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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의심하고 회의하며 팩트를 밝혀내는 언론인

「시사IN」 편집국장 고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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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문건의 조선일보 방 사장은 누구인가?', '대림동 한 달 살기, 우리가 몰랐던 세계', '나는 주식방송 댓글 부대원이었다', 'MB사저의 100시간'. 흔히 접하는 일간지에서는 볼 수 없던 독특한 주제로 기사를 작성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탐사보도와 심층 분석을 통해 깊이 숨겨진 팩트들을 밝혀낸다. 세상에 숨겨진 수많은 사실 중에서 어떤 진실을 밝혀내어 세상에 전할지 늘 고민하여 결정하는 고제규 『시사IN』 편집국장을 만나보자.

 

Q. 『시사IN』은 기획기사를 주로 작성하는 주간지이다. 일반 일간지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과거에는 오직 기자만이 뉴스를 생산했다.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누구나 미디어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생산할 수 있다. 이런 시대이기에 현재 언론사들은 속보나 단발성 보도를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단순한 사건 전달은 이미 디지털의 영역으로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사IN』은 탐사보도와 심층 분석 두 가지를 추구한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5일(화)에 발간한 ‘대림동 한 달 살기’ 기사 같은 경우는 기자 한 명과 사진기자 두 명을 대림동에서 한 달 동안 살게 했다. 이와 같은 장기적인 취재를 통해 『시사IN』만이 보도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사를 작성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다른 일간지와 다른 점이다. 『시사IN』만이 생산할 수 있는 기사를 생산하여 일간지와 명확한 차이점을 주어야 독자들이 우리의 기사를 읽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사IN』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생존법이자 일간지와의 차이점이다.

 

 

Q. 『한겨레』와 『시사IN』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현재는 『시사IN』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인상 깊었던 기사는 무엇인가?

A. 수습기자 시절 과천에서 한 대학생이 부모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일간지들은 부모가 등록금을 주지 않아 그 대학생이 부모를 살해했다고 제목을 뽑았다. 하지만 취재를 진행하다 보니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물론 부모를 살해한 패륜 사건은 맞지만, 등록금에 대한 내용은 잘못된 것이었다. 살인을 저지른 대학생과 그의 형, 친구를 취재하고 그가 일기처럼 썼던 텍스트를 읽어보니 다른 사실이 드러났다. 사실 대학생의 부모는 피해자이기 이전에 아동 학대의 가해자였던 것이다. 그 살인사건의 이면으로 『시사IN』 커버스토리를 작성했다. 1심 때 사형선고를 받은 피고인은 기사 작성 후 2심에서 정상이 참작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만약 그 취재를 안 했더라면, 현장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 친구를 직접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학생은 말 그대로 등록금을 주지 않아 부모를 살해한 자로서 여지없이 사형수가 되었을 것이다. 기사라는 것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지만, 이면의 진실을 통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일찍 깨닫게 했던 경험이었다.

 

Q. SNS에서 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요즘, 대중들은 언론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저널리즘 원칙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팩트라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은 오직 팩트다. 팩트가 있기 때문에 가공을 통한 가짜뉴스도 만들어진 것이다. 가짜뉴스가 넘쳐날수록 진실한 뉴스의 가치는 역으로 커진다고 생각한다. 가짜뉴스는 어느 한순간 백 명의 사람들을 속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팩트를 쓴 한 사람에 의해 그것은 깨져버린다. 팩트체크를 게을리 하지 않고 사실을 항상 열심히 확인하는 것이 기자의 역할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진짜 뉴스를 만드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원칙을 지키면서 뉴스를 생산하는 것은 어렵지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팩트와 팩트 사이 이면을 밝혀 진실한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 기자는 팩트를 끝까지 확인해야 하며 항상 팩트에 대해 끝까지 의심하고 회의해야 한다. 특종과 오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Q. 『시사IN』은 매년 대학언론인 상을 수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언론인 포럼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사업을 진행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A. 2007년 『시사IN』이 창간되었다. 1987년 『한겨레』가 시민들의 성금으로 만들어졌듯이 『시사IN』 또한 시민들의 성금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시민들에게 보답하고자 『시사IN』 내부적으로 사회 환원 프로그램을 진행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미래 저널리스트인 대학언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대학언론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국장으로 부임하고 나서는 대학언론간의 네트워크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료 기자들과의 네트워크, 선배 기자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대학언론인 포럼’을 시작했다.

 

Q.학보사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학보사의 발전 방향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이것에 대해서 학생들에게는 딱히 할 말은 없다. 꼭 써줬으면 좋겠는데, 총장님과 주간교수님에게 먼저 말하고 싶다. 학보사 기자들에게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안 했으면 좋겠다. 『시사IN』이 주최하는 ‘대학언론상’에서 학보사보다 자체언론이나 대안언론이 더 많은 상을 받고 있다. 그들은 아무런 간섭 없이 그들 마음대로 더 실험적인 기사를 작성하기 때문이다. 학보사는 물적 인프라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의 간섭을 받고 있다. 학교가 학보사에 지원은 그대로 하고 간섭을 안 한다면, 학보사의 위기라는 말은 쏙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보사에는 끼가 많은 친구들이 아주 많다. 그러한 젊은 학생들이 학교의 눈치를 보면서 자기검열을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학보사 학생들에게는 학보사의 장점에 안주하지 말라고 전해주고 싶다. 물적 인프라라는 장점에 안주하지 말고 학교의 눈치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기검열을 하기 시작하면 쓸 거리가 없어지고 기사가 죽는다. 또한 학생기자들이 조금 더 폭넓은 기사를 다루었으면 좋겠다. 대학 간의 연계를 통해 두 달 정도를 쏟아붓거나 해외 대학까지 연계한 기사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보사는 항상 학우들에게 ‘읽힐 기사’를 써야 하며 대학언론으로서 공론장을 이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안주하지 말고 항상 실험하는 자세를 가졌으면 좋겠다.

 

Q. 기자를 꿈꾸거나 사회 참여적 글쓰기를 목표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

A.   『시사IN』에서 수습기자 사수와 대학생 인턴기자 사수를 여러 번 해봤다. 그때마다 항상 그들에게 뉴스를 화면이 아니라 지면으로 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가 포털로 소비하는 뉴스들은 주로 이슈 뉴스들이다. 언론사마다 이슈부가 따로 있어, 오직 이슈가 될 만한 기사들을 빠르게 포털에 올린다. 그 기사들은 많은 교열을 거치지 않는다. 반대로 지면 기사의 경우는 아주 많은 교열과 편집을 거쳐 만들어진다. 결국 기자도 글을 쓰는 직업이기 때문에 정확한 문장을 체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면 형태로 나온 기사를 보다보면 기자의 이름이 보인다. 기자 이름이 보이면 그 기자의 다른 기사를 찾아 읽게 되기 때문에 지면으로 기사를 읽는 것을 추천한다. 

기자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꿈꾸라고 전해주고 싶다. 계속 준비하면서 두드리면 기자의 길이 열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보사나 자체언론, 대안언론에 들어가서 기사를 작성하는 경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사 잘 쓰는 법’이라는 책을 10권 읽는 것보다 실제 기사 10개를 작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기사 작성에 있어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저널리스트 직군에 관심이 있다면 ‘신문기자’나 ‘방송기자’처럼 직군을 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론은 회사 간의 이동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우선 저널리스트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언론사에 포기하지 않고 시험을 본다면 기자의 길은 열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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