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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Fail+A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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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를 잘 짓는다는 건 어려운 일임을 알게 되는 한 주였다. 새삼 처음과 달라진 기자를 마주할 때 드는 그 미묘한 감정을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싶다. 햇수로 2년 7개월을 홍대신문 기자로 활동했다. 신문사 활동을 하며 배운 사실 하나가 있다. 

2017년 8월 22일(화)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당시 기자는 졸업식 취재차 체육관 정문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체육관 앞에는 청소·경비 노동자분이 대거 모여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졸업식이 끝나고 신문사로 돌아가려는 길에도 노동자분들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때 체육관 정문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총장님과 노동자들 간의 충돌이 발생한 것이었다. 충돌은 체육관 정문부터 홍문관 1층까지 이어졌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며칠 후 홍대신문에 메일이 하나 왔다. 청소·경비 노동자분들의 시위를 기사로 다룰 예정이 있냐는 내용이었다. 기사 주제 회의 시간에서 해당 주제를 다루자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기자는 동료 기자들과 함께 팩트를 찾는 데 고군분투했다. 청소·경비 노동자분을 만났고, 학교 본부 및 용역업체와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팩트를 한데 모아 재구성을 하는 작업까지 꼬박 5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웬걸. 기사 컨펌 당일 시급 인상 폭과 계약 절차에 대한 팩트가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됐다. 장장 8시간 넘게 이어진 기사 수정은 하루를 넘겨 끝났다. 기사는 완성됐지만, 기자는 실패의 쓴맛을 경험했다.

다시 일 년 후, 이번에는 체육관이 아닌 문헌관이었다. 총장직선제를 주장하는 학생회 학우들이 연일 단식투쟁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미 온라인을 통해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는 팩트는 차고 넘쳤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왜 총장직선제를 주장할까. 총장직선제가 안 이루어질 경우 차선책은 무엇인가는 온라인에 나타나 있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얻은 팩트는 팩트가 아님을 생각하고 문헌관으로 갔다. 마침 당일에는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동국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 대표가 총장직선제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있었다. 기자는 그들과 본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을 만나 총장직선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몇 주 후 본지는 방학 중 있었던 총장선출제에 대한 논의 과정을 기사로 다루기로 하였다. 담당 기자는 아니었지만 팩트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기사 내용을 꼼꼼히 확인했다. 최종 확인을 하는 날, 여전히 많은 부분 수정이 이뤄졌지만 ‘팩트’는 틀리지 않았다.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느 팩트 하나 손쉽게 얻은 것이 없었다. 손쉽게 얻은 팩트는 손쉽게 무너졌고, 그 논리도 빈약했다. 그런 생각 끝에 Fact를 기자 나름의 단어로 재조합했다. Fact는 Fail+Action이었다.

혹자는 사회에서 전혀 도움 안 될 신문사에서 2년 7개월 동안 무엇을 했냐고 묻는다. 안다. 스펙도 안 되고, 보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기자실에서 찌들어 살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실패와 행동을 통해 팩트를 건졌을 때의 짜릿함은 기자가 아닌 이들은 모른다. 그리고 실패와 행동으로 얻어낸 팩트 하나에 기자는 2년 7개월 동안 행복을 느꼈다. 

팩트에 관해 한 가지 덧붙이자면, 팩트를 발견하는 것만큼 팩트를 어떻게 전달하는지도 중요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각종 미디어 매체에서 범람하는 팩트 가운데 우리가 필요한 팩트만 골라 찾는 것도 벅차다. 홍대신문은 그런 상황에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아직 다루어야 할 사항은 많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 규정 개정, 지하캠퍼스 공사 계획, 대학기본역량진단, 총학생회칙 개정 등등. 홍대신문은 독자들에게 필요한 팩트만을 전달하는 언론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기자들은 이 명제에서 시작한다. “Fact는 언제나 실패와 행동을 통해서만 얻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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