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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재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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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회색이었다. 영원히 가라앉지 않을 것만 같던 미세먼지는 일주일이 지나서야 서서히 가라앉으며 하늘의 구름을 내보였고, 그와 동시에 캠퍼스는 새 학기의 한주를 넘겼다.

 

지난 6일(수), 전국 15개 시·도에는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비상저감조치 발령 기간 동안 서울에서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을 제한했고 서울시청과 구청 및 공공기관의 주차장 441곳을 전면 폐쇄하기도 했다. 조치 발령은 수도권과 충청 일부 지역에 일주일 연속으로 이어졌고, 결국 국회는 3월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본 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이례적인 사태에 대한 대응은 과연 쉽지 않았다. 국회에선 미세먼지가 사회 재난인가 자연 재난인가에 따라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미세먼지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란 만만치 않은 문제였고, 때문에 불명확한 책임소재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편 이 사태가 재난으로 명명되는 수준에 와서야 급작스레 국가적 선순위에 오른 것도 이번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더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그토록 ‘급작스러운’ 사태였을까.

이는 한순간에 등장한 사건이 아닌, 지난 몇 년간 뉴스에 꽤나 오르내리던 고질적인 이슈였다. 이 고질적 이슈가 모두가 주목하지 못한 사이에 결국 재난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어쩔 도리 없는 불상사’라고 불리는 사태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나지만, 결국 모든 이의 책임 회피로 이어져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은 찾지 못한 채 그저 ‘손쓸 수 없는 현상’으로 여겨져 남겨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똑바로 살펴보면 지금 우리 주변에도 어느 미래 재난이 되어 다가올 불씨들이 존재하고 있다.

본격적인 학기 시작과 함께 캠퍼스 내 모든 것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나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바로 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다. 올해는 법과대, 조형대 등의 단과대에서와 더불어 세부 학과 비대위마저 다수 등장했다. 개개인의 무관심과 함께 학생자치가 그 방향성을 잃고 몰락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다. 하지만 학내 구성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학생회마저 존속되기 어려워졌다는 것은, 결코 좌시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학생회는 학생들의 의견 수렴 창구인 동시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세워 학교와 실질적인 대책을 논의하는 기구다. 그런데 그마저 줄줄이 무너져 학교, 학생 간 소통에 길이 막힌다면 그야말로 머지않은 재난이다.

비대위 체제뿐만이 아니다. 이 시기,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사태는 더 있다. 이제는 ‘전쟁’이라고 치부되며 불편이 당연시되어버린, 바로 수강신청이다. 본지는 매 학기 초 수강신청 혼선에 대한 기사를 빼놓은 적이 없다. 2017학년도에는 서버 다운, 작년엔 늦은 교원 임용 시기로 담아두기 기간까지 강의가 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 혼란의 골자였다. 이어 올해도 본교는 2월 중순에 교원 채용을 마쳐 강의 배치가 수강신청 담아두기 기간과 촉박하게 맞물렸다. 또한 이번 학기 본교는 교원 채용 인원을 늘려 기간은 더욱 지연되었다. 반면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합의한 전임교원 확보 달성비율은 3년째 75%로, 학교가 교원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 또한 확실했다. 교원 임용 시기를 변경해 수강신청 시기와 구별하는 등의 새로운 방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매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신문에서는 유사한 담론이 반복된다. 그러나 당시의 또 다른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때, 혹은 시기적으로 그 대응이 늦어질 때마다 사건은 잊히거나 악화된다. 같은 문제의 반복은 해결을 지연시키고 상황을 복잡하게 해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 논란이 반복된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매년 반복되는 일’이라는 걸 내포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해당 문제에 고질적인 ‘독’을 내포하는 것이다. 물론 쟁점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여러 목적들과 맞물리는 경우 즉각적인 대처에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모두가 관심을 저버리고 문제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시기에만 대처를 취한다면 문제의 불씨는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한 철의 임기응변이 아닌, 더욱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시점에서의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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