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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무인화(無人化), 인간 소외로 이어지다
‘학생들 안전을 위해 무인경비시스템 결사반대’. 학교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동경비시스템 도입을 반대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해당 문구를 작성한 청소·경비 노동자와 자동경비시스템 업체 사이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올해 1월부터이다. 지난 1월 9일(수) 본교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본교가 KT텔레캅과 자동경비시스템 도입에 합의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문헌관(MH동) 1층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본교는 11일(금) KT텔레캅과 자동경비시스템 도입에 합의하였고 노동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노동자가 자동경비시스템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때문이다. 자동경비시스템이 도입되면 경비 초소가 기존 26개에서 18개로 감소하며 경비 노동자의 수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본교는 자동경비시스템 도입의 이유로 학우들의 안전과 효율성을 말한다. 자동경비시스템 사용 시 정해진 시간 이외에 외부인의 건물 출입이 불가능하며 야간 경비 공백이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선택한 자동화 시스템이지만, 사회에서 인간들이 설 자리를 없애고 있다. 우리는 왜 이런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일까?
 
굴러들어오는 돌
맥도날드에 있는 키오스크의 모습이다.
맥도날드, KFC 등 음식점에 들어갔을 때 우리를 맞이하는 건 점원이 아닌 키오스크(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다. 점원에게 구두로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를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카드 또는 간편결제 시스템 등으로 결제해야 한다. 최근에는 음식점뿐만 아니라 편의점, 백화점, 옷가게에도 이런 무인화 기계가 설치되고 있다. 편의점 「e-mart24」는 총 24개의 무인 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무인 편의점 「e-mart24 self」의 경우 입장하는 순간도 다른 편의점과 다르다. 해당 편의점에 입장하기 위해선 신용카드로 신분을 확인해야 한다. 편의점 내부에는 직원이 아닌 셀프계산대가 있으며 주류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e-mart24」는 「e-mart24 self」뿐만 아니라 「e-mart24 save」도 선보였다. 「e-mart24 save」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사람이 매장을 운영하고 심야에는 자동판매기를 통해 운영한다. 「e-mart24 save」는 「e-mart24 self」와 달리 하이브리드형 매장으로 사람과 기계가 공존하는 매장이며, 자동판매기를 통해 신분증 확인, 지문 검색 등을 진행하며 주류도 판매하고 있다.
「아마존고(Amazon Go)」 역시 무인 상점이다. 이를 통해 아마존이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노 라인 노 체크아웃(No Lines, No Checkout)’으로 그들은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을 통해 이를 실현했다. ‘저스트 워크 아웃’이란 소비자가 쇼핑을 마친 후 계산대를 거칠 필요 없이 걸어서 매장을 나가기만 하면 물품이 자동으로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아마존고」에서 쇼핑하기 위해선 특정 앱이 필요하다. 매장에 들어가기 전 출입문에 있는 QR코드를 찍은 후 진열대에 놓인 제품을 집어 들면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앱 장바구니가 이를 인식한다. 쇼핑을 마친 후 물건을 들고 매장을 나서면 앱에 등록된 신용카드로 자동 계산된다. 즉, 줄서서 결제를 기다리지 않고 단지 걸어 들어와서 걸어 나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홍대에 있는 「랩원오원」이란 옷가게 역시 무인 매장이다. 이곳 역시 키오스크를 통한 무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기에 개인 카드를 통한 본인 인증의 출입 방식으로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쇼핑을 마친 후 현장에서 직접 옷을 가져가거나 배송지 설정 후 배송받을 수도 있다.
 
