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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청춘, 모두가 안 되는 인간관계 

‘나만 이런 세상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바라보기만 하다 포기할 수는 없겠죠. 근데도 이렇게 아픈 마음만 가지고 사는 건 도무지 불공평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최근 기자는 미쳐버릴 것만 같은 분노, 슬픔, 외로움 등이 뒤섞인,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종종 느끼곤 했다. 당연히 이러한 감정을 아무에게나 표출할 수 없는 일인데다 가까운 사람에게 사춘기 소녀처럼 칭얼거리며 기대고 싶지 않았다. 결국 아무에게도 기자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삭히고 있을 때쯤, 우연히 들은 대중가요 가사가 기자의 마음 안으로 들어왔다. 처음 들은 노래 가사에 길을 걷다가 눈물이 핑 도는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가슴이 뭉클했다. 그것은 그저 재생 목록에 늘 있기는 했지만 흔한 연애 노래로만 여겼던 평범한 대중 가요의 한 소절이었다.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을 때마다 느껴지는 박탈감과 외로움은 ‘사람 사는 모습 다 똑같다’라는 말을 들어도 쉽사리 해소되지 않는다. 나만 뺀 모두가 자신의 삶을 잘 다스리고 적응하며 맡은 일을 능숙하게 잘 해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20대 청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에서는 ‘하루가 끝나고 나면 오늘 했던 대화들을 생각하며 그 말은 하지 말걸, 등의 후회를 하곤 한다’라는 내용의 글귀가 유행한다. 이러한 글귀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보며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생각에 새삼 놀라곤 한다. 어쩌면 기자의 마음에 생채기를 낸 누군가도 집으로 돌아가 나로 인해 심란한 밤을 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왜 가까운 사람들과 상처를 주고받고 잠 못 이루면서도, 누구에게도 그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것일까? 

가수 ‘볼빨간 사춘기’의 보컬 안지영은 직접 작사한 ‘나만 안 되는 연애’를 불러야 할 때마다, 왠지 모르지만 마음이 저려오는 느낌에, 무대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고 부르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녀는 이 노래가 어울리는 시기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이라고 설명한다. 마음이 허하고 이유 없이 우울한, 차가운 느낌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러한 감각적 요소들이 인간관계에서 지쳐버린 기자의 마음을 위로한 것 같기도 하다. 모두가 봄인데 혼자만 겨울이라고 생각하며 겨울바람처럼 차가워진 마음을 아무에게도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양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마찰과 아픔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용기가 부족해서, 또는 자존심이 상해서 그러한 감정을 숨기는 데에만 능숙해지게 되는 것이다. 속상한 감정들을 마음껏 표출하여 ‘왜 나만 안 되는 것 같지’라고 표현한 ‘나만 안 되는 연애’를 들으며, 기자는 어느 11월 밤에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흔한 연애 가사일수도, 이별 가사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만 빼고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것만 같은 감정을 숨김없이 내뱉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내일 하루의 원동력이 된다. 안지영이 ‘나만 안 되는 연애’를 부를 때마다 눈물을 글썽이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녀는 계속 부르다 보면 언젠가 아픈 감정도 무뎌질 것이라 믿는다고 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어떤 시기에는 자신의 아픔을 포장 없이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은 감정이 완화되는 순간이 있다. 이 글을 읽는 외로운 당신께, 그 순간이 바로 지금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산희 기자  ddhh1215@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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