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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하고 미흡한 소방안전법

‘불난 집에 부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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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금) 홍대 앞 거리, 화재가 발생했던 건물 복구를 위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3월 15일(금) 홍대 앞 거리, 화재가 발생했던 건물 복구를 위해 공사를 진행 중이다

새해로 넘어가는 문턱인 지난 1월 1일(화) 새벽의 홍대는 불타올랐다. 본교 앞 ‘걷고싶은거리’에 위치한 음식점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한 음식점에서 발생한 화재는 옆 상가로 빠르게 번져 총 13개의 점포가 피해를 입게 되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275명의 소방대원과 장비 74대가 투입되어 약 4시간 만에 화재가 완전히 진압된 큰 사건이었다. 당시 화재를 진압한 마포소방서는 밀접하게 붙어있는 건물들의 거리와 화재 진압 시설의 부재가 더 큰 화재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화재의 진원지인 점포는 62㎡의 면적으로 스프링클러 같은 화재 진압 시설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 33㎡의 면적을 가진 건물당 소화기 하나를 가져야 한다는 법률에 따라 해당 점포는 소화기 한 개만을 마련한 상태였다. 모호한 소방 관련법으로 인해 더 큰 피해가 발생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사실 모호한 소방 관련법으로 화재 진압이 어려워진 것은 이번뿐 만이 아니다. 과거에 소방 관련법으로 인해 대규모 피해가 있었던 사건들을 살펴보자.

case#1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2017년 12월 21일(목) 충북 제천에 위치한 스포츠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29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부상을 당했다. 화재의 원인은 1층에서 진행한 열선 공사로 추정되며, 그곳에서 발생한 불길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 당시 목격자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던 비상 탈출 장치로 인해 건물 안에 있던 일부 사람들이 건물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추후 소방청은 화재발생원인으로 △불법 건축으로 인한 건물의 취약성 △건물 내부 소방시설 불량 △신고와 대피의 지체 △초기 소방대응 능력 부족 등 네 가지를 꼽았다. 특히 「소방시설공사업법」에 따르면 5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때는 콘크리트와 벽돌 같은 불연재(不燃材)를 사용해야 하는데, 제천 스포츠 센터는 값싼 스티로폼(드라이비트)을 사용하여 건물의 벽이 오히려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고 계단과 엘리베이터 같은 대피 장소가 불길 역할을 하는 등 건물 내부 소방시설이 불량한 것도 화재 발생의 큰 원인이었다.

case#2 밀양 세종병원 화재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18년 1월 26일(금)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화재로 병원에 있는 39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다치는 등 더 큰 인명피해가 일어났다. 병원 1층 응급실 천장의 전기 발화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당시 건물 내부 화재 진압 시설이 작동되지 않았으며, 환자들 대부분 거동이 불편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 또한 건물 내 방화문이 작동되지 않아 불길과 연기가 1층에서 진압되지 못했고, 불법 증축으로 인해 대피로를 확보하지 못해 피해가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엇보다 화재를 진압할 방화 시설 자체가 부재하여 큰 피해를 초래한 것이다.

 

부채질은 도대체 누가 하는데?

두 화재 사건은 공통점이 아주 많다. 두 사건 모두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으며,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비극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은 이것들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선 ‘불법 증축’이라는 부채질이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의 경우 병원의 연결통로가 불법으로 증축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불법으로 증축된 건물 구조로 인해 병원 1층에 방화문이 존재하지 않아 초기에 화재 진압이 되지 못한 것이다. 초기진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화력은 더 강해졌다. 그로 인해 2~5층의 방화문들이 모두 녹아 연기를 막는 역할은 그 무엇도 하지 못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또한 7층으로 규정된 건물을 9층으로 불법 증축하며, 그에 따른 추가적인 안전시설은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건축법」과 「소방시설법」에 의하면 6층 이상의 건물은 배연시설이나 제연시설 설치가 의무적이다. 하지만 밀양병원의 경우 법을 교묘하게 피해 연기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재피해가 커진 것이다. 또한 화재가 발생한 두 건물 모두 벽돌과 같은 일반적인 외장재가 아닌 시공가격이 훨씬 더 저렴한 값싼 스티로폼(드라이비트)을 사용하여 건물의 벽이 화력을 더 키우는 역할을 했다.

다음은 ‘소방안전시설’이라는 부채질이다. 화재 당시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제대로 작동한 소방안전시설은 하나도 없었다. 건물 내 스프링클러는 물론 화재경보기까지 작동하지 않았다. 밀양 세종병원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해당 건물은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자체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법적으로 전국의 병원들은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지만, 정부가 설치비용 문제를 받아들여 3년의 유예기간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사소하게 생각했던 「소방시설법」의 느슨한 규제가 되돌리지 못할 사건을 초래했다. 또한 두 건물은 사람들이 대피할 비상 대피로 마저 제대로 갖추어놓지 않았다. 방화벽으로서 길을 막아야 할 엘리베이터와 비상계단이 오히려 불길을 이어주며, 사람들의 대피마저 불가능하게 한 것이다.

사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부채질’의 근원은 동일하다. 바로 미흡한 소방 관련법과 규제이다. 소방 관련법이 제대로 갖추어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건들이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문제 상황의 대책으로 충북대학교 권설아 국가위기관리연구소 팀장은 소방안전을 저해하는 행위인 △비상구 폐쇄 △불법 주차 △소방시설 차단 등 화재 취약성을 증가시키는 불법 사항에 대한 적발과 단속이 강력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밀양 화재 사건처럼 정부의 안일한 규제는 재난 발생의 잠재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라며 “불법 증축, 소방안전시설 점검에 대한 처벌 및 법 제도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재난 및 인명 사고에 대한 일차적 책임과 역할을 명시하는 조례의 제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화재를 최대한 신속하게 감지할 수 있는 화재감지기와 자동 경보 및 방송설비, 자동화재경보시스템 등이 설치되어야 하고 그것이 정상 작동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 차원의 주기적인 점검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홍대 걷고싶은거리에 위치한 다닥다닥 붙어있는 점포들
▲홍대 걷고싶은거리에 위치한 다닥다닥 붙어있는 점포들

다시 올해 초 발생한 홍대 화재로 돌아와 보자. 과연 우리는 안전할까? 지난 2월 10일(일)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개정의 주 내용은 소방시설 설치 시, 적용되는 건물의 면적과 높이와 같은 기준의 변화이다. 「소방시설공사업법」이 적용되는 건물의 범위를 더 확대한 것이다. 또한 지난 13일(수) 소방청 중앙특별합동조사단은 전국 4개 시·도 초고층 건축물 49곳의 화재 안전 실태를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소방재난본부는 본교 앞 걷고 싶은 거리에 위치한 음식점과 화장품 가게 같은 작은 점포들의 경우 아직도 소방안전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전했다. 다닥다닥 1m 간격으로 붙어있는 본교 앞의 건물들은 소방안전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것이다. 소방안전재난본부의 말처럼 홍대 앞 거리의 건물들은 분명히 안전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안전사각지대에 놓인 것은 홍대 앞 거리를 매일 같이 지나는 본교 학우들이 아닐까? 눈 앞에 다가올 위협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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