굴러온 돌, 눈덩이처럼 커지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무인화 추세를 앞당기는 키오스크」의 '키오스크 편리성에 대한 인식' 통계이다.
위에서 살펴봤듯 생각보다 다양한 종류의 매장이 키오스크를 설치해 인력을 줄여나가고 있다. 무인화 결제 시스템 확대의 주요 요인은 크게 3가지가 있다. 우선 인건비 감소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됨에 따라 고용주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을 뽑는 대신 키오스크를 임대한다. 키오스크의 월 임대료는 약 10만 원으로 1인당 월급(최저임금 기준)의 1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을 가진 고용주들은 아르바이트생 대신 값싼 무인 주문기를 임대한다. 
다음은 데이터 축적이다. 매장은 무인 기계를 통해 정확한 고객 정보를 얻을 수 있기에 단순히 매출액과 방문자 수만 파편적으로 알던 이전보다 더 체계적인 경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매장은 기계를 통해 소비자의 △방문 시간 △연령 △성별 △구매품 등을 파악할 수 있으며, 나아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고객 맞춤 제품 추천 등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고용주의 부담이 줄어들고 고객에 대한 정보가 증가하여 고객들은 더 좋은 서비스를 받게 된 것이다. 
키오스크의 편리성 역시 소비자가 무인점포를 선호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키오스크 동향 분석자료인 「무인화 추세를 앞당기는 키오스크」(2017)의 ‘키오스크 편리성에 대한 인식’에 따르면 “키오스크가 더 편리하다”라고 응답한 비중은 74%로 응답자(ITFIND 가입자) 4명 중 3명이 키오스크가 편리하다고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키오스크가 더 편리한 이유엔 ‘대기 시간이 짧아서’, ‘처리 시간이 짧아서’, ‘직원과 대면하지 않아서’, ‘개인 인적사항 노출이 없어서’ 등이 있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남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 짧은 시간에 쇼핑할 수 있기에 소비자의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이점 탓인지 무인 시스템 시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MarketsandMarkets」는, 세계 대화형 키오스크 시장은 2015년 473억 달러에서 2020년 734억 달러로 연평균 9.2%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시장조사회사 「bcc Research」 역시 세계 키오스크 시장이 2015년 492억 달러에서 2021년 835억 달러로 연평균 8.9%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매장은 무인 기계 도입으로 직원 수를 줄였지만, 무인 기계는 편리성과 체계적인 정보 축적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매장으로 이끌었다. 굴러들어온 돌은 생각보다 크고 단단했다.
 
사라지는 사람들, 생겨나는 문제들
생각보다 단단한, 굴러들어온 돌들은 박혀 있는 돌들을 빼내기 시작했다. 무인화로 인해 일자리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전쟁은 2000년, 하이패스가 시범 실시된 해에 시작됐다. 2000년부터 ‘하이패스’라는 무인화 시스템이 점차 영역을 넓혔고 결국 전국 고속도로 영업소에 설치되면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 
톨게이트뿐만 아니라 대학교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지난 2014년 건국대학교는 KT텔레캅의 무인정산시스템을 도입해 기존인력을 28명에서 13명으로 감축했다. 더불어 무인정산시스템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기에 기존 노동자는 단 2명까지만 잔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건국대 주차관리 노동자들은 무인정산시스템 도입으로 고용불안 상황에 놓였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학교 측에 전원 고용 승계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주차관리 노동자들은 캠퍼스에 고용안정을 요구한 현수막을 걸었지만, 학교 당국은 현수막 6개 모두를 철거했다. 또 주차관리 노동자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건국대 학생모임’이 진행한 시위를 KT텔레캅 직원들과 경찰정보과 직원들이 진압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렇듯 고용불안과 효율성 간의 갈등은 과거부터 첨예하게 대립해 왔으며, 기계적 편리함의 이면 속 인간의 고통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본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며 기계는 서서히 인간을 밀어내고 있다.
무인 시스템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노년층도 밀어내고 있다. 사회는 기술의 발달로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노년층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음식점에서 밥도 편하게 먹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의 「무인화 추세를 앞당기는 키오스크」(2017)의 ‘세대별 키오스크 편리성에 대한 인식(아래 사진)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1980년대 초반 이후 태어난 세대)는 13%만이 키오스크 사용을 불편하다고 여기지만 X세대(1960년대와 1970년대 베이비붐 세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30%가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키오스크로 매장이 운영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는 비단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희대학교 정지윤 학생은 패스트푸드점 무인 주문기 사용에 대해 “치킨 너겟을 시키고자 했지만, 메뉴에 해당 단어가 보이지 않아 치킨 너겟과 비슷한 메뉴를 시켰다 치킨 너겟이 아닌 메뉴가 나온 적이 있다”라며 “매장에 직원이 있었다면 바로 물었을텐데 물어볼 수 없어 불편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키오스크 매장은 즉각적인 문의가 불가능하며, 구체적인 주문이 불가능하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예컨대 햄버거에서 피클만 빼는 옵션이 마련되지 않아 오이를 먹지 못하는 고객의 경우 피클이 들어간 메뉴를 아예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원하는 서비스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또 무인 주문기의 높이는 휠체어를 탄 사람에겐 높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접근성 문제가 대두되기도 한다.
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무인 시스템은 다양한 업종에 도입되어 업체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고용주는 인건비 감소를 위해, 소비자는 간편함을 위해 무인 시스템을 선택했다. 그러나 편익만 생각한 나머지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밀어내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한 무인 시스템이 더 이상 인간 소외를 초래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이 불편함 없이 디지털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사람과 기계 간의 공생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소현 기자  sohyun091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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