행정기관마다 서로 책임 소재를 미루는 등의 문제가 비일비재했다. 이에 반해 청와대 국민청원은 복잡한 절차 없이 청원을 올릴 수 있고, 빠른 시일 내에 청와대가 직접 답변함으로써 국민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한다는 점에서 높은 만족도를 주고 있다. 청와대 역시 이러한 국민청원의 이점을 이용하여 사회적인 이슈들을 야당보다 먼저 선점함으로써 단순한 정보 획득의 용이성뿐만 아니라 정치적 경쟁력까지 확보하고 있다. 또한 국민청원은 국민들이 사회‧경제‧정치적 사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통로로도 작용한다. 청원 주제에 제한이 크지 않은 만큼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다양한 고충과 불만을 토로할 수 있고, 동시에 청원은 공개적 사안인 만큼 사회 구성원 누구나 해당 문제들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더불어 댓글 기능을 통한 타 의견의 수렴으로 해당 안건의 토론 또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쉽지만은 않은 국민청원 운영, 여러 암초에 부딪히다

그러나 국민청원이 제 기능을 오롯이 수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셔터 소음을 제거해 달라는 등 청원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사소한 내용을 청원하거나 청원 사유에 잘못된 정보를 기재하는 등 참여 민주주의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범인인 김성수가 10여 년 간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라고 보도되자 심신미약으로 감경받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으며 뒤이어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또 심신미약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왔다. 하지만 수사 결과 김성수는 약물 복용 경험 및 심신미약을 주장한 사실이 전혀 없었음이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청원의 신뢰도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인 만큼 청와대 차원에서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이 확실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만약 허위사실을 게시하였다면 해당 청원을 삭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다.

청원의 답변에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지고 있다.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 장병 국가유공자 등록’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청와대는 피해 장병에게 치료비 등의 지원을 하고 국가유공자 등록을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해당 장병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답변 이후 추가 지원 없이 오히려 기존 지원마저 끊겼고, 국가유공자 지정에 대한 논의도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정부가 답변 내용에 대해 책임감을 갖지 않는다면 국민청원에 대한 믿음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외에도 일부 청원에 대해 ‘법적인 문제가 있어 조속히 해결하기는 어렵다’, ‘청와대가 독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등 청원을 들어주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단순히 해결이 어렵다는 입장만을 밝히기보다 어떠한 부분이 개선된다면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언급해 주는 것이 실효성 있는 답변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청원 등록 및 추천 시 별도의 본인인증 절차 없이 SNS 계정 로그인을 통해 청원용 계정을 생성할 수 있어 한 명이 다수의 계정을 만들어 추천 수 조작을 시도할 여지가 있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지난 1월 6일(토) 등록된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 당시, 여성 전용 인터넷 커뮤니티인 ‘여성시대’에는 청원 추천 수 조작 방법이 적힌 게시물이 올라온 바 있다. 그 결과 청원 마감 3일 전까지 약 7만여 명이었던 추천 수가 하루 만에 약 14만 명 정도가 늘어나 청원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돌파하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별도의 조치 없이 카카오톡 계정 서비스만을 중단했다. 비슷한 전력이 있던 백악관의 ‘위 더 피플’에서는 조작을 통해 기록되었다고 판단된 추천 수를 무효로 간주하여 최종 추천 수 집계 시 이를 제외하는 조치를 취했다. 청원의 문턱을 낮추어 누구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잘못된 여론의 형성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조건만 완화한 것은 다소 성급한 처사라는 중도적 의견도 존재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일부 민감한 사안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제주도 난민 수용 거부’ 청원이나 ‘강제개종금지법’ 청원 등 국제적, 종교적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추천 수가 10만 건 이상이더라도 글을 임의로 삭제하거나 선택적 답변을 지속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삭제된 청원들은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 여지가 있는 표현이 사용되어 그 삭제의 사유는 타당하지만, 동일하게 명예훼손의 성격을 띠고 있는 다른 몇 가지 청원의 경우 청와대에서 삭제 또는 ‘블라인드 처리’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삭제 기준 적용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진정한 목적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소통창구의 조화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국민청원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온라인 소통창구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다는 것은 오프라인 소통창구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어떠한 것이든 한 쪽으로 비중이 쏠리게 되면 과부하가 걸리기 마련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가지고 있었던 고질적인 소통 부재가 불러온 결과물인 셈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의 이점을 살리고, 단순한 정보 공유나 의미 없는 토론이 아닌 진정한 참여 민주주의 실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민들로부터 성숙한 정치 및 사회의식을 가지고 청원을 제기하고 추천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정부도 청원 난립 방지를 위해 청원 등록 및 추천 실명제 등의 방안 도입을 검토하고, 청원 답변 기준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확립하는 등 국민청원의 문제점 해결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또한 궁극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방향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역할을 분담해 두 방식이 상호 보완하도록 하는 민주적 소통 방안의 모색이다. 민주주의가 하루아침에 쌓아올려지지 않았듯, 청와대 국민청원 역시 적응기를 거쳐 개선을 거듭해 나간다면 참여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성장시킨 대표적인 예시로서 역사에 당당히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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