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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래는 과거의 인식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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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인 카(E. H. Carr)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하였다. 그는 ‘우리의 미래는 과거에 대한 인식에서 만들어진다’는 견해에 근거하여 회의와 절망의 시대일수록 현재에 대한 자신의 이해와 미래에 대한 전망을 검토하여 제시하는 것이 역사가에게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하였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다. 우리 민족이 암흑 같은 식민통치에 절망하지 않고 전국 각지에서 태극기를 들고 만세외침을 한 지가 100년이 되었다. 그 당시 1700만 명에 대한 인구비율에 비추어 볼 때 3・1운동은 약소민족 독립운동사상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독립운동이었다고 역사가 평가하고 있다. 

3・1운동에서 발표한 독립선언서의 첫 문장이 “우리는 오늘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다”이다. 오천년을 이어 온 역사의 힘으로 이천만 민중의 정성을 모아서 이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였다. 1,762자로 된 3・1독립선언서는 인도주의에 입각한 비폭력적이고 평화적인 자주독립의 방안도 약속하고 있어서, 세계 여러 각국의 독립선언서와 비교해보아도 손색이 없는 명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독립선언서를 통해서 독립된 나라임을 전세계에 선언하였기 때문에 일본이 패망한 날에 자동적으로 독립되는 것을 전세계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었다. 

3・1운동 희생자들의 기록 중에서 잊을 수 없는 사진이 유관순열사의 옥중사진이다. 서대문형무소 8호실에 갇혔던 유관순열사가 시위현장에 붙잡혀 고문을 당한 후 부은 얼굴로 찍은 사진이 유일하게 남아있다. 이화학당 학생인 17세의 유관순열사에게 ‘조선독립만세’는 외치지 않을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의무이자 담대한 믿음이었다. 유관순열사는 수감 이후 그 다음해 3월 1일에도 형무소에서 만세외침을 이어나갔다. 형무소에서 울려 퍼지는 만세소리로 인해, 그 주변의 주민들이 만세에 합류하게 되었고, 형무소 주변은 전차통행이 마비되고 경찰 기마대가 출동하였다고 한다.

우리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기억할 때 주로 사용한다. 우리가 일제 강점기의 식민통치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배우고 이를 펼쳐보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정말 부끄러운 것은 그리고 정말 무서운 것은 우리가 부끄러운 역사를 외면하고 은폐하는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있기까지 어떠한 고통이 있었는지, 어떠한 희생이 있었는지를 잊지 않아야 하며,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를 위해 스스로 고난과 희생을 자처한 수많은 열사들의 그 정신을 감히 닮지 못해도 반드시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3・1운동을 역사적인 사건으로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자주독립을 위해 그리고 우리민족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바쳐가며 지키려고 하였던 시대정신의 역사로서 기억하는 것이다. 

3・1운동 독립선언서의 문장에서처럼 “온 세상의 도리가 다시 살아나는 지금, 세계 변화의 흐름에 올라탄 우리는 주저하거나 거리낄 것이 없다”고 말하며 자랑스럽고도 가슴 아픈 선열들이 주저하지 않고 외쳤던 그 만세외침에 대해 현재의 우리가 화답하여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과거의 인식에서 만들어진다. 과거의 인식을 바탕으로 단지 기억하고 감사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 정신을 이해하고 되새기며 이를 지켜갈 수 있는 미래를 만드는 일이 우리에게 남겨져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역행하는 역사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과거의 만세외침에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는 각자의 역사가가 바로 미래를 만드는 우리이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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