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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무력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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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S동 쓸 사람?" 회의 때 이 목소리가 들려오면 기자는 항상 숨죽이며 '나만 아니길'이라고 속삭였다. 신문사 생활이 많지 않은 1학년 때 'S동 211호'를 쓰면 기자의 내면을 보여줄 소중한 기회를 버리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우습게도 신문사에 들어올 때부터 지금 이 순간을 벼르고 있었다. 어떤 거대한 담론을 펼쳐내기 위해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기자의 적은 경험으로 작성한 S동 211호는 너무 볼품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일 년, 이 S동 211호에서 지금 현재 기자의 위치에 대해 말할 생각이다. 바로 기자의 내면에 있는 열정과 무력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선 ‘열정’에 대해서이다. 열정, 청년 그리고 패기. 처음 홍대신문을 봤을 때 떠오른 단어들이다. 게다가 홍대신문을 소개하는 슬로건 ‘냉철한 이성, 뜨거운 가슴’. 이 얼마나 진취적인가. 이러한 진취적인 신문사의 분위기에 기자는 매혹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홍대신문사에 들어간다면 무언가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변화의 중심에 서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기자는 변화를 주도하고 싶어 이곳에 들어왔다. 기자가 작성한 기사로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기 위해 지금 이곳에 존재한다. 우습게 보일지라도 이것이 기자가 홍대신문에 임하는 열정이며 기자 존재의 이유이다.

다음은 ‘무력(無力)’에 대해서이다. 무력이 처음부터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어느 순간 신문사 일을 하면서 기자는 간혹 무력감을 느꼈다. 취재를 하다가 아니면 기획기사를 구성하다가 혹은 지금처럼 기사를 작성하다 그 무력감이 찾아온다. 대학시절 기자의 자아가 될 홍대신문의 존재, 즉 기자의 존재에 대해 생각을 할 때에도, 무언가를 바꿀 능력이 없음을 느낄 때에도, 혹은 누군가 기자의 열정을 바라지 않을 때 이 무력감은 다시 찾아온다. 하지만 기자가 가장 무력하게 느껴질 때는 무언가를 바꾸고자 하는 그 열정 자체가 없어졌을 때이다. 상대도 없이 스스로 타협해 나가며 기자의 열정이 이 사악한 무력에 져 버릴 때 기자는 가장 큰 무력감을 경험한다. 무력함의 본질적인 원인은 기자의 어설픈 열정에서부터이다. 

다시 ‘열정’에 대해서이다. 사실 기자는 홍대신문에 두 번 지원했다. 처음에 떨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지원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홍대신문이 무언가를 바꾸기 위한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해서이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자는 아직도 홍대신문에 강하게 매혹되어 있다. 그래서 기자는 기자의 열정을 다시 생각하며 이 글을 읽을 독자들에게 맹세할 것이다. 무언가를 바꿀 수 없다면 이곳에 두 번씩이나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무언가를 우리가 해낼 수 없다면 이곳에 처음에도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나의 열정이 무력 따위에 져버린다면 기자가 존재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기자는 지금 열정과 무력 사이, 열정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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